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상무 Aug 31. 2021

희망을 파는 사람들

그것도 아주 비싼 가격으로

 아주 멀지 않은 옛날 장이 서는 날이면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사람이 약장수였다고 한다. 그가 파는 약의 효용을 듣고 있자면 못 고치는 병이 없는 만병통치의 명약이었다고 한다. 입심이 셀 수록, 거하게 자신이 파는 약을 떠벌려 자랑할수록, 자신의 말에 취해가며 스스로도 명약을 팔고 있다는 착각에 빠지게 되는 그런 약이 있었다고 전해져 온다.


 어느 날 지인에게 물어 물어  나를 찾아오신 분이 계셨다. 원적외선을 내는 돌가루를 섞은 담배 필터를 개발하려 한다는 것이었다. 담배를 많이 피고 평소 기침 가래가 많았는데 자신이 제조한 방식으로 필터를 만들어 피어보니 증세가 많이 가라앉았다고 하시며 나에게 어떻게 생각하냐고 물었다. 제품화하기 전 일종의 컨설트를 받고 싶으셨던 것이었다. 이런 질문은 처음 받아 본 것이었고 의학 교육에서 배워 본 적도 없고 논문에서 본 적도 없는 터라 곰곰이 생각해 보고 답변을 드렸다. 효과를 입증하기 전에 먼저 하실 일이 있는데 그 필터를 사용하여 담배를 흡인할 경우 발생하는 가스 안에 일반 필터에 비해 더 유해한 물질이 발생하지는 않는지 점검부터 받아 보시는 것이 좋겠다고 말씀을 드렸는데, 내 말에는 별로 귀를 기울이지 않으시고 이 필터의 효용이 얼마나 좋은지 자꾸 나를 설득시키려 하셨다. 가래가 끓는 목소리로 연신 자신의 이론에 동의를 구하고 셨다.


 형태와 모양은 달라졌지만, 좀 더 세련되고, '첨단'이나 '혁신'이란 말로 또는 '보건산업 진흥'이란 말로 포장한, 소위  '과학'으로 포장한 듯한, 그리고 때론 드라마틱한 효과를 보았다고 체험담을 말해주는 일련의 지지자들로 구성된 현대판 '약장수'들이 도처에서 활약하고 있다. 심지어 매스컴을 타기도 하면서 말이다. 주된 고객은 기존의 의학에서 해결해주지 못하고 있는 분야의 환자와 그 가족들이다. 기존의 의학의 한계에 부딪쳐 좌절하고 절망 가운데 있는 그들에게 그들은 현대판 장마당에서 자신의 약들을 판다. 거침없는, 자신감이 넘치는, 그 떠벌리는 목소리로 말하다 보면 자신도 취하고, 듣는 사람도 취하고, 절망 가운데 손을 든 사람에게 지푸라기를 지워준다. 그것도 아주 비싼 값으로. 효과가 없는 사람은 자신의 병 탓이고 체질 탓이니 약을 탓하지 말라고, 험상궂은 얼굴로 감히 나의 명약을 탓하려 하다니 하면서 말이다. 


 참된 검증은 자신에 의해서가 아닌 제삼자에 의해 과학적으로 입증할 수 있는 방법을 통해 이루어져야 하며 입증된 만큼만 소개해야 한다.


 환자나 가족들이 소망을 갖는 것은 좋은 일이나, 효과가 아닌 희망을 그것도 비싼 값으로 파는 것은 비윤리적인 행동이다. 물에 빠져 허우적거리는 사람들에게 썩은 동아줄을 던지지 말라, 그것도 고액으로. 


누가복음 8:42-48 왜냐하면 열두 살쯤 되는 그의 외딸이 거의 죽게 되었기 때문이다. 예수님께서 가실 때에 무리가 그분을 에워싸 밀었다. 한 여인이 십이 년 동안 출혈로 앓아 자기의 생활비 전부를 의사들에게 허비하였으나, 아무도 그녀를 고쳐 주지 못하였는데, 예수님의 뒤에 와서 그분의 옷 술을 만지니, 즉시 출혈이 멈추었다. 그러자 예수님께서 “나를 만진 사람이 누구입니까?”라고 하시니, 모두들 자기는 아니라고 하였다. 그때 베드로가 “선생님, 무리가 선생님을 에워싸 밀어 대고 있습니다.”라고 하였으나,  예수님께서 말씀하셨다. “누군가가 나를 만졌습니다. 왜냐하면 나에게서 능력이 나간 것을 내가 알았기 때문입니다.그 여인이 숨길 수 없게 된 것을 알고는, 떨며 나아와서 예수님 앞에 엎드려, 그분을 만진 이유와 어떻게 즉시 낫게 되었는지를 모든 사람 앞에서 밝혔다. 그러자 예수님께서 그 여인에게 말씀하셨다. “여인이여, 그대의 믿음이 그대를 낫게 하였으니, 평안히 가십시오.

이전 03화 신뢰회복과 선진국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