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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상무 Sep 02. 2021

수술실 CCTV

정책의 철학

 수술실 CCTV논쟁이 뜨겁다. 의료인들에게만. 사회 전반에서는 별 관심이 없다. 수술 과정 중 의료과오를 경험한 사람들의 억울함에 대한 입법기관과 정책 결정자들의 반응인데, 이 정책을 세우기 전에 한번 점검해보자.  정책 수립에 우리 사회는 어떤 철학을 갖고 있을까?


 어떤 부적절한 행위들로 누군가 피해를 보았고 그로 인해 이를 예방하는 차원에서 그런 일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는 모든 곳에 예방적 시설과 행동을 취해야 하는가? 그것이 적절한가? 그렇게 하였을 때 사람들에게 어떤 영향이 끼쳐지게 될 것인가?


 만약 그렇게 하는 것이 사회 구성원들에 유익이 된다면, 학교에서 교사가 특정 학생을 편애하는 것이 불공정할 수 있고 제대로 아이들을 가르치는지 의구심이 드는 경우도 있다는데 모든 교실에 CCTV를 설치하는 것은  어떤가? 권력을 가진 사람들이 직장 내 성추행을 벌일 수 있다고 하니 모든 개인 사무실을 배정받은 사람들의 방에도 CCTV를 의무화해야 하지 않겠는가? 열심히 일하는지 감시도 할 겸 말이다. 생산라인에서는 어떤가? 노동자 한 사람 한 사람 성실히 일하는지 월급 받는 만큼 일하는지 CCTV로 모니터링하는 것도 좋겠다. 정말 그럴까?


 우린 사람이다. 로봇이 아닌 자율성을 지닌, 그런 인간이다. 범죄 집단이 아닌 한, 적어도 자정작용을 갖춘 사회 구성원들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며 제대로 일하라고 규정한다면 누가 즐겁고 기쁜 마음으로  일할 수 있을까? 감시받고 모니터림 받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데 그런 환경에서 기꺼이 일하고 싶은 사람이 얼마나 될까?


  2021년 12월 31일까지 대한의사협회는 국민이 안심할 수 있는 정도로, 수술실 내 일어날 수도 있는 인권침해를 예방할 자정 시스템을 국가에 보고해달라는 국회의장 서한을 보내보는 것은 어떨까? 그들로 고민하고, 그들 안에 자정작용이 돌아가도록  압력을 가하고, 그들에게 전문가적 집단의식을 더 고취하도록, 그래서 사회에 기사도적 정신을 발휘할 기회를 갖게 해주는 것이 더 근본적이고 철학이 있는 접근이 아닐까? 이런 시스템이 돌아가는데 필요한 인프라가 있다면 국가가 지원해 주겠다는 추신과 함께 서신을 보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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