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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상무 Feb 28. 2024

소아 오픈런의 실체

의사 수 과잉이 초래한 의사부족 사태

의사부족현상의 패러독스


 필수의료붕괴가 일반인의 피부에 와닿은 것은 소아청소년과 진료를 받는 것이 녹녹지 않게 때부터인 것 같다. 사실 이미 이런 상황은 여러 진료과들에서 십여 년 이상에 걸쳐 일어나고 있었다. 산부인과, 외과, 흉부외과 심지어 내과조차도 안전하지 않다는 위기의식은 수년 전부터 있었다.


  그러나 사회가 피부에 와닿게 느끼는 데는 급격한 변화와 동시 다발적인 다빈도 문제가 발생하고 난 후에라야 가능하니, 시간이 걸리거나 상황이 그렇게 전개될 여건을 필요로 한다. 이전 글 의료백년대계에서 강원도 권역에는 소아응급환자를 보는 병원이 없어  밤에 아이가 심하게 아플 때 차로 경기도까지 한 시간 넘게 달려가야 한다는 것을 언급한 적이 있었다. 이것은 실로 심각한 문제였는데 사회적으로 크게 이슈가 되지 않다가 소아 응급환자가 어디로 가야 할지 모르다 사망한 사건이 발생하고 직장인 엄마들이 아이가 아플 때 소아과 진료받기가 하늘에 별따기처럼 되자 비로소 사회에서 문제의식을 갖기 시작하였다.  


 소위 오픈런, 명품 희귀 물건을 가성비 있게 살 수 있을 때 벌어지는  현상이 누군가 공공재라 주장하는 의료에 일어날 줄이야. 그 이유, 그 실체는 어디에 있을까? 의료가 공공재인지, 우리나라에서  그렇게 적용되고  있는지에 대한 것은 다음에 다루어보도록 하겠다.


 어떤 일이 특히 사회적으로 큰 이슈가 된 일이 하늘에서 어느 날 갑자기 떨어진 것은 아닐 것이고 상당기간 축적된 선행 요인들이 있을 것이다.


 첫째 요인은 수요의 급감에서 찾을 수 있다. 저출산으로 인한 소아연령층이 급감하고 있는 것이다. 하기 통계청의 데이터를 보면 우리나라의 유소년인구는 특히 2000년대를 들어서면서 급감하고 있다. 이러한 연령층 감소로 인해 소아과는 급기야 전공과 이름도 소아청소년과로 개명하기에 이른다. 하지만 어린아이에 특성에 따른 의료수가설정이 적기에 이루어지지 못하고 의료수가 결정구조는 총점고정형태로 한쪽을 늘리면 한쪽이 줄어들어야 하는 비합리적 원칙을 갖고 있어 좀처럼 불합리한 수가를 개선할 방법을 찾지 못하고, 아니면 찾지 못하게끔 구조를 만들어 놓고 있어 왔고, 다른 전문과목들은 비급여항목을 만들어 나가며 나름대로 의료기관 경영의 출구를 만들어가는 동안 소아청소년과는 할 수 있는 일이 진료하던 아이들이 청소년 연령층이 되더라도 지속적으로 진료하겠다는 방법밖에는 찾아내지 못하였다.


 

통계청KOSIS제공 유소년 인구통계및 예측

 


 총명한 아이 만들기, 학습능력 향상 크리닉 같은 그럴싸한 이름의 비급여항목들을 만들 장사꾼적 자질들도 없었던 것이다, 그들은. 양심적이고 의사다움을 빗나가는 것이기에. 환자를 보기도 전에 모든 검사를 일삼는 일부 비학자적인 진료를 하는 의사들의 행태도 소아청소년과 의사들은 할 수 없었던 것이다. 기존에 산출된 소아청소년과의사들은 수요에 비해 의사수 과잉으로 인한 과도한 경쟁에 직면하여 경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던 차에 코로나-19 대유행이 터지고 만다.


 그런데 코로나 19 감염증의 원인인 SARS-CoV-2는 기묘하게도 어린이들에게는 온순하였다. 그리고 이 사태로 인해 개인위생이 개선되고 대면접촉이 현저히 줄어들자 어린 연령층의 감염병이 줄어들기 시작하였다. 소아청소년과에게는 엎친데 덮친 격이 되었다. 그러면서 버티고 버티던 소아청소년과들이 줄 폐업하기에 이른다. 다시 말하지만 수요에 비해 어느새 상대적 공급과잉 사태가 일선 소아영역 의료현장에선 벌어진 것이었다.

 

최근 소아청소년과 개업 및 폐업 경향,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 23년은 5월기준


 여기에 우리나라 모든 소아청소년과 의사들에게는 매우 충격적인 일이 발생하게 된다. 2017년 12월 16일 E대학 병원에서 신생아가 잇달아 사망하면서 온 나라가 떠들썩 해지면서, 사법부는 의료과실에 대한 형사적 책임을 물어 구속수사를 진행하고 검찰은 1,2심에서 무죄 판결이 나오자 대법원까지 항소한 사건이 발생하였다. 최종 무죄 판결이 되었지만 이러한 사회적이고 법적인 일련의 반응에 대해서는 의료계에서는 적지 않은 충격을 받게 되었다. 당연히 그 아기들의 부모의 입장에서는 이러한 상황이 누구도 위로할 수 없는 충격적 사실이었다. 이를 부정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런데 나무위키에 따르면 당시 해당 병원의 상황을 이렇게 기술하고 있다.  "E병원의 소아과는 1, 2년 차 전공의들의 중도 사직과 2월 초 전문의 시험이 끝난 4년 차 전공의의 이탈로 상당히 인력 부족이 심각한 상태였다. 신생아 중환자실에 남아있던 1, 3년 차 전공의는 지난 1년 동안 2년 차 전공의의 업무까지 도맡아 해야 해서 이미 과로가 누적된 상태였고 해당 사고로 교수, 간호사와 함께 검찰에 기소되었던 3년 차 전공의는 심지어 12월 초에 교통사고로 골절을 당한 상태에도 깁스를 하고 출근해야 할 지경이었다고 한다."


 이전에 게시했던 의료란 무엇인가에서 "의료 서비스가 제공되는 모든 여건들의 불확실성을 보았는데 각기 발생할 수 있는 불확실성들이 만나 새로운 불확실성을 초래할 수 있다. 즉 '환자적 요인의 불확실성 x 의료 서비스 제공 도구들의 불확실성 x 의료 제공자의 불확실성 x 의료기관의 불확실성 = 불확실성의 증가'와 같은 정량화 할 수 없는 공식을 산출하게 된다."라고 언급한 것처럼 어떤 한두 명의 의사가 완벽히 통제할 수 없는 불확실성이 있는 상황에서 결과에 대해 무한책임  혹은 아이디얼 한 상황에서의 결과를 요구받을 때, 특히 형사적 처벌에 대한 개연성까지 생길 때 대부분의 의사들은 그 길을 가는 것은 현실적이지 않겠구나라는 생각이 들게 된다. 이러한 일이 실재 일어난 것이 소아청소년과에서 수련의 지원 미달 사태에 까지 영향을 준 것이다.


 이러한 일련의 요인들은 가장 먼저 소아청소년과를 지원하는 수련의 지원율의 급감으로 반영되어 나타나기 시작하였다. 다음 도표는 소아청소년과가 제공한 데이터를 사용하여 작성해 본 것이다. 2018년 이후 소아청소년과 수련의들은 현저히 감소하기 시작한다. 문제는 이렇게 수련의들이 감소하면 기존에 있던 수련의들 조차 업무 과중으로 인해 더 이상 수련을 지속할 동력을 잃게 되어 중도 탈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미래 소아청소년과를 짊어질 의사들이 급격히 줄어드는 현상이라는 것이다.


                                                                                                               


  혹자가 주장하듯 의료가 공공재라면 이러한 시장의 변동에 의료공급자들이 보호받아야 하는데 그런 기전은 작동하지 않고 고스란히 소아진료영역의 의료공급자들이 감내할 몫으로 돌아옴으로 인하여 결국 다수의 폐업이 발생하는 사태가 벌어지는 것이다. 재개업의 몫도 여전히 의료공급자가 알아서 경제성이 있을 모델을 찾아야 하는 것이고 이 과정에서 본연의 소아과 형태가 아닌 다른 형태의 개업이 이루어지는 것이 적지 않았다고 한다.  


 내과도 처음 전문의가 개업을 하면 자기 전공을 살려 진료하려 하지만 개원환경은 그렇지 않음으로 비만, 미용, 비타민주사, 비급여주사 등으로 전환하고 건강검진을 표방하는 형태의 개원도 다수 눈에 띄게 되는 것처럼 전문과목으로 경영하기에 적절한 환자의 수가 되지 못하니 다른 형태의 개원을 한다는 것이다.


이상의 사례에서 보듯 수요대비 의사수의 과잉이 시장에서는 의사 수의 부족으로 비추어진 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러므로 이 복잡한 함수를 결과에 대한 피상적 해석으로 오판할 경우 잘못된 정책 방향을 제시할 수 있음으로 신중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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