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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각의 세계

현대 의학에서 밝혀진 내 몸, 나의 삶 (7)

by 이상무

얼마 전 우리나라만이 아니라 전 세계를 떠들썩하게 했던 맛의 세계의 치열한 경쟁의 장을 열었던 흑백요리사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감탄을 자아낸 것을 기억할 것이다. 요리에 진심인 셰프들의 진지한 대결에 숨을 죽였을 뿐 아니라 그 맛을 평가하는 두 요리 전문가의 미각에 대해서도 감탄하였을만한데 그 미묘한 차이에서 우월을 가릴 차이점들을 설득력 있게 설명해 주며 판단하는 모습에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였다.


같은 요리 재료를 가지고도 차이를 만들어내는 것은 그만큼 사람들의 미각에 대한 섬세한 감각이 있다는 것을 반증해 주는 것인데, 흥미롭게도 사람의 혀는 기본적으로는 다섯 가지 맛만을 느낀다. 단맛, 짠맛, 신맛, 쓴맛, 감칠맛이 그것인데, 최근 여기에 더하여 지방의 맛(oleogustus)을 느끼는 감각이 있다는 주장이 제시되었고 의학계에선 이에 대해 어느 정도 받아들여지고 있다. 그렇다 해도 사람들은 여섯 종류의 미각으로 다양한 음식의 미세한 차이를 어떻게 느끼는 것일까? 그 비밀은 후각에 있다. 미각에 비해 후각은 수십만에서 수백만 가지의 냄새의 차이를 느낄 수 있다. 따라서 혀가 느끼는 여러 미각의 조합에 후각까지 통합적으로 맛을 느끼는데 여기에 시각까지 더하여 뇌에서 종합적으로 인지되는 맛의 세계가 완성되게 된다. 종종 풍미로도 번역되는 flavor가 이에 해당될 것이다.


음식의 맛은 미각과 후각 그리고 시각을 종합한 대뇌의 인식에 의해 결정된다. (Chat-GPT그림)


지난 수년 동안 코로나 19(SARS-COV 2 감염) 감염으로 인해 후각이나 미각을 잃었던 경험이 있던 사람들이 적지 않았고 이로인해 후각과 미각의 소중함을 유난히 느끼게 되어 더욱 이 감각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되었다. 대략 60%의 환자에서 미각이나 후각의 손실을 경험하였다고 하는데 유전적 소인이 관여한 인종적 차이인지 몰라도 우리나라의 경우 이보다 적어서 23% 정도에서 미각이나 후각의 상실을 경험하였다는 보고가 있다.


여호와께서 좋으시다는 것을 맛보고 깨달아라.

그분께로 피하는 사람은 복이 있다네.

시편 34:8


이제 이 맛의 감각의 세계로 들어가 보기로 하자. 먼저 지금까지 우리 통념을 버려야 할 것이 있는데 그것은 맛의 지도에 대한 관념이다. 혀의 끝은 단맛을 그다음은 짠맛, 혀의 양 옆에는 신 맛, 가운데는 감칠맛, 그리고 제일 안 쪽에는 쓴 맛을 느낀다고 하는 관점인데 이러한 의학지식은 잘못된 것임이 밝혀졌고 혀의 모든 부분에서 모든 종류의 맛을 다 감지하는 것으로 알려지게 되었다. 그러니 이제 혀에 맛에 대한 지도가 있다는 것은 더 이상 상식적이지 않다는 것을 잊지 말자.


우리의 혀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융단같이 미세한 돌기들로 빽빽하게 채워져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이 돌기들은 그 생긴 모양에 따라 사상유두, 버섯유두, 잎새유두, 성곽유두로 분류되며 이중 2000~3000개 정도로 가장 많은 사상 유두는 음식에 대한 촉각과 기계적 기능만 할 뿐 미각을 느끼는 수용체는 없고 나머지 세 종류의 유두들에는 맛봉오리(taste bud)라 불리는 미각을 느끼는 세포들(taste receptor cell: TRC)로 구성된 구조물이 있다. 이 세포들은 I, II, III, IV형의 세포들로 분류될 수 있는데, 단맛과 쓴맛 그리고 감칠맛은 II형 세포에서, 신맛은 III형 세포에서 느끼고 IV형세포는 예비세포들로 추후에 다른 세 유형의 세포가 되는 전구세포이다.

단맛이나 감칠맛은 우리 몸에 필요한 당분과 아미노산을 포함하는 단백질에 대한 음식 공급이 들어온다는 표시이므로 긍정적 신호이며 짠맛 역시 우리 몸에 필요한 나트륨의 섭취와 같이 중요함으로 정도에 따라 긍정적으로 여겨지는 감각이다. 이에 반해 쓴맛이나 신맛은 변질된 음식으로부터 나오는 위해한 성분일 수 있다는 경고의 방어적 감각인데, 사람에게 필요한 비타민 C의 흡수나 입맛을 돋우거나 발효된 음식에서 나오는 맛을 느끼게도 해, 체험과 학습을 통해 위해와 이득의 차잇점을 분간해 내는 지점을 찾아가고, 그 과정을 통해 문화적으로 긍정적으로 인식되기도 한다. 쓴 맛 역시 방어적 자세를 취하게 하는 감각인데 그럼에도 커피가 기호식품으로 자리 잡게 된 것은 흥미로운 일이다.


커피의 풍미는 수백가지되는 커피의 향을 빼놓을 수없다. 로스팅 과정에서 산출되는 여러 맛을 내는 물질들, 구연산, 사과산 등과 같은 유기산이 내는 산미, 캐러멜화된 당분에서 산출되는 단맛, 소량이지만 미네랄에서 나오는 미묘한 짠맛, 거기에 단백질 핵산 산물에서 오는 감칠맛에 카페인이나 퀸산(quinic acid)과 같은 물질이 내는 쓴 맛이 그 향과 오묘하게 조합을 이루어 풍미를 만든다. 여기에 더하여 커피를 마신 후 오는 각성 효과에 대한 뇌의 기억과 커피를 마시는 문화적 분위기까지 더해져 기호식품으로서 완성된다.


맛을 느끼는 정도는 인종과 유전적 차이 그리고 문화적 차이와 습관으로 달라질 수 있다. 서구인들의 음식을 우린 매우 짜다거나 몹시 달다고하는 말을 종종 듣곤 한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음식의 염도가 더 높으면 높았지 상대적으로 낮은 건 아니었는데 왜 이렇게 느낀 것일까? 우리나라 음식의 짠맛은 밥과 여러 반찬에 분산되었고 감칠맛과 어우러진 숨겨진, 간을 내는 짠맛인데 반해 서구의 짠맛은 단일 요리에 집중된 '직접적인 짠맛'이기 때문이다. 유럽의 음식은 암염을 주로 사용하여 천일염보다 순수한 짠맛이 더 강하게 느껴지고, 치즈나 햄처럼 염도가 높은 식재료를 그대로 먹는 문화여서 감추어지지 않은 짠맛 그대로 느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주님의 말씀들이 제 입맛에 어찌 그리 단지요!

제 입에 꿀보다 더 답니다.

시편 119:103


입맛의 변화는 앞서 예로 든 코로나19 감염에서 최근 문제가 되기도 했다. 이는 직접적인 코로나19 바이러스가 ACE2 수용체를 통해 혀의 미각 세포나 주변 지지 세포에 직접 침투하여 세포를 손상시키고 기능을 저하시키거나 바이러스에 대한 우리 몸의 염증 반응으로 면역 세포들이 바이러스뿐만 아니라 주변의 정상적인 미각 세포까지 손상시켜 미각 기능에 장애를 일으키고 후각의 이상이 미각에 영향을 주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증상들은 대부분 일과성으로 시간이 지나면 호전되나 일부에서는 장기적으로 미각손상이 오는 경우도 있다.


미각의 이상은 그 외에도 다양한 상황에서 발생한다. 철결핍성 빈혈, zinc 부족과 같은 영양 결핍이나 항암제나 항콜린작용약물 등 치료의 부작용, 후천성면역결핍증이나 조현병, 뇌손상, 인지장애, 파킨슨병, 후각상실과 같은 다양한 경우에 발생할 수 있다. 미각이 예민해지는 경우는 드문데 후두개와(posterior cranial fossa lesion) 부위에 병변이 있을 때 나타날 수도 있다.


미각의 변화는 다양한 원인으로 올 수 있지만 흔한 원인부터 찾아나가는 것이 상식적이니 만큼 감염이나 약제사용과 같은 것이 있다면 이로 인한 것을 먼저 의심해 보아야 한다.


이상으로 우리 몸의 미각의 세계에 대해 간략히 살펴보았다. 과거에 알았던 혀의 맛의 지도는 더 이상 사실이 아니라는 것과 맛에 대한 감각세포들이 대여섯 종류의 맛의 조합과 후각이 느끼는 다양한 향, 그리고 차려진 음식의 시각적 효과까지 어우러지고 문화적 맥락까지 종합적으로 인지되어 풍미를 느끼는 맛의 세계에 대해 말이다.



참고: 1.https://www.yalemedicine.org/news/when-loss-of-smell-and-taste-occurs-with-long-covid

2. https://www.joongang.co.kr/article/23738289

3. Egan, N Engl J Med 2024;390:1699-7104.

4. Physiology, Taste - StatPearls Publishing; 2025 J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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