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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리기와 대장암

현대 의학에서 밝혀진 내 몸, 나의 삶(8) 그림: Chat-GPT

by 이상무

버지니아 주 페어팩스에 위치한 이노바 샤르 암센터(Inova Schar Cancer Institute) 종양학자인 티모시 캐넌(Timothy Cannon) 박사는 그가 진료한 환자 중에서 젊고 건강하며, 특히 울트라마라톤을 뛸 정도로 신체 활동이 활발한 환자 3명이 진행성 대장암 진단을 받은 것에 대해 이상히 여겨 연구를 수행하였고 그 결과를 2025년 미국 임상종양학회(ASCO) 콘퍼런스(May 30, 2025 - Jun 03, 2025)에서 포스터 세션으로 발표하였다. 이것이 뒤늦게 언론에 알려지며 특히 장거리 달리기를 하는 사람들에게 큰 충격을 가져다주었다.


https://www.chosun.com/culture-life/culture_general/2025/08/21/LMYTHDTKQRBCDLHN6JSEKIOXJQ/

https://kormedi.com/2723186/

캐넌 박사 연구팀은 35세에서 50세 사이의 다섯 번의 등록된 마라톤(42.2Km) 또는 두 번의 등록된 울트라마라톤(50Km 이상)을 완주한 사람을 대상으로 최종 100명을 대상으로 하여 대장 내시경 검사를 실시해서 진행성선종(10mm 이상의 크기, 대롱융모샘종(tubulovillous) 양상이 25% 이상, 또는 고등급의 이형성)의 발생률을 관찰하였다. 그 결과 40-49세 연령층에서 과거 연구에 따르면 평균 위험을 갖고 있는 사람에서 1.2% 정도인데 반해 이 연구결과에서는 15%로 나타났다고 보고 하였다. 장시간의 극단적인 운동이 대장암의 위험인자 일 수도 있는 연구 결과였는데 운동 중 혈류가 근육으로 집중되면서 대장으로 가는 혈류가 일시적으로 감소하여 허혈성 손상이 반복됨에 따른 암발생 위험의 증가의 가능성을 시사한 것이다.


이러한 연구 결과가 뒤늦게 여러 언론을 통해 확산되면서 많은 사람들이 불안해하게 되었는데 결론적으로 '장거리 마라톤을 하는 사람들이 대장암에 걸릴 확률이 더 높아지는가?'에 대한 현재 의학적 근거는 어느 정도 일까? 의학적 근거 수준으로 말하면 (GRADE)-매우 낮음(Very Low) ⊕◯◯◯에 해당한다. 한마디로 말하면 아직 의학적 근거가 불확실하고 가설을 제기할 수준 정도라고 말할 수 있는 단계에 속한다. 왜 그런지 이어서 설명해 보도록 하겠다.


이 연구의 한계점은 첫째 아직 동료 심사를 거치는 정식 의학 학술지에는 게재된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동료심사 과정에 그 근거의 신뢰성에 관련된 자세한 질문과 수정 보완을 요구하는 과정을 거치지 않았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 다섯 번의 등록된 마라톤(42.2Km) 또는 두 번의 등록된 울트라마라톤(50K 이상)을 완주한 사람"이란 정의가 평생에 걸친 조건인지 최근 5년에 걸친 조건인지 구체적 언급이 명시되어 있지 않다. 이점이 중요한 이유는 높은 수준의 의학적 근거가 확립된 것으로 규칙적인 운동은 대장암의 위험을 감소시키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그렇다면 어느 시점부터 극심한 운동량이 반전을 일으키며 대장암의 위험을 높이는 쪽으로 전환되는 것일까?(아래 그림 참조) 이런 의문점에 대해 본 연구의 정의는 모호하게 제시되어 있다.

꾸준한 운동의 결과로 나타나는 '운동 능력 수준'이 증가할 수록 대장암 위험은 감소한다. (JAMA Network Open. 2023;6(6):e2321102)



둘째로 대조군이 없는데 이 점이 중요한 것은 선택 비뚤림(Selection Bias)이 개입될 수 있다는 점이다. 이 연구에 자원한 달리기 선수들은 선행된 어떤 문제가 있어 건강에 대한 염려가 더 많은 사람들이었을 수도 있다. 반면, 역사적 데이터는 무작위 일반 인구를 대상으로 했을 가능성이 높다. '역사적 데이터'가 언제, 어떤 내시경 장비와 기술로 얻어졌는지 불분명하다. 최신 고해상도 내시경을 사용한 이번 연구가 과거보다 용종을 더 잘 발견했을 수 있다. 즉 측정 비뚤림(Detection Bias)에 의한 치우침이 발생할 수 있다. 따라서 이상적인 연구는 비슷한 시기에, 동일한 의료기관에서, 달리기를 하지 않는 일반인을 대조군으로 설정하여 함께 대장내시경을 진행하고 비교하는 것이다.


셋째로 참가자들의 대장암 가족력, 선종의 위험인자에 대한 분석이 제시되어 있지 않다. "식이 습관, 배변 습관, 장거리 달리기 이력에 대한 설문지를 작성했으며 결과는 향후 보고될 예정"이라고 언급했는데 이는 초록 발표 시점에는 이러한 중요 정보가 분석에 포함되지 않았다. 식이 습관으로 붉은 고기 및 가공육 섭취, 섬유질 섭취량 등은 대장암 발생의 가장 잘 알려진 위험/방어 요인이다. 달리기 선수들의 식단(에너지 젤, 고단백 식단 등)이 선종 발생에 영향을 미쳤을 수도 있다. 흡연 및 음주 역시 잘 알려진 암 위험인자이지만 정보가 없다. 가족력에서 린치 증후군이나 가족성 선종성 용종증(FAP)은 제외했지만, 직계 가족의 대장암/선종 병력과 같은 일반적인 가족력 정보는 고려는 언급이 없다.


넷째로 극단적 운동과 대장암 위험의 연관성을 직접 다룬 대규모 논문은 아직 제시된 적이 없다는 점이다. 즉 일관적으로 여러 연구들에서 유사한 방향성의 연구들로 지지된 것은 아직 없다는 점이다.


결론적으로 자신이 진료하던 환자에서 여러 명의 비교적 젊은 층에 건강한 그것도 운동에 진심인 사람에게서 이미 진행되어 버린 대장암을 발견하고 왜 그럴지에 대해 의문을 갖고 연구를 진행한 이번 연구 결과는 존중되고 관심을 끌만한 것이지만 이 연구 결과는 단지 가설을 제시할 수준의 근거일 뿐이며 향후 대단위 전향적 연구에서 그 인과성에 대한 결론이 나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일반적으로 심폐기능을 향진시키는 유산소 운동은 대장암 발생을 낮추는 것으로 되어 있으니 일반적인 운동을 하는 사람들에게는 전혀 문제 될 것은 없고 다만 극단적으로 자신을 끌어 올리는 운동을 하는 사람들은 자만하지 말고 자신의 건강을 돌아볼 필요는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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