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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예방 (I)- 대장암

현대 의학에서 밝혀진 내 몸, 나의 삶 (9)

by 이상무

전쟁에서 최고의 전략은 '싸우지 않고 이기는 것'이라고 손자병법은 말하고 있다. 예를 들면 외교적 협상이나 심리전 같은 방식을 말하는 것인데, 고려 시대에 서희(徐熙)의 담판으로 평안북도 일대에 해당하는 강동 6주라는 넓은 영역을 거란과 전쟁 없이 확보한 것과 같은 사례이다.


건강 문제에서는 어떤 전략이 최상의 전략일까? 우리나라에서는 20명당 1명(전체 인구 대비 5.0%)의 암유병률을 나타내고 65세 이상의 경우는 7명 당 1명(14.5%)의 유병율을 보인다. 자신에게도 닥칠 수 있는 이 암과의 전쟁을 앞두고 어떤 전략이 손자가 말한 싸우지 않고 이길 수 있는 최상의 전략일까? 그것은 '예방'에 있다.





현대의학에서 암예방과 관련한 첫째 전략은 암발생 위험인자와 위험을 낮추는 인자를 파악하여 암 발생 위험을 감소시키는 것이다. 흡연이나, 비만, 음주와 같은 암발생의 위험인자로 인식되어 온 많은 위해 요소들을 회피하도록 돕고 유산소운동을 꾸준히 하는 것과 같이 암발생위험을 낮추는 생활습관을 갖는 것과 같다. 또한 유방암 소인과 같은 유전적 위험요소 같은 내재적 요인이 있는지 살펴보아 그에 맞는 전략을 세우는 것도 이에 속한다.


둘째로는 암 백신 개발이다. 현재의 암예방 백신은 자궁경부암의 발생을 감소시키는 HPV 백신, 간암의 발생을 낮추는 HBV 백신과 같이 암을 유발하는 원인 바이러스에 대한 간접적인 예방 방법을 말한다. 암세포 자체에 대한 백신이 개발되어 우리 몸의 면역 세포들이 암세포에 대해 면역체계로 억제하는 그런 직접적인 암 vaccine은 전이성 전립선암의 치료에 허가받은 시푸류셀-T (Sipuleucel-T, 상품명: 프로벤지® Provenge®)같이 이미 암이 발생한 환자에서 치료적 개념으로 사용되는 것은 있으나 암 발생 전 예방으로 개발된 것은 아직 없다. 이는 암세포가 우리 몸의 정상 세포가 변이 된 것이고 어떤 세포가 앞으로 암세포로 변할지 미리 예측하여 '예방' 백신을 투여할지는 개인별로 알 수 없기 때문인데, 일부 유전적 질환으로 인해 예측 가능한 정형화된 암이 있다면 이런 암에 대해서는 향후 개발될 가능성이 있을 것이다.


셋째로는 조기진단을 위한 암 검진 프로그램 등과 같은 접근 방법으로, 치료하기 힘든 암으로 발전하기 전에 암의 발생이나 근치적 치료가 가능할 시기를 포착하려는 전략이 모색되어 왔다. 암검진의 경우는 검진프로그램을 도입함에 따른 전체적인 사망률과 해당 암의 사망률 등 주요 임상 결과에 개선이 입증되었는지가 중요하다. 이제 현재까지 의학적으로 입증된 암 예방 전략에 대해 중요한 몇 가지 항목들에 대해 언급해 보자.


직결장암

첫째 주기적인 대장내시경 검사는 향후 직결장암 발생 빈도나 그로인한 사망을 줄인다. 즉 대장내시경 검진을 통한 선종 제거가 대장암 발생률 및 직결장암 사망률을 감소시킨다는 근거는 많은 연구들을 통해 지지된다(GRADE 근거 수준: 높음 (High)⊕⊕⊕⊕).

미국 예방서비스 특별위원회 (U.S. Preventive Services Task Force)는 45세~75세 연령층, 특히 50~75세의 연령층에게 결장경검사를 권고하며 75세가 넘는 경우 전체적으로 종합적인 이익이 크지 않음으로 의료진이 선별적으로 검진을 고려하도록 권하고 있다.


둘째, 아스피린 저용량 복용은 대장암 발생을 낮추는가? 아스피린은 COX 효소 억제를 통한 항염증 작용 있어, 암 발생의 주요 기전 중 하나로 여겨지는 만성 염증을 억제할 수 있다. 여기에 더하여 아스피린의 항혈소판 작용 또한 암 전이등의 과정을 억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는데, 혈소판은 정상적으로 혈액 응고에 중요한 역할을 하지만, 암세포 주위에 뭉쳐 면역세포의 공격으로부터 암세포를 보호하고, 암세포가 혈관벽에 쉽게 부착하도록 돕기도 하는데 아스피린이 이 작용을 방해하여 면역세포에 더 쉽게 노출되고, 다른 장기로 전이되는 것을 어렵게 만들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와 같은 기전으로 암 예방에 기대를 모았지만 현재까지 암의 위험인자가 없는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일차 예방에서는 그 효과는 입증되지 못하였다.


아스피린을 이전에 암이 없던 사람에게 일차적으로 암예방을 위해 투여한 경우 암발생의 감소효과 감소효과가 있다는 것을 아직 증명하지 못하였다.

대장암에 대해서도 미국의 미국 예방서비스 특별위원회(US Preventive Services Task Force)의 개정된 권고안에서 아스피린이 직결장암의 발생률이나 사망률을 줄일지는 불분명하다고 언급하였다 (JAMA. 2022;327(16):1577-1584 US Preventive Services Task Force). 하지만 기존에 결장에 선종이 있었던 경우와 같은 고위험군에서는 이야기가 좀 달라진다. 한국보건의료연구원의 박지정연구원 등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대장 선종과거력이 있던 환자의 경우 대장선종의 발생/재발 위험이 의미 있게 감소하였다.

하지만 아스피린을 장기간 복용해야 하므로 그 부작용도 고려해야 하는데 제일 고려되는 것은 출혈의 위험의 증가이다. 위 연구진의 연구 결과를 보더라도 출혈의 위험이 상당히 증가하는 것을 볼 수 있다.


따라서 연구진의 결론은 "대장선종의 과거력이 있는 고위험군과 대장암 치료 및 완치 환자에서 아스피린은 대장암의 전구 병변으로 알려져 있는 대장선종 발생 위험을 유의하게 낮춰 대장암 예방효과를 기대해 볼 수 있겠으나, 역시 출혈 발생의 위험이 높은 것으로 나타나 개인의 위험요인과 잠재적 부작용을 고려하여 아스피린 복용이 이루어져야 할 것으로 보았다." (한국보건의료연구원, 의료기술 재평가보고서. 2024 대장암 예방 목적 아스피린)라고 보고서의 결론에서 언급하고 있다.


셋째, 좋은 생활습관은 직결장암의 위험을 줄이는가? 이전의 마라톤과 대장암에 관한 글에서 언급한 바 있지만 꾸준히 많은 양의 유산소 운동을 하여 심폐 체력(VO₂max)이 향상되는 것은 직결장암의 위험을 줄이는 것으로 나타났고 코호트 연구들에 대한 체계적 문헌 고찰, 국제암연구기금과 미국암연구소의 보고서에서도 신체활동이 직결장암의 발생 위험을 줄여주는 것을 보여 주었다.

(증거의 확실성 (GRADE)- 보통 (moderate) ⊕⊕◯)


아래 그림과 같이 Yu등의 연구 결과(Front Oncol 2022)에 따르면 신체활동뿐만 아니라 음식, 흡연, 음주, 신체활동, 비만도와 같은 life style의 종합적인 상태 역시 직결장암 발생에 영향을 주는 것으로 연구되었다. 즉 섬유질 섭취 증가, 가공육 섭취 감소하고 금연과 금주, 신체활동량을 적절히 늘리고 비만하지 않게 유지하는 삶의 스타일이 좋을수록 직결장암 발생의 위험이 낮아진다.




국제암연구기금과 미국암연구소의 보고서(부분발췌)에 따르면 통곡물, 식이섬유, 낙농제품신체활동은 결장암 위험을 낮춘다고 한다.


이상으로 현재까지 알려진 의학적 근거에 입각해 먼저 직결장암의 예방에 대해서 요약해 보면 위험을 높이는 요인들은 가공육, 음주, 비만 등의 요인이 있음으로 이러한 위험요소들을 피하도록 하고 45세-75세 사이에는 주기적인 대장 내시경 검사를 시행하도록 하며 그 이후 연령층은 의사 선생님과 상의하에 이득이 손해보다 낫다고 생각할 경우 시행하도록 한다. 발견된 대장 선종에 대해 용종제거술을 시행한 경우 아스피린 장기 복용이 이후 발생할 대장 선종/암 발생률을 줄여주나 출혈의 위험도 증가함으로 의사 선생님과 상의 후에 장기적 복용을 결정하는 것이 좋겠다. 식이섬유가 풍성한 음식을 섭취하길 즐겨하고 유산소운동과 같은 신체활동을 꾸준히 하는 것이 대장암 발생의 위험을 줄이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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