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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 체중조절 그 너머

현대 의학에서 밝혀진 내 몸, 나의 삶(6)

by 이상무



“주말에 산책하자.” 그러면 돌아오는 대답, “피곤해서 그냥 쉴래요.” 30·40대라면 너무나 익숙한 풍경이다.

흔히 쉰다고 하면 떠오르는 모습은 침대에 누워 있기, 소파에 기대 넷플릭스 보기, 카페에서 스마트폰 들여다보기, 겉으로는 분명 ‘휴식’인데, 왜 피로는 오히려 더 쌓일까?


비밀은 우리 몸의 근육 속에 있다. 근육세포에는 아주 가는 혈관, ‘모세혈관’이 촘촘히 퍼져 있어 운동할 때 산소와 영양분을 공급한다. 그런데 움직이지 않고 가만히 쉬기만 하면 이 모세혈관의 수가 점점 줄어들게 된다. 그 결과, 예전 같으면 가볍게 할 수 있던 일도 금세 숨이 차고 피로해진다. 산소가 부족해진 근육은 젖산을 만들고, 우리 몸은 쉽게 지쳐버린다. 피곤하니 또 눕고, 더 쉬다 보면 혈관은 더 줄고, 피로의 악순환이 반복된다.


쉰다고 운동을 소홀히 하면 오히려 평소 활동에도 젖산 생산이 증가해 피로감이 더 증가할 수 있다.(그림:Chat-GPT)


그러니 진짜 휴식은 단순히 누워 있는 것이 아니다. 나이가 들어도 운동을 하게 되면 근육에 분포하는 모세혈관의 수가 증가하게 된다. 몸이 천근만근으로 피곤하여도 이를 극복하고 몸을 움직이면 처음엔 힘들지만 몸이 점차 가벼워지는 느낌을 받게 된다. 이런 체험을 반복적으로 한 사람들은 오늘도 걷고 내일도 뛰고 기회가 되는대로 산에 오른다.


운동을 함으로 식이조절과 함께 체중 조절이 가능하다는 것을 모르는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6Kg 빼기에서 저자의 체험도 공유한 적이 있다. 또한 심폐기능이 증가하고 성인병을 예방할 수 있다는 사실도 이젠 잔소리처럼 들린다. 그런데 운동의 효과는 우리가 아는 것 이상을 넘어선다. 이번 글에서 그중 몇 가지를 알아보도록 하자.


통계청에 따르면 2023년 기준으로 기대수명이 남자는 80세, 여자는 86세라고 한다. 그런데 "기대수명에서 질병 또는 장애를 가진 기간을 제외한 수명으로, 신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특별한 이상 없이 생활하는 기간"을 의미하는 건강수명의 경우 남자는 70세, 여자는 74세로 10여 년의 노년기의 삶은 건강에 장애가 생긴 채 지내야 한다는 것을 알 수 있는데, 일본의 연구 결과를 도식화한 다음 그림을 보면 운동을 별로 하지 않은 사람에 비해 산으로 들로 오르락내리락 걷는 운동을 열심히 한 사람들은 돌아가실 때까지 다른 사람의 도움을 필요로 하지 않고 산다는 것이다. 평지를 꾸준히 걸은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낫긴 하지만 타인의 도움을 필요로 하는 시간을 늦출 뿐이었다. 오르락내리락하는 운동은 평지를 걷는 것에 비해 강도가 높고 사용하는 근육들도 다양하니 근육을 포함한 신체의 기능을 유지하는데 더 유리하였을 것으로 생각할 수 있다.



핵가족 시대에 자신의 노년에 가족들이 자신의 수발을 들어줄 것을 기대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나 혼자서도 마지막 때까지 생활할 수 있는 신체 조건을 만들어 놓는 것이 너무나도 중요하다. 노년기의 삶의 질을 낮추지 않으려면 꾸준히 건강나이를 유지하도록 투자하여야 하는 것이다.


신체적 기능만 유지하면 뭐 하냐고 반문하는 사람도 있을 수 있다. 인지 능력이 떨어지면 마찬가지로 타인의 도움을 필요로 하지 않겠냐고 말이다. 맞는 말인데 운동은 우리의 뇌 기능까지도 향상시킨다. Pittsburgh 대학교의 Erickson 등의 연구결과(Proceedings of the National Academy of Sciences 2011 Jan 31;108(7):3017–3022)에 따르면 '중간 강도의 유산소 운동이 해마의 부피 위축을 막고 오히려 되돌릴 수 있음을 명확히 보여주었으며 또한, 이러한 뇌 구조의 긍정적 변화는 실제 기억 기능 향상으로 이어진다는 중요한 사실'을 밝혔다.

이 연구진들은 건강하지만 주로 앉아서 생활하는 노년층을 대상으로 1년간의 유산소 운동이 뇌 구조, 특히 기억을 담당하는 해마(hippocampus)의 크기와 기능에 미치는 영향을 무작위 대조 임상 시험(RCT)으로 진행하였다.


치매가 없는 55~80세의 노인 120명을 무작위로 두 그룹으로 나누어 유산소 운동 그룹 (60명)은 일주일에 3일, 중간 강도의 걷기 운동 수행하였고 스트레칭 그룹 (60명)은 대조군으로, 스트레칭과 가벼운 근력 운동 수행만 하였다. 연구의 결과 값은 연구 시작 전, 6개월, 1년 후에 MRI를 통해 뇌 부피를 측정하고 공간 기억력과 체력(최대산소섭취량), 혈중 BDNF(뇌유래 신경영양인자) 수치로 평가되었다.

연구가 종결된 후 결과를 보니 해마 부피의 경우 1년간의 유산소 운동 그룹은 좌우 해마의 부피가 각각 2.12%, 1.97% 증가했고 반면, 스트레칭 그룹은 부피가 1.40%, 1.43% 감소하여 일반적인 노화 관련 위축 현상을 보였다. 이는 유산소 운동이 노화로 인한 해마 부피 감소를 1~2년 정도 되돌릴 수 있음을 의미하였다. 또한 해마 부피가 더 많이 증가한 참가자일수록 공간 기억력 수행 능력이 더 크게 향상되는 직접적인 연관성이 나타났다. 해마 부피 증가는 신경세포 성장과 생존을 촉진하는 뇌유래 신경영양인자(BDNF)의 혈청 수치 증가와 연관성이 있게 나타났다.

기억과 학습과 관련된 해마의 용적이 (A) 파란 선인 운동 군에서 붉은 선인 스트레칭만 한 군에 비해 증가한 것을 볼 수 있다.


이러한 연구는 다른 여러 연구를 통해서도 비교적 일관되게 관찰되었는데 Northey(Br J Sports Med 2018;52:154–160), Kim(Phys Ther Rehabil Sci 2022, 11, 304-310)의 체계적 문헌고찰을 통한 의학적 근거를 살펴보는 연구에서도 운동이 인지 기능을 향상한다는 것을 밝힘으로 지지되었다. 근거의 수준은 중등도 (Moderate) ⊕⊕⊕◯정도로 평가되며 다수의 연구들에서 비교적 일관성 있게 지지되어 비교적 신뢰할 수 있어 보인다.


운동은 뇌에 대한 영향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정신적인 면에서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데 Cooney (Cochrane Database of Systematic Reviews 2013, Issue 9)는 그의 운동이 우울증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체계적 문헌 고찰 연구에서 여러 형태의 운동이 모두 우울증의 개선에 긍정적 효과를 보이는 것을 보여주었다.


유산소운동(걷기, 달리기 등)이나 저항성 운동(웨이트 트레이닝 등) 모두 우울증의 개선에 긍정적 효과를 보였다.


운동의 효과는 여기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다. 우리 몸의 기능을 활성화하는 다양한 '사이토카인'을 분비하는데 운동 시 근육, 지방, 간 등 다양한 조직에서 수십 종류의 중요한 사이토카인이 분비되어 전신의 세포 기능을 조절하는 중요 역할을 수행한다. 대표적인 마이오카인으로서는 염증 반응을 조절하는 인터루킨-6 (IL-6), 지방을 분해하여 에너지원으로 전환하는 것을 촉진시키는 아이리신 (Irisin), 신경세포의 기능을 활성화시키는 뇌유래 신경영양인자 (BDNF) 등 수많은 세포들의 기능을 활성화시키는 인자들의 생성이 증가하게 된다.


운동은 청소년에서나(Collins. Sports Med Open 2019;5:29), 노인연령층에서나 (Mijalković. Front Public Health 2025 Jun 10:13:1595087) 모두 자신감을 고취시킨다는 것 역시 연구를 통해 밝혀져 왔다. 즉 운동을 통해 사람들은 사회적으로 자신감을 얻고, 당당해진 자세와 활기찬 에너지로 대인관계에서도 긍정적으로 대하며 사람들을 만날 때 위축되지 않고, 자신을 더 적극적으로 표현하게 되어 사회적 관계의 질을 높일 수 있다.

운동은 뇌건강을 활성화 시키는 영향을 끼친다. (그림: Chat-GPT)

지금까지 우린 운동이 체중조절이나 심폐기능의 효과에 국한되지 않고, 노년기의 건강수명 관련 자기 관리능력 유지, 인지능력 향상, 우울증 개선, 자신감 향상 등과 같은 수많은 긍정적 기능을 한다는 것을 의학 연구들을 통해 밝혀져 온 것에 대해 살펴보았다. 운동하기 원치 않는 사람은 운동하지 않을 수천 가지 이유를 들어 신발끈을 묶지 않는다. 하지만 동기 부여가 확실히 된 사람은 비바람이 쳐도 운동할 기회를 찾을 것이다. 노르웨이 사람들은 '운동하기에 좋지 않은 날씨는 없다. 다만 적합하지 않은 옷이 있을 뿐이다'라고 말하며 핑곗거리를 찾는 사람들에게 일침을 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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