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의학에서 밝혀진 내 몸, 나의 삶 (5)
우리 몸의 세포는 30~37조 개의 세포들로 구성되어 있다고 하며, 조직마다 천차만별이긴 하지만 대략 매일 새로운 세포로 교환되는 것은 우리 몸의 전체 세포의 0.2~ 0.6% 정도 차지한다고 한다. 누가 살아있는 사람에게서 실시간으로 이 수를 제대로 다 셀 수 있겠는가? 추측건대 그렇다는 것이다. 이렇게 수많은 세포가 새로 생성되는 과정 중 유전자의 복제 과정에서의 오류나 발암물질에 의한 영향으로 비정상적으로 증식하는 변형된 세포들이 생기게 되는데 이 세포들이 적절한 환경을 만나면 제한 없이 증식하며 암으로도 발전할 수 있게 된다. 사람의 몸에서는 대략 하루에 천 개에서 만개 정도 이런 세포들이 만들어진다고 하는데 이 역시 누가 대단위 샘플을 통해 일일이 각 사람에서 발생한 그런 세포들의 수를 다 세어 보고 통계적으로 구한 정교한 수는 아니고 추산에 의한 것이므로 대략 그렇겠다는 이야기이다.
그러면 우리 모두가 암이 발생할 것 아니냐고 두려워하며 말하겠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기대수명까지 암발생확률은 남자가 37.7%, 여자는 34.8%(2023년 복지부 자료) 정도 되며 암발생이 급격히 증가하는 것도 60대 이후이니 비교적 우리 몸은 매일 새로 생기고 있는 암세포들을 잘 억제하고 통제아래 두고 있는 셈이다.
이렇게 비교적 암이 통제되는 미세현장에 들어가 보면, 우리 몸의 면역체계와 매일 발생하고 있는 암세포 간에는 쫓고 쫓기는 스파이 전쟁을 방불케 하는 일들이 일어나고 있다. 절대 과장하여하는 말이 아니다. 우리 몸에는 면역 순찰팀이 존재한다. 일종의 검문검색 팀인데 체내 세포들 사이를 돌아다니며 정상적인 세포인지, 바이러스에 감염되었거나 암세포와 같은 비정상 세포인지 스캐닝을 하고 다닌다. 각 세포들은 이 검문검색에서 자신의 신분증을 제시하여야 하는데, 이것이 세포막 유동성이란 이전 글에서 언급하였던 것처럼 세포막에 당단백질(glycoprotein) 복합체의 일종인 주조직적합성복합체(Major Histocompatibility Complex, MHC)이다. 이 물질이 우리 몸의 면역계에서 '나'와 '남'을 구별하는 신분증 역할을 한다.
MHC를 통해 제시되는 정보는 각 세포의 고유 신분증인 셈인데 우리 몸의 면역 세포가 아군과 적군(병원체에 감염된 세포나 암세포, 이식된 타인의 세포 등)인지 식별하고, 공격 여부를 결정하는 중요한 정보를 제공한다. 세포 인식 측면에서 MHC에는 I, II 두 가지 종류가 있는데 이중 종양세포를 포함한 핵을 가진 세포는 MHC class I을 통해 정상 세포에는 전혀 존재하지 않고 오직 암세포에만 특이적으로 나타나는 종양 특이 항원 (Tumor-Specific Antigens, TSAs)인 항원물질을 제시하게 되는데 순찰 중이던 세포독성 T세포(CD8+ cytotoxic T cell)가 검문검색을 실시하던 중 비정상적 항원을 인식하게 되면 종양세포를 죽이게 된다. 이러한 신분증 제시는 Interferon-γ에 의해 강화되는데 무언가 면역계가 이상 징후를 감지하여 Interferon-γ와 같은 사이토카인을 분비하게 되면 각 세포들은 신분증 제시를 명확히 해야 함을 공지받게 되는 셈이다.
종양세포는 이를 회피하기 위해 다양한 방식으로 MHC 경로를 억제하거나 이를 조작해 면역 회피를 시도하지만, 신분증이 없으면 오히려 NK 세포라는 다른 세포의 표적이 된다. NK 세포는 특정 정보 검색 능력은 없지만 신분증을 제시하지 않으려는 세포를 처단하는 강력한 세포이다. 모든 정상 세포는 MHC class I을 표면에 발현하여 자신이 같은 몸의 정상 세포임을 입증하여야 하는데 이를 회피하려는 세포는 NK세포에 의해 제거되는 셈이다.
쫓고 쫓기는 것은 이것이 다가 아닌데, 세포독성 T세포의 기능이 너무 강화되면 자칫 자신의 세포까지도 해칠 수 있으므로 이 세포가 화가 나지 않도록 자제시키는 T세포 표면에 PD-1과 CTLA-4라는 면역관문(immune checkpoint) 수용체가 있다. 여기에 대응하는 수용체가 상대 세포에 있으면 이 세포독성 T세포는 활성화되지 않게 된다. 일부 암세포는 PD-1에 대응하는 PD-L1이란 물질을 세포표면에 표현하는데 이렇게 하여 세포독성 T세포에 의해 사멸되는 것을 회피하게 된다. 이런 경우에 면역관문억제제(Immune Checkpoint Inhibitors:ICS)라는 암 면역치료제를 사용하면 이렇게 회피하여 생존하려는 암세포를 우리 몸의 면역체계가 사멸할 수 있게 도와줌으로 암의 치료에 획기적인 도움을 준다.
이러한 면역관문억제제는 세포독성 T세포의 기능을 진정시키는 작용을 하는 부위에 대한 항체로서 PD-1, PD-L1, CTLA-4에 대하여 각각 항체가 개발되어 사용되고 있고 니볼루맙, 펨브롤리주맙, 아테졸리주맙, 더발루맙, 아벨루맙 등의 수많은 약들이 개발되어 사용되고 있다. 정확한 통계는 알 수 없겠지만 대략 2023년 기준으로 전 세계 항암제 매출이 1960억-2250억$ 정도인데 이의 20-25% 정도에 해당하는 480억$ 정도의 매출이 ICS계열의 면역치료제들이었고 매년 성장률도 11-18% 정도 된다고 추정하고 있어 암에 대한 현대 의학의 치료적 접근에서 이제는 중추적 역할을 담당한다고 할 수 있다. 이 숨 막히는 세포들 간의 스파이 전쟁에 제약업계와 의료진들이 개입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 글을 쓰는 것은 의학공부를 하자는 것은 아니므로 이제 이 정도 설명하고 본론으로 돌아와 보자. 그렇다면 지금도 발생하고 있는 내 몸 안의 암세포들을 검문검색하며 일일이 찾아내어 사살하고 억제하고 있는 면역체계를 어떻게 강화할 수 있는가? 어떻게 교활하게 변신해 가는 암세포의 회피 전략에 대응하여 우리 몸의 세포독성 T세포나 NK세포가 활성화돼서 발생하려는 암을 제압하게 할 것인가?
현미경적 세계에서 일어나는 일이라 내가 할 것이 없다고 방치할 것인가? 이 사실을 알았으니 병원에 달려가 매일 발생하는 암세포를 없애달라고 의사 선생님을 붙잡고 하소연할 것인가? 그리한다 해도 의료진은 가시적으로 보이는 수준으로 암이 자라기 전까지 우리에게 해 줄 수 있는 것은 하나도 없다. 전적으로 우리가 이에 대한 의학 건강 지식을 잘 이해하고 예방적으로 생활 습관을 세워나가야만 한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암에 대한 면역기능을 강화할 수 있을까?
미국의 국립암연구소(National Cancer Institute)에 따르면 암예방을 위한 생활 습관에 대해 다음과 같이 권고하고 있다. 첫 번째는 신체활동(Physical activity)을 활발히 하라는 것이다. 앉아 있거나 누워서 TV를 보는 것과 같은 것을 가급적 피하고 걷기, 달리기, 수영, 청소와 같은 가사활동 등을 활발히 하라는 것이다. 연구 결과 밝혀진 것만 보더라도 방광암의 경우 신체활동이 높은 군이 제일 낮은 군에 비해 15% 정도 발생위험이 낮았고, 유방암의 경우 12–21% 낮았으며 대장암의 경우도 19% 정도 낮았고 자궁내막암의 경우는 20% 식도암도 21%, 위암의 경우도 19% 정도 낮게 나타났다. 이 정도면 운동을 하지 않는 것은 암 발생의 위험을 증가시키는 요인이 아닐 수 없다. 그럴 뿐만 아니라 암에서 치료된 환자들에게도 이러한 중등도 운동과 근력운동은 생존율 향상하는데 유방암의 사망률을 40~42% 감소하고, 대장암 사망률은 30% 정도 감소되었고 전립샘 암의 경우 33% 정도 낮게 나타나는 등 암치료 과정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두 번째는 균형 잡힌 식단을 갖되 특히 다양한 색깔의 채소와 과일 섭취하고 비타민, 미네랄이 풍부한 음식으로 브로콜리, 마늘, 양파, 베리류 등을 즐겨 먹고, 양질의 단백질(생선, 콩, 살코기 등)을 충분히 섭취하며 가공식품, 탄 고기, 트랜스 지방 등은 피하여 만성적인 염증감소 시켜 면역 체계를 상승시킨다. 요구르트, 김치, 된장 등 발효식품을 통해 장내 유익균을 늘리는 것이 도움이 된다. 그 외에도 충분한 수면, 스트레스 조절이 중요한데 이는 이전 글 근심은 뼈를 말리나에서 언급한 것과 같다. 비만을 피하고 흡연이나 음주도 피하는 것이 암예방에 필수적인 요소이다.
이러한 생활 습관 즉 중등도의 운동, 채소와 과일에 풍부한 항산화물질들, 등 푸른 생선등에 풍부한 Omega-3 지방산과 균형 잡힌 식사는 NK 세포와 T 세포를 활성화시키는데 세포들의 기능과 증식에 도움이 된다, 반대로 만성 스트레스와 이로 인한 만성 염증은 이전에 언급한 대로 면역기능을 저하시킴으로 이에 대한 정신적 대처 훈련 또한 면역 강화에 도움을 준다.
2025년 올해 British Journal of Sports Medicine이란 학술지에 게재된 중앙 연령이 63세인 성인 85,000명을 대상으로 한 영국의 연구 결과를 보더라도 이러한 권고가 최근 연구에서도 뒷받침된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참가자들은 1주일 동안 손목 가속도계(wrist accelerometers)를 착용하여 통해 총 일일 활동량, 활동 강도(저강도, 중-고강도), 일일 걸음 수를 객관적으로 측정하여 평균 5.8년 동안 추적 관찰한 결과, 5,000보를 걷는 사람과 비교했을 때, 하루 7,000보를 걷는 사람은 암 발생 위험이 11% 낮았고, 하루 9,000보를 걷는 사람은 암 발생 위험이 16% 낮았으며 그 이상에서는 더 추가적으로 감소되지는 않았다. 이 연구 결과 총 걸음 수(양)와 관련이 있었다는 것을 관찰할 수 있었고 이 문헌의 근거의 수준은 (GRADE) 평가 시 중등도 (Moderate) ⊕⊕⊕◯에 해당하는 정도에 해당하였다.
이제 긴 이야기의 결론을 내리도록 하자. 우리 몸엔 오늘도 암세포의 잠재력을 가진 세포들이 발생하고 있지만 면역감시체계가 작동하며 이를 억제하고 있다. 우리가 잠들었던 일하든 인식하고 있든 그렇지 않든 말이다. 이런 세포의 기능은 우리의 생활 습관에 따라 약화될 수도도 있고 강화될 수도 있다. 이 치열한 세포 전쟁이 일어나는 나의 몸의 주인으로서 내가 해야 할 일은 앞선 글에서와 같이 일관성 있게 말할 수 있는데, 잘 먹고, 잘 쉬고, 잘 활동하고 그리고 항상 기뻐하고 모든 일에 감사하는 것이다.
글: 이상무, 대문 그림: Gemini, 본문그림: Chat-GP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