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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상무 Aug 19. 2020

6Kg  빼기

 160/100 mmHg. 두세 번 반복해도 이번에는 더 내려가지 않았다. 이젠 약을 먹어야 하나? 과거에도 좀 느슨하여 운동이나 먹는 것의 제한을 좀 느슨하게 하면 혈압은 매우 과학적으로 올랐고 좀 열심히 하면 수학적으로 혈압은 내려갔다. 그래서 혈압은 언제든지 맘 만 먹으면 내릴 수 있는 것으로 생각했는데, 최근 운동을 하루에 만 팔천 보정도 매일 걷는 탓에 잘 조절되고 있으리라 생각했는데 냉정하게 보여주는 수치를 보니 낙심이 되었다. 이렇게 까지 하고 있는데 고혈압이니 이젠 매일 약을 먹어야겠구나 하는 약간의 체념 어린 생각이 들었다. 매일 약을 먹는다는 것, 그리고 주기적으로 의사 선생님을 만나러 가야 한다는 것이 얼마나 귀찮은 일인가? 체중계에 올라 보니 74 Kg을 넘었다. 아니 이렇게 매일 걸었는데 체중이 왜 이렇게 올랐지? 매일 운동을 나름 열심히 하다 보니 사실 최근에는 먹고 싶은 대로 먹었던 것이 사실이었다.  키는 168Cm, 동년배 여자들 치고는 키가 큰 편인 아내는 나보고 가끔 키가 작다고 놀리곤 한다. 그래도 중학교 2학년까지는 학급에서 60번대였다. 당시 키 작은 사람부터 번호를 매겨 제일 키가 큰 사람이 가장 뒤 번호를 받게 되고, 번호순으로 자리를 배정받다 보니 항상 뒤쪽에 앉게 된 시절이었다. 그러다 맹장 수술을 받게 된 후부터는 더 이상 키가 자라지 않았다. 친구들은 170, 175 계속 자라는데 난 거기서 성장이 멈추어 버렸다. 168Cm에 74Kg이면 BMI가 26으로, 근육 양이 많다고 우길 수 없는 나로서는 분명 비만에 체지방이 과잉인 것은 틀림이 없었다. 거기에 메뉴 선택이 가능할 때는 돈가스, 튀김류, 빵 이런 온갖 입이 좋아하는 것을 택했으니 최종 결과가 내 탓인 것은 분명했다.


 이제 그만 분투하고 병원에 가라는 아내의 권고에, 이젠 더 이상 애쓰지 말고 그래 병원에 가자는 생각이 한편 있었지만, 그래도 음식조절이라도 한번 더 해보고 그래도 안되면 하겠다고 말하고 그게 될까라는 생각을 하면서도 마지막 노력을 해보자고 다짐했다. 프랑스에서 의사 처방에 따라 사회운동지도사가 소그룹으로 사람들을 데리고 처방된 운동을 시키고 확인해주지 않으면 보험으로 진료를 받지 못한다는 것을 들었고 그렇게 한 결과 많은 사람들이 당뇨약과 고혈압약을 중단할 정도로 개선되었다는 이야기를 들었던 터라 실낱 같은 희망을 갖고 다시 시작해보기로 하였다.   당시 이미 아침 식사는 드레싱을 하지 않은 각종 채소에 여러 제철과일을 올려 먹고, 통밀 식빵 한 조각, 닭 가슴살 작은 조각, 토마토와 버섯을 약 불에 익혀 모차렐라 치즈를 얹어 먹는 식사를 하고 있었으므로 저녁 식사도 샐러드와 통밀 빵 한 조각에 단백질은 계란이나, 명태살 가공 식품, 저지방 우유 등으로 공급받기로 하고 저녁 식단을 바꾸었다. 점심 식사는 직장 카페 떼 리아에서 정해진 그날의 메뉴가 있으니 가급적 현미밥을 반 공기 정도 먹고 반찬은 충분히 먹는 전략을 세웠다. 이미 생활 속에 출퇴근 길에 40-50여분의 걷는 습관을 세웠고, 걷기의 효과는 이미 체득한 바라 파워 워킹을 일부 구간에서 하며 좀 더 빨리 걷기로 하였다.


 이렇게 식사 패턴을 바꾸고 메뉴를 선택할 기회가 있더라도 튀기거나 백미나 흰 밀가루로 만든 음식을 의도적으로 피하다 보니 평소 내가 얼마나 건강하지 않은 음식들도 먹어왔는지 실감이 갔다. 제한해 보니 자신의 음식 습관이 얼마나 건강하지 못하였는지 폭로되었다. 내가 먹은 것이 나다라는 말은 흔히 회자되고 있다. 누가 이 말을 처음 하였을까 하고 찾아보니 1826년 프랑스 작가 Anthelme Brillat-Savarin이란 사람이 “당신이 먹는 것을 알려주세요, 그러면 당신이 어떤 사람인지 말해드리겠습니다.”에서부터 회자되어 온 것이라고 한다. 우리나라에서도 身土不二라는 말이 있다. 내가 거주하는 땅과 나는 다르지 않다는 말로 결국 내가 태어나서 지금까지 먹어온 것이 나를 조성한다는 말이다. 이는 매우 과학적인 말로 우리 몸의 구성성분을 분석해보면 결국 흙의 성분으로 되어 있는 것이고 이 흙의 성분은 다 지금까지 음식으로 먹으므로 내 안에 들어와 대사작용을 거쳐 나의 성분으로 조성된 것이다. 태어나서 지금까지 우리가 먹은 것은 크게 식물과 육류이고 소, 돼지는 식물을 먹어서 조성된 것이고 식물은 흙에서부터 나왔고 따라서 우리 몸을 조성하는 탄소, 질소, 산소, 철분, 마그네슘, 칼슘 등의 모든 성분은 우리가 먹과 마신 것의 최종 산물인 셈이다.  


 나는 생명의 떡입니다. … 이것은 하늘에서 내려오는 떡이니, 누구든지 이것을 먹으면 죽지 않습니다. … 살아계신 아버지께서 나를 보내셔서 내가 아버지로 말미암아 사는 것 같이, 나를 먹는 그 사람도 나로 말미암아 살 것입니다…. 그러자 제자 중 많은 사람이 듣고 “ 이 말씀은 어렵습니다. 누가 알아들을 수 있겠습니까?” 하니, … 그때부터 제자들 중 많은 사람이 떠나서 되돌아가고, 더 이상 예수님과 함께 다니지 않았다. (요한복음 6장 중에서)


 먹는 것에 대해 제한을 하면서부터 내 몸에 얼마나 불필요한, 심지어 해롭기까지 한 것들을 즐겼던가? 하는 것이 깨달아졌다. 그런데 먹는 것만 나를 조성하겠는가? 내가 보는 것, 들은 것, 읽은 것들은 내 생각을 조성한다. 어떤 것들은 잘못 보았는데 그것의 영향을 지우기가 쉽지 않다. 폭력적인 것들을 계속 보다 보면 폭력적인 생각이 튀어 올라오는 것에 깜짝 놀랄 때가 있다. 이런 쓰잘데 없는 생각을 하다니 하면서 말이다. 요즘 성폭력, 페미니즘과 같은 말들이 사회적으로 화두가 되고 있는데 이런 일들과 연관된 사건들을 비평적 시각으로 언론에 크게 보도하고 있다. 그런데 그 언론사의 사이트에는 선정적 문구들과 함께 과다 노출된 사진들이 버젓이 실리고 있다. 한 면에서 이런 내용들을 송출하며, 이런 내용들을 보고 영향을 받았을 어떤 사람의 일탈을 비난하며 게재하는 모습을 어떻게 해석해야 하나 싶다. 클릭 수를 늘리려면, 독자의 시선을 뺏으려면 직간접적으로 이런 내용을 금할 수 없다고 항변할지 모르지만 近墨者黑이다. 비난하는 자나 비난받는 자가 그렇게 달라 보이지 않는다. 


 우리 존재는 그릇과도 같아서, 그릇 자신도 중요하지만 무엇을 담느냐가 더 중요하다. 물질적인 몸에 있어 우리가 섭취한 것이 우리 존재를 조성하듯이, 우리의 내적 존재 또한 우리가 바라본 것, 추구해온 것, 들어온 것에 의해 조성된다. 몸의 건강을 위해 어떤 것을 먹을지 세심한 선별이 필요하듯이, 우리 존재를 위해서 어떤 것을 바라볼지, 추구해야 하는지가 더욱더 중요하다. 일부 신체 구성성분은 체성분분석기나 MRI를 사용하여 측정할 수 있는데, 우리의 내적 존재의 구성성분을 객관적으로 측정할 수 있는 장치는 없을까? 만약 있다면, 나의 구성 성분은 어떻게 될까? 내가 먹은 것이 나를 조성하는데 그동안 나의 내적 존재를 위해 내가 먹어 온 것, 흡수해 온 것은 무엇일까? 


 일 개월이 지나고 이 개월이 지나면서 체중은 점차 72Kg으로, 70Kg으로 줄어 갔다. 3개월이 지난 최근 체중은 68Kg까지 줄었다. BMI는 24로 비만의 범주에서 탈출하게 되었다. 문제는 혈압인데 중간에 체중이 줄어 가도 혈압은 크게 떨어지지 않아, 이번에는 안되나 보다 하고 있는 참에 68Kg까지 줄어든 지 1주일, 오늘 혈압측정을 위해 의자 앉았다. 마음을 가라 앉히고, 안정을 취한 다음 측정을 하였다. 126/72mmHg. 기뻐 스마트폰으로 찍으려 하니 이내 숫자가 사라져 버린 후였다. 가족들에게 카톡으로 알리니 제일 먼저 아내가 응답한다. "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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