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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상무 Aug 29. 2020

비움

 의과대학 시절만 해도 성장한 사람의 뇌세포는 더 성장하지 않는다고 배웠다. 중추신경은 손상되면 회복이 안 된다는 것이 그 당시 의학지식에 따른 정설이었다. 그러나 최근 뇌과학에 대한 연구가 급속도로 진행되면서 성인의 경우에도 중추신경에 적절한 자극이 가해지게 되면 신경의 연결 망이 급속도로 뻗어나가며, 뉴런 간 새로운 연결을 형성하게 되고, 뇌피질의 개편도 일어날 수 있게 된다는 것이 밝혀졌다. 새로운 뇌세포의 생성도 과거 후각 신경과 기억과 관련된 해마체에 국한된 것으로 알았으나, 소뇌를 포함한 뇌의 다른 부분에서도 일어난다는 것이 밝혀졌다. 이러한 현상은 나이가 들어서도 생애 전체를 통해서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이 알려지게 되었다. 또한 조기 치매 같은 경우도 인지훈련을 통해 인지능력이 향상될 것이 기대되어 약물치료만이 아닌 비약물적 치료의 중요성도 강조되고 있다. 쉬운 말로 말하면 우리의 뇌는 나이가 들어도 새로운 자극을 받으면 새로워질 수 있고 기능이 개선될 수 있다는 말이다. 심지어 인지 능력까지도 말이다. 이러한 개념을 neuroplasticity(신경가소성)이라고 부른다.


 자기 십자가를 지지 않고 나를 따르는 사람도 나에게 합당하지 않습니다. 자기 혼 생명을 얻은 사람은 혼 생명을 잃을 것이고, 나를 위하여 자기 혼 생명을 잃는 사람은 혼 생명을 얻을 것입니다. (마태복음 10:38-39)


 이러한 신경가소성을 증가시키는데 좋은 자극들은 평소 하지 않았던 것을 시도해 보는 것이다. 나이가 들었어도 새로운 언어 배우기, 뒤로 걷기, 스포츠 댄스 등 평상시 해보지 않았던 것에 도전해 보는 것이다. 그리고 나하고 맞지 않은, 죽어라 생각이 다른 당신의 아내나 남편의 그 생각을 한번 수용해 보라고 개인적으로 권하고 싶다. 아마 당신의 머리에서 김이 올라올지 모르지만 당신의 뇌세포는 매우 건강해질 것이다. 결혼 생활이 30년을 넘은 우리 부부의 경우는 각자 살았던 세월보다 둘이 산 세월이 더 길게 되었다. 그런데 아직도 어떤 일을 바라볼 때 관점이 다르고 이해가 다르고 생각이 다르다. 달라도 너무 다른 경우가 드물지 않다. 이런 상황에 직면할 때마다 내 생각이 항상 옳은 것이 아니다는 것을 다시 깨닫고 자신의 생각을 내려놓는 훈련을 한다. 사실 그렇지 않으면 길이 없다. 이렇게 하려면 자신이 끝나야 하고, 자신을 죽음에 넘기어야 가능하다. 그런데 나 자신의 생각을 내려놓았는데 기묘하게도 내 생각의 폭이 넓어지게 된다.


 우리의 육신의 몸도 사용하지 않으면 위축이 오고 심해지면 기능을 잃게 된다. 인대가 늘어나거나 골절을 입어 장기간 깁스를 하고 나면, 다친 쪽의 움직이지 않았던 발 근육들은 반대쪽 발에 비해 그 근육의 양이 현저히 줄어들어, 깁스를 푼 후에도 걷기 쉽지 않게 된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우리의 뇌도 항상 사용하고, 익숙한 것만 행한다면 뇌의 다른 부분들은 발달을 하지 못하고, 심지어 노인의 시기에 들어가면 위축이 일어나며 따라서 폭넓은 생각을 하지 못하고 편협하게 된다. 지하철에서, 구청에서 자신의 주장을 굽히지 않고 고성을 치는 분들을 드물지 않게 보곤 하는데 이러한 연휴로 인한 것이다.  자신이 일생 배워온 것, 체험한 것, 들어온 것 들의 테두리 안에 생각하는 것이 항상 옳다는 것을 내려놓지 못한다면 우리의 생각은 편협해지고 이렇게 시간이 지나 노년에 이른다면 우리는 폭넓은 생각, 남을 배려하는 생각은 하고 싶어도 할 능력이 없게 된다. 그렇다고 참되지 않은 것들을 받아들이거나 거짓된 것을 받아들이라고 말하는 것이 아니다. 나의 생각이 참된 것이 아닐 가능성, 내 관점이 틀릴 수 있다는 것을 인정하고 참된 것을 찾아보라는 것이다. 이렇게 하는데 지금도 늦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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