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월이 시작되고 폭풍 같은 일주일을 보냈다. 예정대로 되는 일은 하나도 없었다. 자식을 키운다는 건 아이가 어린 것과 상관없이 매번 아이가 모든 일의 영순위로 끌어올려진다는 뜻인지 모른다.
난생처음 새벽 기상을 해 보겠다고 미션을 신청했다. 이런저런 일들로 공부가 뒷전인 걸 더 이상 두고 볼 수 없었다. 돈을 핑계 대기엔 남편이 벌었고, 내 주머니로 들어오는 돈은 쥐꼬리만 했다. 더 이상 학위를 미루기엔 지금도 너무 많은 나이였다. 그러나 결언했던 다짐은 이틀에 한 번 꼴로 이어지는 아이의 등교 거부와 과민성 대장 증후군, 복통, 설사, 구토, 불안한 심리 상태 앞에서 형체도 없이 허물어졌다. 결심이 자리했던 자리엔 그만큼의 화가 겹겹이 쌓였다. 그리고 지난 수요일. 전쟁 수준으로 빵! 온 가족이 터져 버렸다.
엄마는 내가 필요할 때 없었잖아. 그 말이 계속해서 나를 할퀴었다. 아이의 응어리진 마음을 푸는 방법을 알지 못했다. 기다리는 수밖에는 없었다. 말을 아끼고 방문을 사이에 두고 톡으로만 대화했다. 비난과 분노와 슬픔과 절망이 펄펄 끓는 톡 창을 보고 있으면 속이 꽉 막혔다. 일을 하려고 노트북을 켰지만 집중할 수 없었다. 자꾸만 눈물이 자판으로 굴러떨어졌다.
이틀이 지난 이른 아침, 개킨 빨래를 들고 방에 들어갔을 때 아이가 깼다. 안아 달라고 했다. 아이의 불안이 다시 찾아오지 않도록 빈틈없이 아이를 안았다. 그리고 사과했다.
-소리 질러서 미안해. 화내서 미안해. 네 얘기 안 들어줘서 미안해. 엄마가 잘못했어.
아이가 팔을 풀고 씽긋 웃었다.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 짓는 저토록 가벼운 웃음을 얼마 만에 보는지. 금세 눈물이 고였다.
일은 점점 더 밀렸고 공부는 한 줄도 못 했다. 급기야 납기를 해야 하는 오늘. 엄마랑 둘이 밥 먹으러 가고 싶다는 말에 그러자고 했다. 사고 싶은 화장품이 있다기에 오케이! 같이 가자고 했다. 집 밖으로 나온 즉시 아이는 떨어져 걸었지만 개의치 않았다. 식당에서 휴대폰을 보고 있어도 별다른 말을 하지 않았다. 아이 손에 묻은 소스를 보고 자리에서 일어나 물티슈를 가져다 주었고, 더 먹고 싶은 건 없는지 물어보는 것에서 멈췄다. 종류가 너무 많아 뭐가 좋은지 모르겠다고 해서 점원에게 가서 물어보고 적당해 보이는 것을 권했다. 이것저것 발라 보고 아이가 고른 것을 카운터에 가져가 물건값을 계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