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지금 여기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어슴푸레 Oct 21. 2024

시도 때도 없이 툭

  -자, 제 근황은 다 전했으니 이제 샘 차례예요. 무슨 일이에요.

  -짐작한 대로예요. 작은애 마음이 아파요. 다 나 때문이에요.

  -왜 샘 때문이에요.


  3개월 만에 윤희 샘을 만났다. 그간의 이야기를 감정 빼고 사실만 전달하려고 했다. 그러나 역부족이었다. 말을 더 잇지 못하고 식은 파니니만 톱질하듯 썰었다. 접시에 눈물이 툭 떨어졌다. 윤희 샘이 어깨에 손을 올리고 내 잘못이 아니라고 했다.   


  -토요일에 상담 결과를 듣고 악몽을 꿨어요.

  -어제는 머리가 깨질 것처럼 아파서 하루 종일 누워 있었어요.

  -그래도 다행이라고 생각해요. 마주하기 두려워 피하고만 있던 밑바닥을 마주할 기회를 아이가 주었으니.


  한 시간 남짓 소화 불량에 걸릴 만한 말들만 늘어놓았다. 묵묵히 들어주고 공감해 주고 눈물 흘려 준 윤희 샘에게 뭐라 말할 수 없었다. 점심시간이 지나 카페 밖으로 나왔다. 무심히 던진 한마디에 또 한 번 눈물이 도로 바닥으로 떨어졌다.


  -샘. 최고는 아니더라도 매순간 최선을 다했잖아요.

  -멍 잡히면 아무 고민하지 말고 전화해요. 어디서 혼자 울고 있으면 더 속상할 거 같아요. 울지 마요.


  원 앞에서 헤어지며 우리는 악수를 하고 끌어안았다. 윤희 샘의 체온이 양어깨에 서리었다.


#위로#위안#공감#경청#오늘내가받은이배려는그토록채워지지않던딸애의것이었을까#부모의양육태도다섯가지#지지표현#합리적설명#성취압력#간섭#처벌#이제라도바로잡을수있기를#육아#청소년기#어른아이#내면아이#애어른#트라우마#심리상담#글쓰기#솔메이트

매거진의 이전글 어머니의 음식 앞에서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