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 제 근황은 다 전했으니 이제 샘 차례예요. 무슨 일이에요.
-짐작한 대로예요. 작은애 마음이 아파요. 다 나 때문이에요.
-왜 샘 때문이에요.
3개월 만에 윤희 샘을 만났다. 그간의 이야기를 감정 빼고 사실만 전달하려고 했다. 그러나 역부족이었다. 말을 더 잇지 못하고 식은 파니니만 톱질하듯 썰었다. 접시에 눈물이 툭 떨어졌다. 윤희 샘이 어깨에 손을 올리고 내 잘못이 아니라고 했다.
-토요일에 상담 결과를 듣고 악몽을 꿨어요.
-어제는 머리가 깨질 것처럼 아파서 하루 종일 누워 있었어요.
-그래도 다행이라고 생각해요. 마주하기 두려워 피하고만 있던 밑바닥을 마주할 기회를 아이가 주었으니.
한 시간 남짓 소화 불량에 걸릴 만한 말들만 늘어놓았다. 묵묵히 들어주고 공감해 주고 눈물 흘려 준 윤희 샘에게 뭐라 말할 수 없었다. 점심시간이 지나 카페 밖으로 나왔다. 무심히 던진 한마디에 또 한 번 눈물이 도로 바닥으로 떨어졌다.
-샘. 최고는 아니더라도 매순간 최선을 다했잖아요.
-멍 잡히면 아무 고민하지 말고 전화해요. 어디서 혼자 울고 있으면 더 속상할 거 같아요. 울지 마요.
원 앞에서 헤어지며 우리는 악수를 하고 끌어안았다. 윤희 샘의 체온이 양어깨에 서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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