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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아 Oct 15. 2024

넌 오늘 삼겹살을 먹게 될까?

영문도 모르고 배운 영문법


초등학생들에게 문법을 되도록 늦게 가르쳐야한다는 나의 주장은

늘 공허한 메아리.

계란으로 바위치기.

내가 원장이 아닌 이상,

학원의 결정된 커리큘럼에 맞추어

문법 수업도 해야하고 정해진 교재를 써야한다.

아직 끝나지 않은 터널을 빠져나오는 중이니...

생계형 강사를 당장 그만둘 수는 없지만

아무래도... 여긴 더이상 아닌 것 같다.

중고등부 수업할 때는

적어도 이런 죄책감은 안들었는데,

언어적 사고의 발달 수준이 안된 초딩들을 앞에 놓고

문법 수업을 할 때마다 양심에 부대끼는 느낌.

Chat GPT, AI 교육 백날 부르짖으면 뭐해.

정작 성문기초영어, 기본영어 달달 암기 수준에서 못벗어나고 있는데...

고작 쌍팔년대 낡아빠진 문법 수업을 답습하고 있는 영어 사교육 현장의 현실.

그만둘 때 두더라도,

최소한 나한테 배운 아이들이

문법 때문에 영어가 싫어지는 일은 없으면 좋겠다.


수업시간에 가정법을 이해시키기 위해 예를 든 설명.

"얘는 오늘 저녁으로 삼겹살을 먹을 수 있을까?"

이해했다는 눈빛과 끄덕임의 정도가 오늘은 좀 나아진 듯 하네...

아가들아, 영어는 공식이 아니라 '말'이란다.

읽고, 쓰고, 말하고, 느끼고, 생각하는 말...

제발...달달달 외우려고 하지만 말고 느끼고 이해해보자~!




1. If I have money,  I will buy you  삼겹살.

(내가 돈이 있으면, 너한테 삼겹살 사줄게.)


2. If I had money, I would buy you 삼겹살.

(내가 돈이 있으면, 너한테 삼겹살 사줄건데....)


우리말로 해석해보면 거의 차이가 없는 것 같지?근데,

얘들아, 두 문장의 차이가 뭘까?


음..상황으로 예를 들어볼게.

학원 끝나고 엄마랑 같이 집에 가는 길에 식당에서 삼겹살 냄새가 솔솔 나는거야. 엄마한테 저녁으로 삼겹살 먹고 들어가자고 니가 졸랐어. 그때 엄마가 이렇게 말해.


1. If I have money,  I will buy you  삼겹살.

이건, 엄마가 지금 손에 지갑을 들고 계신거야. 근데 얼마가 들었는지, 엄마도 잘 모르는 거지. 지갑을 열어보고 돈이 충분히 있으면, 사주는 거고, 돈이 모자라면 어쩔 수 없겠지? 그니까 너는 오늘 엄마의 지갑에 돈이 얼마 있냐에 따라서 삼겹살 냄새를 풍기며 집으로 가거나, 아니면 그냥 집에가서 집밥을 먹어야 할지도 몰라.


2. If I had money, I would buy you 삼겹살.

자, 엄마가 이렇게 말한다면? 너는 벌름거리고 있는 콧구멍을 얌전히 닫고 삼겹살을 깨끗히 포기해야 해. 이 경우엔 엄마는 지갑을 아예 두고 왔거나, 아까 시장보고 오는 길에 돈을 다 써서 지갑이 텅텅 빈 걸 알고 있거든. 여기서 카드로 사주면 안되나요 이딴 소린 하지 말자. 그게 뽀인트가 아닌건 알쥐??


근데 말이야.. 2번 문장에서는 엄마가 '지금' 삼겹살 사줄텐데.. 라고 하면서 왜 동사를 had,would '과거형'을 썼을까?? 그건 말이지.. 영어에서는 일어날 가능성이 없는 상상 속의 일이라는 것을 듣는 사람에게 알려주기 위해, <일부러>  동사의 시제를 틀리게 쓰자고 약속을 했거든? 현재지만 한 시제 멀어진 과거로. 그러니까 듣는 사람은 시제만 딱 듣고도, '어? 지금 현재 얘긴데 과거로 말하네??  아. 어차피 안되겠구나...엄마가 돈이 없구나...' 김칫국을 안마실 수 있는 거지.

이게 우리말과 영어의 큰~ 차이점이야. 우리는 확실히 알려면 한번 더 물어야 하거든.


위에서 나온 2번 문장에서

 If I had money, I would buy you 삼겹살.

(내가 돈이 있으면, 너한테 삼겹살 사줄건데....)

라고 하는 엄마한테 너라면 혹시나.. 하는 기대에 차서 묻겠지.

"그니까.. 엄마 지갑에 지금 얼마 있는데?? 나 오늘 삼겹살 먹을 수 있긴 한 거야??

그치만, 미국 사는 제임스는 듣자마자 딱 포기하고,

"에이.. 그럼 집에가서 라면이나 끓여주세요."

아쉽지만 삼겹살 가게를 휙~ 지나쳐 가겠지?


어때?? 아가들..이해가 좀 되는 것 같아??

니들은 오늘 저녁에 뭐 먹고 싶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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