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랫동안 다니던 좋은 회사를 내 발로 나왔다.
도망쳐버렸다.
자의 아닌 자의였다.
명확한 판단이 서지 않은 때에 덜컥해 버렸다.
전에도 퇴사를 생각했었는데,
그 당시 팀장님이 면담 때 해주신 말씀이 있다.
"하고 싶은 게 많으면, 하고 싶은 게 없는 거야."
왜 퇴사를 하려고 하느냐, 계획은 있느냐는 질문에
”번아웃이 온 것 같습니다. 하고 싶은 건 많습니다.“라고 답했는데, 이 연기처럼 희미한 말에 팀장님이 해주신 말씀이었다.
팀장님의 말씀에 머리를 망치로 ‘띵-’하고 맞은 기분이었다.
'그래! 나는 아직 퇴사할 시기가 아니다.' 라고 생각하며 단념했다.
이후의 좋은 스토리라면...
'마음을 다잡고 가늘고 길게 회사를 다녀서 오랫동안 노후를 잘 준비하여 정년퇴직까지 무사히 마치고, 가족들과 알콩달콩 행복하게 살았습니다.'
같은 해피엔딩이어야 했을 텐데, 전혀 아니었다.
회사는 더 지옥이었고,
당장이라도 어디론가 사라지고 싶다는 생각이 머릿속을 지배했다.
그 후로 약 2년이 지난 시점,
또다시 그놈의 '나 도망칠래 병'이 도지고 만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