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개월 동안 찾은 정답들

10년동안 몰랐던 나의 마음

by 한은성

연애나, 진로나, 인생이나 모든 것에 대한 문제의 원인을 알게 된 후 서서히 정답들을 찾게됐다.


4개월이 지난 후 10월의 마지막 날, 지금 나에게는 많은 것들이 변화했다.


PT를 받으며 총 8kg를 감량했고 아직도 과정 중이지만 12월 6일 바디프로필을 앞두고 있다.

죽기 전 버킷리스트를 생각보다 빨리 이루게 될 것 같아 설레인다.


미뤄뒀던 글쓰기 수업을 받게 됐다.

정말 좋아하던 작가님이 여는 수업인데 예전에도 공지는 본 적이 있었지만 연애의 돈과 시간을 펑펑 써대느라 여유가 없어 신청하지 않았었다. 싸이월드 시절부터 감성글을 써재껴서 친구들에게 감성충이라는 놀림을 받곤 했는데 브런치 작가가 되어 마음껏 글을 쓸 수 있게 됐다. 내가 글을 잘쓴다고 착각했었지만 체계를 잡을 수 있는 수업을 듣게 됐고 급하게 쓰긴 했어도 브런치북 출판 프로젝트에 첫 지원을 하게 됐다.


손놓아두었던 음악작업을 시작했다.

학원다닐 때 찍어 두었던 동영상을 뒤적거리고 피아노도 다시 치고싶어졌다.

더불어 노래도 배우고 싶어졌다. 교회에 아는 분이 운영하시는 실용음악학원에 상담을 가게 됐는데 난생처음 티비에서나 보던 녹음실 부스에서 헤드폰을 끼고 노래를 부르게 됐다. 준비한 것도 없이 그냥 노래방에서 자주 부르던 노래를 불렀는데 사실 헤드폰을 끼고는 노래를 처음 하다보니 낯설고 박자감도 떨어져 부르기 조차 힘들었지만 다른걸 다 떠나서 녹음실 안 전신거울이 하나 있었는데 헤드폰을 끼고 마이크 앞에 서있는 내 모습을 보고 있노라니 감정이 북받쳐 올랐다. 내가 진짜 하고싶었던 건데. 돌고 돌아서 결국 왔구나.


얼마 전, 거의 10년만에 춤 공연을 하게 됐다.

공연을 함께한 사람은 나의 레슨생이다.


1년 전 쯤 음악학원을 다니며 카페알바를 할 때 춤이 너무 추고싶어 혼자 연습실을 돌아다니며 연습을 하곤 했었는데 워낙 오래 전에 활동을 해서 연습실에는 나보다 나이가 한참 어린 친구들이 많았다. 보기만 해도 내 옛 시절이 떠올라 흐뭇하게 구경하곤 했다. 갈증이 해소가 안되던 차에 프람피나 숨고라는 개인레슨,과외 선생님을 찾는 플랫폼을 알게 됐고 경력은 단절됐지만 나와 즐겁게 춤을 출 사람을 구한다, 진심으로 가르쳐드릴 수 있다고 솔직한 자기소개서와 예전 활동 프로필을 올려놨었다.


간간히 제안서가 오긴 했지만 내 장르를 배우려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그러던 중에 제안서가 한개 왔는데 나의 장르인 락킹을 배우고 싶어하고 시간대도 내가 가능한 시간대였다. 그렇지만 단박에 견적서를 보낼 수는 없었다. 워낙 예전에 경력은 단절이고 연습을 안한지도 오래됐기에 자신이 없었다. 신중히 생각을 하다가 아무래도 춤이 너무 추고싶고 기본적인 것들은 몸에 남아있으니 연습하고 커리큘럼을 짜면 그래도 즐겁게 가르칠 수 있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들어 견적서를 보내게 됐다.


레슨생 오빠와 첫 만남 때 락킹에 대한 역사를 적어놓은 자료들을 들고 갔었다. 사실 지금 모두 다 정확히 기억나진 않지만 당시 조사했던 자료들은 가지고 있었고 알려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적잖이 놀란 것 같았다.

나는 대학교 때 부터 춤의 장르마다 역사를 굉장히 궁금해했고 알길 원했다. 그 춤이 어떻게 생겨났으며 누가 만들었으며 시대적인 배경은 무엇인지 알고 추는 것과 모르고 추는 것은 깊이가 다르다고 생각했다.

나에게 무엇을 배우고 싶은지 락킹이라는 춤은 접해봤는지 여러가지를 묻고 수첩에 적어 그 날 이후 커리큘럼을 짜기 시작했다.


오랜만에 듣는 funk음악이 새삼스럽게 느껴졌다. 귀에 피가 나도록 들었던 음악들을 몇년 만에 듣다니.


그렇게 시작 된 레슨은 지금까지도 이어오고 있다.

오빠는 직장인 댄스 동호회 소속인데 내가 댄서를 업으로 삼았을 때는 댄스씬 안에 있기에 평범한 사람들이 취미로 활동하며 춤을 춘다는 것을 몰랐었다. 알고보니 나보다 훨씬 오래 전에 활동하셨던 선배들이고 각자 사회생활을 하지만 옛 생각에 춤을 추는거라고 했다. 정말 멋있었다.


나도 우연한 기회로 동호회에서 하게되는 공연에 함께 할 수 있었다.

사실 처음엔 부담스럽기도 하고 떨리기도 해서 고민했었지만 공연이 끝난 후 20살로 돌아간 것만 같았다.

대학교 때 행사가 끝나고 댄서들과 술한잔하며 춤 얘기를 마음껏 했던 그때로 돌아간거 같아 마음이 울컥했다.

그 일로 동호회 분들과도 친해지고 12월에 있을 공연에 다시 한번 참가하기로 했다.


결국은 10년이 흐르고 돌고 돌아 내가 좋아하던 춤도 다시 추게 됐고 글도 전문적으로 쓸 기회가 생겼고 노래도 배우게 됐고 음악도 시작할 용기를 얻었다.


살면서 수익활동은 거의 끊김없이 계속 해왔는데 4개월 정도 아르바이트도 안하고 백수로 지내는 것이 처음이라 처음엔 많이 불안하고 두렵기도 했다. 유럽여행을 가려고 모아놓은 돈을 축내고는 있지만 결론적으로 드는 생각이 이제는 의미없이 시간과 돈을 바꾸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생각도 어디에서 온건지 모르겠지만 4개월 전과 지금의 나는 매우 다르다. 다른 사람같이 느껴진다.

당연하게 아르바이트를 해야했고 돈을 써야한다고 생각했는데 지금은 레슨비로 한달을 버틴다.

어딜 나가지 않고 부모님과 함께사니 돈 나갈 곳이 없다.

아, 나갈 곳이라곤 축의금. 이번년도에만 친한 친구들 5명정도가 결혼을 해서 사실 이건 좀 헛헛했다.

백수라 마음껏 축의하지 못하는 마음 하나, 점점 혼자가 된다는 허한 마음 하나.


그래도 금방 괜찮아진다. 이것 또한 나를 찾아가는 하나의 과정이라고 생각하니까.


어렸을 때 부터 나는 아티스트로서 성공할 수 있을거라 생각했지만 그 생각은 현실과 환경에 벽에 부딪혀 한동안 마음 깊숙이 넣어두었다. 사실 아직까지도 확신은 없다. 무엇인가 취업할 수 있는 것을 배우거나 안정된 직장을 찾거나 나이와 환경이 언제 또 나를 흔들지 모르지만 지금은 지금의 것에 최선을 다하고 싶은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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