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화평한다는 것

by 오성진

마음에 드는 사람과 화목하게 지낸다는 것은 어렵지 않겠지요.

그렇지만 생각하기도 싫은 사람은 언제나 있기 마련입니다.

잘 생각해 보면, 그런 사람에게 마음을 빼앗기고 있는 동안에는 내 속이 상하고 있습니다.


내가 매우 이기적인 생각으로 가득하던 시절, 이런 생각을 했습니다.

"나를 화나게 한 사람은 내가 속상할 정도로 마음이 상하고 있다는 것도 모르는데

이것은 내 손해가 너무 큰 것 아니야?"


내가 아무리 그 사람에 대한 분한 마음을 가지고 있더라도 상대방은 희희낙락하고 지내고 있을 것을 생각하니 더욱 화가 났습니다.

아무리 계산적으로 손해를 보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미워하는 마음을 버려야 하는 데 쉽지가 않았습니다.


그래도 다른 방법이 없으니 논리적인 판단에 따라 마음을 비울 수밖에요.

마음을 비워가면서 떠오른 생각이 있습니다.

데이비드 호킨스의 "놓아버림"에서 나오는 원숭이 엉덩이 이야기입니다.

놓아버리려고 생각하면 할 수록 생각은 자꾸만 명료해져 가는 것이었습니다.


기도의 시작


그렇게 지내 오던 중, 어느 순간부터는 마음에는 전혀 없었지만 그 사람을 위한 기도를 하게 되었습니다.

기도하겠다는 마음이 들기까지는 20년의 시간이 걸렸습니다.

이름을 마음 속으로 부르며 그에게 평안이 있기를 기도했습니다.

기도하면서도 가슴 속에는 화나는 마음이 늘 함께 했습니다.

"이런 기도를 꼭 해야하나......" 하는 생각이 사라지지 않았지요.


그런데 매일매일 끊어지지 않고 하는 기도 중에, 내 마음이 가벼워지고 있다는 것이 느껴졌습니다.

늘 분한 마음 때문에 정신이 산만해져서 불편했던 시간이 사라지기 시작한 겁니다.

그러면서 조금씩 진심의 기도가 시작이 되었습니다.

진정한 평화가 그에게 임하기를 기도하게 되더군요.

최근의 일입니다.


물론 다시 만나고 싶은 생각은 아직은 없습니다.

불편했던 마음이 없어진 것만으로도 기도한 보람이 있는 것이죠.


지금 마음은, 아직 적극적으로 기도하지 않았던 사람들도 이제는 포함시켜야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기 시작하고 있습니다.


자기 중심적인 마음에서는


화평한다는 것이 좋다는 것을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겁니다.

다만 마음이 움직이지 않을 뿐이죠.

용기가 부족하기 때문일 겁니다.


화평은 자기중심적인 마음으로 가득할 때는 생각되지 않습니다.

상대방에 대해서 마음이 열려 있어야 하기 때문이죠.

그리고 혹시라도 마음이 열렸다고 하더라도, 막상 화평하고자 다가갔을 때

상대방의 모습을 보고서는 가졌던 마음이 다칠 것이 걱정이 되기도 합니다.

나의 마음을 다치면서까지 상대방과 화평하기 위해서 나아간다는 것은 현명한 행동은 아닐 겁니다.

아픈 사람이 다른 사람을 치유해 줄 수는 없기 때문이죠.


그렇지만,

아직 심각한 골이 생기지 않았다면, 충분히 노력해 볼 만한 것이 화평하는 노력입니다.

아무런 노력 없이 불편한 관계가 이어지면 골은 깊어져갈 수밖에 없습니다.

왜냐면 각자가 자기중심적인 생각으로 상대방을 판단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나이가 들어갈 수록 아까운 시간을 그런데 사용하고 싶지 않기 때문일 수도 있습니다.


나 자신은 그동안 지내 온 많은 시간을 돌아보면서 아쉬웠던 나의 부족한 마음이 자주 생각이 납니다.

그리고 지금도 새롭게 불편해지려는 관계가 생길 가능성이 보이기도 합니다.

세상 사람들이 내가 바라는 대로 자기중심적이지 않은 사람이 별로 없기 때문입니다.


그래도 작은 경험이 내 마음의 문을 열어야겠다는 생각으로 이끌어감을 느낍니다.

모든 사람과의 문제를 다 화평하게 할 수는 없겠지만,

불편한 관계 때문에 소모해야 하는 나의 마음을 조금씩 더 여유롭게 해 나갈 수 있다는 것을 이제는 알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keyword
이전 21화삶은 왜 아름다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