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교 동기들 부부와 수년간 짧은 여행을 다니곤 했다. 가깝게는 서울 근교를 다녔고, 멀리는 일본까지 다녀왔다. 부러워하는 친구들이 있어서, 회원권을 만들자는 농담을 주고받은 일이 있을 정도였다.
우리나라에는 갈 곳도 참 많다. 어디를 가도 마음을 쉴 수 있으니, 복 받은 나라다.
수년 전, 속초로 하루 여행을 하가로 하고, 가는 김에 그곳에 있는 동기도 만나기로 했다.
그 친구가 변호사였기 때문에, 속초의 법조타운이라고 할 수 있는 법원 근처로 향했다.
즐거운 수다를 떨면서 지나가다가 어느 한 지점을 지나면서 거리명을 보고서는 모두 웃음이 터졌다.
도로명이 "법대로"였다.
"법원대로"였다면 그러려니 했을 테지만, 법대로라고 하니, "법대로 하자, 법대로 해!"와 같은 말이 연상되었기 때문이다.
재미있기도 하고 기분이 묘 하기도 했다. 왜 묘해졌는지를 지금도 알 수 없으니 '묘' 했다는 표현이 가장 정확한 표현이다.
세상에서 가장 많이 읽히고 있는 책이 뭐냐고 한다면 틀림없이 '성경'일 것이다.
역사도 오래되었지만, 많은 사람들에게 읽히고, 많은 사람들을 변화시켜 온 책이다.
아마 한 번도 읽어 본 적이 없는 사람이라고 하더라도, 바이블이라는 단어는 들어 본 적이 있을 것이다.
바이블만큼 사람들에게 귀에 익숙한 것이 있다면 무엇일까? "법"이라는 단어가 아닐까?
법은 지금도 쉬지 않고 만들어지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에서는 말이다.
더욱이 한번 만들어진 법은 폐기되는 일이 많지 않기 때문에, 해마다 법전은 두꺼워져만 간다.
법을 공부하는 사람들이 참 힘들겠다는 생각이 든다.
법원에 가 보면 재판이 어찌 그리도 많은지, 이 세상은 맨날 싸움질만 하는 곳인가 하는 생각에 한심한 생각이 든다. 그렇게도 많은 법이 만들어져 있건만, 해결하지 못하는 일은 더 늘기만 한다.
쉴 새 없이 터지는 분쟁을 해결하려면 모든 법을 다 알아야만 한다. 그리고 알아야 할 뿐만 아니라 제대로 적용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런데 실제로는 불가능한 일이다. 불가능하기 때문에 분야에 전문가들이 생긴다.
형사전문, 민사전문. 가사전문, 이혼전문, 파산전문, 노동전문......
앞으로는 이보다 더 세분화된 법률전문가가 나오지 않을까?
세분화되어 가는 사회
사람의 몸은 하나인데, 병을 치료하는 전문분야는 매우 많다.
내과, 외과, 소아청소년과, 산부인과, 정형외과, 신경외과, 정신건강의학과......
각각의 전공과목 내부에는 더욱 세분화된 전문분야로 나뉜다.
내과만 하더라도 호흡기내과, 순환기내과, 소화기내과, 혈액종양내과, 내분비대사내과, 알레르기내과, 신장내과, 감염내과, 류머티즘내과......
좋은 치료를 위해서는 세분화된 전문가들이 필요하다.
그렇지만, 이렇게 세분화되어 가니, 치료받는 사람은 제대로 된 치료를 받기가 어려워져만 간다.
몸이 아프다는 것이 한 부분의 문제는 아니기 때문이다.
정신적으로 고통을 받는 사람은 마음뿐만이 아니라 전신적으로 병들어간다.
법과 의학 분야뿐만이 아니라, 세상의 모든 분야가 세분화되어만 가고 있다.
모든 것이 건강하고 행복한 삶을 위해서 있어야 할 것들인데
사람이 세분화된 세상을 위해서 있어야 하는 것으로 바뀌어가고 있다.
세분화되어 간다는 것이 전문성이 많아진다는 점에서는 좋아할 만 하지만,
중요한 점을 놓치고 있다는 생각이다.
빅터 프랭클(1905~1997)은 심리학자이자 정신분석가이고 심리치료사였다.
그가 늘 의사들의 생각하는 방식에 대해서 지적한 것이 있었는데,
즉물성(即物性)이다
이것은 환자를 '사람'이라는 관점에서 보지 않고
특정한 질환에 속한 존재로 보는 것을 말한다.
자신의 전문성으로 환자의 현재 상태에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것을 조치하는 것으로
자신의 일을 다 마쳤다고 생각을 한다.
물론 그 질환이 제대로 치료되도록 최선을 다 한다.
그러나 그가 생각하는 대상은 사람이 아니라 질환이다.
법분야에서도 그렇지 않은가?
판사의 머릿속에는 고통을 받고 있는 원고와 피고에 대한 생각은 거의 없다.
현재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판례와 상식만을 생각한다.
물론 법리적으로 최선의 결과가 나오도록 시간을 가지고 결정을 내린다.
이것은 법분야나 의료분야에 한하는 것이 아니다.
사회의 전 분야의 모습이다.
잊지 않아야 할 것을 생각하는 교육
이스라엘은 2000년이 넘게 나라를 잃어버렸던 민족이라는 것을 모두 잘 알고 있다.
인류의 역사에서 그렇게 긴 세월을 나라 없이 보낸 민족이 다시 나라를 찾은 기록이 없다.
그럼에도 나라를 다시 찾고, 이 세상을 좌우할 정도의 힘을 가지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들의 마음의 중심에는 항상 잊어서는 안 되는 것이 자리 잡고 있다.
그것은 지키기 위해서 그들이 꼭 하는 것이 있다.
나라를 잃고 세계 각지에 흩어져서 2000년 이상을 살았으면서도
그들은 어디를 가든지 그들이 지켜야 할 것을 먼저 생각을 했다.
그것을 위해서 교육시간의 많은 부분을 지금도 할애하고 있다.
우리에게도 그러한 정신이 이어져 왔는데
흐려지고 있는 그 정신을 다시 이어가야 할 때가 아닌가 생각이 된다.
#교육 #세분화 #정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