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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인풋, 아웃풋, 임팩트


알고 난 후에는 알기 전으로 결코 돌아갈 수 없다.

 

 칠판에 Just Once라고 크게 적었다.

"단지 한번" 이 콘셉트가 내가 교육하는 철학이다.  한번 들었다고 이해할 수 있겠어? 회의적으로 볼 수도 있다. 물론 많은 내용인데 한 번 들었다는 이유로 외울 수는 없다. 암기천재면 모를까.  그러나 "Just Once, 단지 한번"의 효과는 치명적이다. 

 내가 대학에서 교수님께 들었던 이야기를 학생들에게 그대로 다시 해주고 있다. 사실 Just Once는 그 교수님이 전수해 준 것과 다름없다. 

 "Just Once. 한 번만, 단지 한번, 한번 제대로 뭐라고 부르든 말이지. 저스트 원스."


학생들은 "나이키 아냐? 저스트 두 잇" 킥킥거린다.


"그래 나이키 옆에 내 just once 도 생각해 주려무나. 내 교육 철학이거든"

"아무튼... 인간은 무언가를 알게 되면 그 이전 상태로 절대 돌아갈 수 없다고 한다. 절대 절대."


학생들은 이렇게 말한다. "저는 금방 잊습니다. 교관님. 시험도 망쳤습니다.."

"그렇구나.. 근데 이건 좀 달라. 치명적이지.."

"예륻 들어보자. 음... 어떤 남자가 결혼을 앞두고 이렇게 말해."

"우리 이제 결혼하니까 서로의 과거를 모두 털어놓자."


학생들은 벌써 반응한다. "아... 지질하다 정말."


"그렇지? 지질하지? 그런데... 이 부부는 여자분이 먼저 다 말했어."

"신랑이 될 사람은 어떻게 되었을까?"

"단지 한 번 들었을 뿐인데 온갖 망상으로 괴롭기 시작해... 결국 결혼을 포기했다."

 학생들 중 일부는 그런 연애를 해본 적 있다면서, 흑역사였다며 웃는다.

사례는 지질한 내용이지만 단지 한번 들은 이야기가 어떻게 치명적으로 머릿속에 남는지에 대해서 이해는 쉽게 된 분위기다.


 자 그러면, 주관식 시험을 본다고 치자. 단 한 번도 들은 적 없는 내용을 묻는 문제가 출제되었다. 작성할 수 있을까? 키워드의 뜻을 추론해서 지어내보겠지만 어렵다. 그러나 수업시간에 흘려듣더라도 한 번이라도 들은 적 있는 내용이라면? 말이 달라진다. 방금 전의 상황과 달리 가물가물한 기억을 더듬어 '아... 그때 칠판에 뭐가 적혀있었던 거 같은데, 교재에서 봤는데.. '하며 머리를 쥐어짜면서 떠올려본다. 어렴풋이 떠오르면 답안지에 무언가 적어 낼 여지가 생긴다. 지어내더라도 전혀 모를 때 달리 조금이라도 정답에 더 가깝게 다가갈 수 있다. 하지만 단 한 번도 들은 적도 본 적도 없는 내용은 전혀 방법이 없다.


한번 알려주고 행동시키는 방법. 설명.


 리더메이커 노트 시간은 짧다. 단지 한번 들려주는 스토리이지만 머릿속에 남아야 한다. 통찰력을 발휘해야 할 때 머릿속 사고시스템 속 무기로 사용될 것이다. 머릿속에 한번 장착된 무기는 꽤 오래간다.


 한쪽면으로만 작은 쇠구슬이 터져나가게 만든 크레모아를 설치할 때 적방향을 잘못 보고 설치해 아군이 전사하는 사례가 종종 있었다. 어처구니없는 실수를 막기 위해 선택한 설명법은 이것.


 크레모아가 약간 휘어있다.

 라운드 된 부분이 자신의 불룩한 배 모양에  맞게 붙여라.

 그대로 가서 땅에 박아라. 끝.   


지상연막통이라는 페인트통 같은 생소한 교보재를 사용해야 했다. 


구식 스팸 캔 따듯이 따라. 

 (요즘은 모를 수 있겠다. 통조림에 붙어 있는 도구를 이용해 금속 통의 테두리를 돌려서 따는 방식)

뚜껑을 열면 전기선이 보인다. 안 쓴다. 걱정 마라. 

엄지손가락만 한 검은색 머랭쿠키 같은 것이 보일 것이다.

노란색 종이봉투가 끼워져 있다. 그 안에 누가 봐도 성냥스틱인 게 있다.

성냥스틱으로 세게 긁으면 점화된다.


 사람을 행동하게 만드는 실행 문장은 생각보다 길지 않다. 보통의 작동 절차는 길어봐야 7단계다. 설명서 보라고 하는 것보다 딱 한 번이라도 절차대로 말해주는 것이 리드하는데 효과적이다. 단 2명 이상에게 말해야 한다. 한 명이 잘못이해하거나 잊으면 안 되고 전시라면 죽을 수 있다. 


  

아웃풋 트레이닝


 학생들은 질문을 하면 평가하고 있는 것으로 여기는지 가급적 정답을 말하려고 한다. 문제는 내가 리드하고 있는 리더메이커 노트 시간에 다루는 스토리들은 대체로 정답이 정해져 있지 않는다는 것. 그러다 보니 학생들은 무언가 말하고 싶은데 주저하게 되는 눈치를 보이는 경우가 많았다. 그렇게 되면 내가 생각하는 내용만 일방적으로 묻게 된다는 우를 범하게 된다. 이때 소개하는 책이 가바사와 시온 박사의 <아웃풋 트레이닝>이다. 


 리더 메이커 노트 시간이 늘 그렇듯 내가 읽은 책 내용 중 임팩트 있는 부분을 대체로 원문 그대로 알려준다. 저자가 말하고자 하는 내용을 가급적 그대로 전달했을 때 의미가 상실되지 않기 때문이다. 아웃풋의 중요성에 대해 간명하게 설명하는데 스마트한 전달력이 일품이다. 먼저 인풋과 아웃풋 개념을 차분하게 설명한다. 그대로 옮기자면 다음과 같다.


현실을 바꾸려면 아웃풋 하는 수밖에 없다.

인풋은 뇌 안에 정보를 넣는 입력이다.

아웃풋은 뇌 안에 들어온 정보를 처리해서 바깥으로 출력한다.

'읽기', '듣기'는 인풋이고 '말하기', '쓰기', '행동하기'는 아웃풋이다. 그런데 인풋 하기만 하면 뇌내 세계는 변하겠지만 현실세계는 변할 수 없다. 


뇌내 세계는 변하지만 현실세계에는 변화가 없다는 표현이 놀랍지 않은가?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책을 100권 읽는다 한들 뇌내 세계는 변하겠지만  아웃풋 하지 않으면 현실세계는 조금도 변하지 않는다. 리더메이커 노트는 변화를 추구하는 만큼 인풋에 그치지 않고 반드시 아웃풋에 비율을 가져가야 하는 프로젝트다. 박사의 말을 따르자면 주어진 시간 내에서 인풋 3 : 아웃풋 7이 가장 효과적이다. 


 일본에서 170만 부 넘게 팔린 베스트셀러 <미움받을 용기>를 읽은 30명에게 질문했다. 

"아들러 심리학이란 어떤 심리학입니까?" 정확하게 대답한 사람은 몇 명이었을까? 3명뿐이었다. 대부분의 사람은 "어...'라고 할 뿐 설명하지 못했다. 약 90퍼센트의 사람들은 독서를 하거나 강의를 들어도 '다 안 것 같은 기분을 느끼는 것이지 실제로는 말할 수 있을 정도로 기억하고 있지 못하다는 것을 반증한다. 인풋에 그치면 자기만족에 불과할 뿐 자기 성장을 하지 못한다.   


리더메이커 노트 시간에는 말하지 못한 사람들에게 아웃풋 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주어야 한다. 자신의 생각을 가볍게 메모하듯 그리거나 쓰도록 하게 하고 이를 확인한 후 피드백 해주어야 한다.  



아웃풋에 그치지 않는 이론적 접근, 임팩트 


 캄보디아에 우물 파주기 프로젝트는 처참하게 실패했다. 유네스코에 의하면 오염된 우물물을 먹고 사망하는 캄보디아 어린이가 연간 2000명이 넘는다. 왜 이런 일이 발생한 것일까?


 캄보디아는 물이 부족한 국가가 아니다. 메콩강의 수량은 풍부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심각한 식수 부족 국가다. 물에는 석회질 성분이 많고 식수로 사용할 수 있는 우물도 부족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국제구호단체 및 NGO는 우물 파주기 운동을 전개했다. 무려 30년이 넘게 말이다. 수만 개의 우물이 생겼다. 그런데 도대체 무엇이 문제일까? 


 한정된 예산이 문제였다. 선의의 행동으로 괜찮은 '아웃풋'인 우물을 팠다. 예산이 부족하니 우물을 파긴 했지만 너무 얕게 팠다. 그러니 사용할 수 없는 상태이고 관리할 예산이 부족하니 방치된다. 비소 등의 수질오염도 심각했다.


임팩트 측정이 중요한 건 이런 문제 때문이다.  


 이 내용은 2019년 4월, 동아비즈니스 리뷰에 <의도가 선하다고 임팩트가 있을까? 5단계 변화이론으로 측정해 보라.>라는 제목으로 실린 아티클이다. 앞서 아웃풋 트레이닝으로 아웃풋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방법론을 찾던 중 아웃풋의 수준이 중요하지 않은가? 의문이 들던 차였다.


 아웃풋의 수준은 임팩트와 연결되는 것으로 의미를 찾을 수 있다고 보았다. 이때 유용한 프레임워크로 '변화이론'이다. 투입(Inputs)-활동(Activity)-산출(Outputs)-결과(Outcomes)-영향(Impact) 등의 다섯 단계로 나누어 체계적으로 분석하는 프레임 워크다. 기대하는 임팩트가 발생하도록 일련의 절차를 진행하게 만드는 게 핵심이다. 막연히 잘 되겠지 기대하며 아웃풋만 고려하는데 그쳐서는 안 된다. 


 개발 도상국 대상으로 IT 교육사업을 예로 들어보자. 저자는 다음과 같이 정리해서 아티클에 실었다. 

1. 투입 : 강사, 행정요원 등 인적자원, 강의실, PC 등의 물적자원

2. 활동 : 커리큘럼 작성, 강사 섭외, 학생선발

3. 산출 : 연 4회에 걸쳐 50명씩 교육해 총 200명 수료생 배출

4. 결과 : 수료생 취업률, 임금 수준, 채용후 근속기간

5. 영향 : 수료생 및 수료생 가족들의 삶의 질 향상


노트 : 아웃풋에서 멈추다간 캄보디아 우물만 판다. 임팩트까지 보자.


학생들에게 아웃풋이 중요하지만 임팩트 있게, 한편으로는 변화이론에서 말하는 임팩트를 고려해서 해야 한다는 것을 알려주지 않으면 안 된다. 한스폰 젝트 장군이 선별했던 내용 중 쓸모없는 일들을 양산하는 원천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결과까지만 생각하고 제안하는 경우가 많은데 그렇게 되면 캄보디아의 우물이 된다는 것을 인식시켜 주는 스토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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