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의 위기, 해고
2001년 넷플릭스는 위기를 맞았다. 인터넷 버블이 사라지면서 닷컴 기업이 망하던 시기다. 3분의 1을 해고하기로 한다. 직원들의 공헌도를 조사해 성과가 좋은 직원 80명만 남겨두고 40명은 내보낸다. 창의력이 남다르고 대단한 성과를 내며 협업에 능한 직원은 남겼다. 해고해야 하는 사람들은 3가지 유형이었다.
대단한 실력을 가진 동료와 일하면서도 평범한 성과로 버티는 사람
일은 열심히 하는데 종종 판단력이 부족하고 도움이 많이 필요한 사람
보기 드문 재능을 가지고 놀라운 성과를 올리지만 불평이 많고 늘 비관적으로 생각하는 사람.
독일군의 위기, 10만 명 제한.
1차 세계대전이 끝난 지 불과 20년 만인 1939년 독일은 2차 세계대전을 일으킨다. 1919년 체결된 베르사유 조약으로 인해 10만 명, 장교수는 4000명으로 제한받게 되었다. 이때 인재선발 기준은 멍청함에 속하는 사람들을 선별해 내고 똑똑한 사람들로만 구성했다. 100만 명 단위의 군대 규모를 보았을 때 굉장히 적은 수치다. 2차 세계대전 초기에 300만으로 증원되는 것을 고려해 보면 3%다.
베르사유 조약으로 징병제 금지, 무기개발 금지, 전차 등 보유금지 등으로 제약받던 경무장 군대가 불과 4년 만에 중무장한 300만 대군으로 급성장하며 극적인 반전에 성공한다. 이 중심에 한스 폰 젝트 장군이 있다.
그는 베르사유 조약으로 인해 외부의 강압 속 대대적인 군(軍) 감축이 시작되자, 최대한 엘리트만 선별해 군대에 남겼다. 진정한 소수정예화를 지향한 것이다. 2차 세계대전 당시 전과를 올린 독일의 명장들 중 상당수는 이때 발탁되었다.
넷플릭스도 발견한 A Player의 힘.
직원들에게 해고를 통지하는 날은 끔찍했지만 몇 주가 지나자 회사의 분위기는 거짓말처럼 좋아졌다. 2001년의 해고사태 이후 인재밀도가 갖는 역할에 대해 완전히 다르게 생각한 터닝포인트라고 회상할 만큼 재능 있는 사람들은 서로 능률을 높인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반면에 해고된 사람들이 있을 때와 빠르게 대조할 수 있게 되었다.
팀에 평범한 사람이 1~2명 섞여 있으면 팀 전체의 성과가 떨어진다. 탁월한 인재 5명과 평범한 사람 2명이 함께 있으면 그 팀은 평범해진다.
매니저의 기운을 빼 최고의 성과를 내지 못하게 만든다.
그룹 토의의 질을 떨어뜨려 팀의 전반적인 IQ를 낮춘다.
사람들이 싫어할 일을 하게 만들어 능률을 떨어뜨린다.
남보다 탁월한 능력을 발휘하고 싶은 직원을 회사에서 나가게 만든다.
평범한 사람도 받아준다는 사실을 보여줌으로써 문제를 복잡하게 만든다.
2001년의 넷플릭스는 1/3을 해고할 만큼 위기를 맞았지만 높아진 인재밀도로 인해 재능 있는 사람들이 서로 능률을 높여주며 특별한 영감을 받으며 일하는 재미를 느끼게 한다는 사실을 발견한다. 1919년의 독일은 병력을 10만으로 제한받았지만 유능한 사람들로만 선별하여 운영할 수 있게 되면서 재무장할 때 단 4년 만에 변모할 수 있었다. 10만 명으로 제한받던 시기지만 병영 생활은 오히려 더 개선되고 양질의 식사가 제공되며 근무시간 외 여가활동, 스포츠활동의 기회가 제공되었고 급여도 오히려 높아졌다. 독일군 초임장교는 사무직이나 공무원과 비교해도 수입이 좋았다. 모병광고에 비용을 쓰지 말라고 할 정도로 몰렸다.
미국 34대 대통령 아이젠하워의 별명은 '두 낫씽(Do nothing)'이었다. 재임 당시 이렇다 할 사건이 없다 보니 아무것도 한 게 없는 대통령으로 보였던 것. 그러나 아이젠하워에 대한 평가는 '디드 에브리씽(Did everything)'으로 바뀌었다. 퇴임 후 공개된 기록과 주변인들의 증언에 따라 복잡한 일을 단순화시켜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는 능력이 탁월했던 위대한 조직가로서의 진면목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그는 자신의 일을 4가지로 분류해 처리했다.
- 버릴 것 - 지시할 것 - 도움 받을 것 - 당장 실행할 것
그는 꼭 해야 할 일과 아닌 일, 본인이 직접 할 일과 참모나 보좌진에게 맡기거나 주위에 도움을 얻을 일, 지시할 일과 중재하고 조정할 일 등을 철저히 구분하였다.
"중요한 일이 급한 경우는 거의 없다."
시간 관리에 관한 그의 지론은 간단하다. 긴급한 일과 중요한 일은 다르다는 것. ‘중요한 일이 급한 경우는 거의 없다. 급한 일이 중요한 경우도 드물다.’라는 유명한 말도 아이젠하워가 한 말이다. 긴급성과 중요도를 기준으로 일의 우선순위를 배분하며 시간 관리하는 방법을 ‘아이젠하워 박스’라고 한다. 다음과 같이 네 가지 유형으로 분류한다.
‘해야 할 일’ 섹션에는 중요하면서 긴급한 일을 배정한다. To Do List에서 당장 처리해야 하고, 명확한 결과가 산출되며 장기 목표에도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기획해야 할 일’ 섹션에는 중요하지만 긴급하지 않은 일을 배정한다. 장기 목표에 영향을 미치지만 시급하지 않은 만큼 기획하고 진행할 수 있다.
‘위임해야 할 일’ 섹션에는 긴급하지만 중요하지 않은 일들을 배정한다. 바로 처리해야 하는 일은 맞지만 장기 목표에 영향을 주지는 않는다. 위임하면서 팀원의 업무능력을 향상할 수 있는 기회가 되기도 한다.
‘삭제할 일’ 섹션에는 긴급하지도 않고 중요하지도 않은 일을 배정한다. 이런 일들은 방해가 될 수 있다. 무엇보다 귀중한 당신의 시간을 소진시키기 때문이다.
아이젠하워 박스를 소개하는 것은 학생들에게 자신의 일을 정리하는 방식을 알려주는데 의미가 있다. 그런데 하나의 질문을 더 붙이자면 어떻게 대통령 책상에 대통령이 버려야 한다고 생각할만한 내용이 올라갈 수 있을까?
이 문제의 답은 앤드루 크레피네비치와 배리와츠가 쓴 책 <제국의 전략가>에서 일부 엿볼 수 있겠다. 앤드류 마셜은 닉슨 대통령이 CIA가 제공하는 일일보고서를 언젠가부터 읽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닉슨 대통령은 읽은 내용을 여백에 적는 습관이 있는데 6개월치 보고서를 보니 점점 적어지다가 어느 순간 아무런 내용도 적혀있지 않았다. 그 시점은 NSC가 제공하는 일일 분석이 제공되던 시기와 맞닿아 있었다. NSC 보고서는 읽지만 CIA 보고서는 읽지 않는 것. 마셜은 대통령이 읽지도 않는 보고서를 꿋꿋이 만들어서 올리는 CIA를 조사했다. CIA 고위층들의 시각은 자신들이 생각하기에 대통령이 알아야 할 내용들이 그 보고서에 담기는데 만족했다. 세상에. 읽지도 않을 가치의 보고서를 유일한 독자인 대통령이 읽지도 않는데 말이다. 그걸 만드는데 드는 노력은 낭비되고 있는 것. 바로잡을 필요가 있었다.
자. 그러면 이 둘을 연결해 보자. 한스폰젝트 장군이 총살감이라고 분류한 유머의 대상이 조직에서 살아 움직이고 있다면 어떤 일들을 만들기 시작할까? 대통령 책상에 오르지만 읽을 가치도 없는 일, 쓰레기통으로 가야 할 업무로 분류되는 사태를 맞이하는 것이다.
위 사례에서 보는 것처럼 CIA가 해야 하는 일이 읽히지 않는 보고서를 만드는 일이 아니다. 문제는 그들의 고위층이 가진 인식에 있다는 것. 만약 이런 기관이 확인된다면 그들이 해야 할 일을 제대로 하게 만드는 방법은 무엇일까? A player가 아닌 사람을 빼내는 것. 전체를 그렇게 할 수 없다면 이런 사람들로만 구성된 팀을 만드는 것이 현명하다는 해결방법을 도출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