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판조회의 이면 그리고 가벼움
기억에 남는 후보자 (2)
두 번째로 평판조회 관련 기억에 남는 지원자 분과의 에피소드를 공유하고 싶다. 그전에 평판조회에 대해 간략히 설명하면 아래와 같다.
요즘 많은 회사가 평판조회라는 시스템을 가지고 있다. 레퍼런스 조회라고도 하는 이 평판조회를 통해서 단순히 이 사람이 좋은 사람인지 아닌지를 평가하기보다는 해당 내용으로부터 채용사와의 컬처핏이 맞는지 안 맞을지를 볼 수 있기 때문에 면접에서 볼 수 없던 모습을 볼 수 있다. 개인적으로 나도 나중에 회사를 차리게 된다면 평판조회 시스템을 최종합격 전에 넣고 싶고 넣을 거 같다.
평판조회를 하는 회사는 크게 2가지 분류로 나뉜다. 공식적인 절차로 평판조회를 하는 회사와 후보자가 말하지 않고 아름아름 몰래 뒤에서 이 사람의 평판을 조회하는 경우다. 후자는 듣기만 해도 기분이 안 좋을 정도로 제아무리 좋은 회사이고 모두가 가고 싶은 회사라고 할지라도 지원자의 사전 및 개인 동의 없이 진행하는 레퍼런스 체크는 있어서는 안 된다. 다만 아쉽게도 우리가 우러러보는 유명한 회사에서 혹은 작은 기업에서는 아직도 이러한 불법 평판조회가 이루어지고 있다.
실제로 위의 사례가 내 지원자분에게도 일어났었다. 이 회사는 다행이라고 해야 할지 지원자분도 면접을 보고 합격을 해도 그렇게 가고 싶어 하지 않아 했다. 면접을 보고 난 뒤로 해당 담당 PM으로부터 내 지원자가 최종탈락을 했고 그 사유는 대표이사가 이 분이 다니셨던 회사의 대표와 아는 사이라 전화로 어땠는지 물어본 결과 좋지 않았다는 평가를 해줬다는 이유였다는 것이다.
여기서 생각해봐야 하는 포인트는 2가지다. 사전동의 없이 평판조회를 한 대표이사와 이를 전달해 준 PM의 말을 믿고 이 지원자분께 잘 둘러 설명하고 나 또한 이 지원자와의 인연을 끊거나 이 말을 믿지 않고 지원자를 믿고 다른 채용건을 추천해 주는 일이 내 앞에 선택지로 남았다. 난 내 지원자를 믿어주기로 했다. 이때가 내가 회사에 입사한 지 얼마 되지 않았고 PM인 상무님과도 친한 사이였지만 내 지원자에게 선입견을 같기보다는 한 번의 기회를 더 주고 싶은 마음이 더 컸다. 아무리 오랫동안 헤드헌팅계에서 일하신 분이라고 할지라도 내가 매일 통화했던 지원자분을 알면 더 알고 내가 느끼기에는 그분이 그 정도의 성품은 아니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이 일이 있고 나서 마지막으로 이 분께 오히려 더 좋은 회사에 추천을 해 드렸고 이 회사에서는 공식적으로 동의를 한 후에 평판조회를 진행하는 회사였던지라 그 결과가 긴장은 되었지만 이 분이 잘 되기를 그 누구보다 간절히 빌었다. 그 결과 평판조회를 합격해 최종 면접에 가게 되었고 연봉 또한 30% 이상 인상하여 더 좋은 회사에 입사하셨다. 이때를 회기 하면 내가 왜 이 분을 믿어주었는지 그리고 왜 믿어주고 싶었는지 곰곰이 생각해 보니 2가지 이유가 있었던 거 같다.
첫째로는 어느 회사에서는 내가 이상한 사람, 직원으로 기억될 수 있지만 그 사람이 다른 회사에서는 아주 필요하고 유능한 사람일 수도 있다는 것을 경험으로 알고 있었다. 필자 또한 헤드헌팅사에 다니기 전에 정말 최악의 회사에 다녔던 적이 있는데 그때 모든 사람들이 나를 이상한 사람 취급하고 심지어 대표 또한 정상이 아닌 회사였다. 그때 나는 마치 이방인처럼 대우를 받고 잘못하지 않아도 잘못한 것처럼 단체로 괴롭히는듯한 느낌을 받았던 적이 있다. 그때 다녔던 회사에 내가 평판조회를 요청한다면 그들이 과연 나에게 좋은 이야기를 해줄까? 절대 아니다. 하지만 지금 내가 다니고 있는 헤드헌팅 회사의 동료 혹은 상사분께 평판조회를 요청하면 그 답변은 완전히 다를 것이다.
이처럼 우리는 우리에게 잘 맞는 회사가 있기에 평판조회를 할 때도 그 기회를 지원자에게 선택할 수 있는 컨디션을 당연히 줘야 한다. 그런데 이러한 선택적 배려 없이 아무 회사에 불법적으로 전화를 해서 물어본다는 것은 이미 그 회사는 걸러도 되는 회사라고 당당히 말해주고 싶다. 만약 이 글을 보고 있는 사람 중에 최근에 떨어진 회사가 있는데 명확한 혹은 납득이 가지 않은 이유로 당신을 떨어트렸다면 절대 좌절하지 말라. 생각보다 그 회사가 당신을 품기에 안 좋은 회사일수도 있다.
둘째로 개인적으로 딱 한 번의 기회만을 주는 매정하고 냉정한 사람이 되고 싶지 않았다. 만약 내 지원자가 이상한 사람이 맞았다면 두 번째 주어진 기회에서도 비슷한 결과가 나왔을 텐데 아님을 나에게도 그리고 이 사실을 알지는 모르겠지만 이 분께도 희망의 말로 전해주고 싶었다. 이 각박한 인생에 서로 도울 수 있는 위치에 있는 사람끼리 돕는 아름다운 사회가 되기를 간절히 바라본다.
이건 번외의 이야기지만, 이 지원자분께서 입사하시고 실제로 이 분의 부하직원이 될 분을 추가로 추천했던 적이 있다. 이때 이 부하직원분의 연봉이 이 분과 거의 맞먹을 정도로 높아서 고민이 많았던 적이 있었다. 도움을 요청드리려고 오랜만에 안부인사를 드린 것은 아니지만 갑자기 도와줄 일이 있으면 편하게 말씀을 주시라고 하셔서 난 애써 괜찮다며 회사에서 잘 지내시는 게 제가 바라는 유일한 일이라고 말씀을 드렸다. 그러고 하루 뒤, 걱정되었던 부하직원분의 연봉을 더 많이 인상하여 채용사에서 우리에게 전해줬고 성공적으로 IT부문의 모든 채용을 잘 마무리할 수 있었다.
기억에 남는 지원자와 에피소드 챕터의 끝으로 마지막으로 채용사와 구직자분들께 드리고 싶은 말이 있다. 사전동의 없이 평판조회를 하고 있는 당신 그리고 당신의 회사의 그 거만함, 세컨 찬스를 주지 않는 매정함은 당신이 다른 회사로 이직할 때 똑같이 돌려받을 것이다. 안타까운 케이스로 떨어진 내 지원자를 대신하여 당신들을 이 글로나마 소심하게 복수한다. 그리고 오늘도 연이은 탈락 소식에 좌절하고 있는 구직자분들에게 절대 당신의 능력이 부족해서가 아닌 지원한 회사가 당신을 품을 준비가 안 되어 아쉬움의 거절을 얘기한 것일 수도 있음 또한 생각해 주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