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지 마라, 군인 와이프들이여!
어쩌면 여자에게 가장 좋은 직업, 헤드헌터
이번 챕터에서는 헤드헌터이자 군인와이프이기도 한 사람으로서 매년 변화하는 혼란스러운 삶에서 길을 잃기도 하는 동지와 같은 전국의 군인 아내분들에게 위로와 공감을 드리는 이야기를 공유하고 싶다.
때는 3년 전, 처음으로 지금 남편을 만났을 때로 돌아가본다. 아주 추운 겨울날 매주 왕복 5시간의 길을 1년 동안 한 번도 빠짐없이 보러 와 준 순수하고 진솔된 남편의 모습을 보고 반해 결혼을 하고 싶다고 생각했다. 당시에 그렇게 결혼을 전제로 연애를 시작했다. 연애를 시작하기 전 남편이 자신의 직업이 군인이어도 괜찮은지 물어본 적이 있다. 이때 난 당연히 사람이 직업보다 중요하다고 가볍게 대답을 했고 실제로 우리는 그렇게 사랑으로 결혼으로 골인했다. 이때를 생각하면 결혼은 뭣도 모를 때 한다더니 몰라도 한참 많이 몰랐던 거 같다.
어린 마음이었던지 생각이 짧았던 것인지 결혼을 하고 이사할 때가 되면 군인 남편을 따라 그때마다 전국을 여행하듯이 다니면 된다는 생각에 즐겁기만 했다. 그렇게 3년이 흘러 실제로 평생 서울과 경기도에서 산 토박이던 내가 남편의 갑작스러운 발령으로 다른 타 지역으로 이사를 가야 한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신남보다는 놀람과 걱정이 앞섰다. 이사를 가야 한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방전이 되듯 눈앞이 암흑처럼 아주 깜깜해졌다.
새로운 도전을 좋아하지만 갑자기 내 인생과 커리어가 남편에게 맞추어 변화되어야 하는 부분이 억울하기도 하고 과연 이 결정이 맞는 결정일지 한참을 고민했던 거 같다. 당시에 마케터였던 나는 프리랜서든 재택근무든 할 수 있는 회사는 많았지만 마케터라는 직업을 그렇게 좋아하지 않아 평생직장으로는 생각 안 하고 있던지라 마치 망망대해에 있는 한 척의 기름이 동난 배가 된 기분이었다. 그렇다고 남편과 장거리 부부를 하고 싶지는 않았다. 자유주의 가치관을 갖은 나에게 유일하게 허락 안 되는 개념이 바로 장거리부부였다. 결혼을 한 이상 가족은 모름지기 함께 있어야 한다는 이상한 보수적인 사상이 나를 지배했다.
고민했다. 나도 만족하고 전국 어디를 가든 할 수 있는 직업이며 남편과 함께 늘 붙어 다니며 때론 내조도 해줄 수 있는 여유와 자유가 허락되는 직업이 있을지. 세 마리의 토끼를 다 잡을 수 있는 직업이 있다면 사람을 헤치는 일만 아니라면 하고 싶었고 열심히 그리고 다양한 직업을 찾고 여러 경우의 수를 계산하고 또 계산했다. 그렇게 찾은 직업이 헤드헌터였다. 물론 직업을 갖지 않고 육아와 집안의 일을 전담으로 하는 군인 와이프분들도 계시고 이 또한 훌륭한 일이다. 그럼에도 일을 계속해서 하고 싶은 군인을 남편으로 둔 여성분들이 이 책을 보고 있다면 이 길은 있다고 꼭 말해주고 싶다.
우리와 같이 강인하고 멋진 여성들을 받아주는 직장 혹은 직업은 있으니 포기하지 말라고 그리고 지금 잘 버티고 있다고 말해주고 싶다. 이 책을 보고 있는 사람 중에 남편이 군인으로 나와 사뭇 비슷한 환경에 놓인 사람이 있다면 헤드헌터 직무를 추천하고 싶다. 나와 같이 가족, 커리어, 워라밸 세 마리의 토끼를 다 잡고 싶다면 헤드헌터에 도전하기를 바란다. 단, 힘듦이라는 대가는 따를 것이고 쉽지는 않을 거다. 그럼에도 어쩌면 여자에게 가장 좋은 직업이 헤드헌터가 아닐까 생각한다. 출산을 하고 매번 이사를 하든 내가 해외에 있어도 이 일은 계속해서 평생 할 수 있다. 정규직 헤드헌터가 아니더라도 프리랜서 헤드헌터로 고액연봉과 함께 더 넓은 자유를 누릴 수도 있다. 그러니, 울지 마라 군인 와이프들이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