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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캐나다로 떠난 벨라 Mar 11. 2024

일주일에 한 번, 나랑 놀아주세요

 일주일에 한 번, 나랑 놀아주는 시간

분홍빛 벚꽃이 지고 예쁘고 설렌 5월 결혼식을 올린 지 벌써 2년이 지나 결혼 2년 차가 되었다. 남편과 처음 만난 날, 사귀지도 않고 처음 만났으면서 남편은 특유한 진지한 표정을 하며 나에게 진지하게 물었다. 마치 태양의 후예 송중기처럼 “저는 군인입니다.” 이야기를 하며 자기와 결혼을 하면 전국을 돌아다녀야 되는데 괜찮냐고 물었다. 그때는 남편이 너무 마음에 들어서 어린 마음에 “뭐, 어때요. 매일을 여행하는 기분으로 살아야지요"라고 대답해 버렸다. 지금 생각하면 되게 큰 상황이라 진지하게 고민해봐야 하는 부분을 아주 가볍게 마치 집 앞에 아이스크림 사러 가듯이 생각하며 대답했던 거 같다. 나 원 참.. 그렇다고 그때의 답변을 후회하진 않는다. 다시 돌아가도 그이를 잡기 위해서는 같은 답변이 아니더라도 비슷한 대답을 했을 것이기 때문이다.


맨 처음 결혼하고 군인 특성상 훈련이 있는 주는 7일 동안 집에 들어오지 못하는 경우도 있었고 때론 3일에 한 번 혼자 신혼집에서 자고 일어나 공기가 사뭇 차갑게 느껴지는 아침을 맞이하기도 했다. 초반에는 그런 남편이 서운하고 이런 나 자신이 초라해 보일 때도 있었다. 그러나, 지금! 지금은 너무 행복해 남편에게 언제 집에 안 들어오는지 물어볼 정도다. 그렇다면 근 2년간 나에게는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인가?


난 혼자서도 재밌게 보내는 방법을 연구하고 꾸준히 공부했다. 덩달아 의존적인 성향에서 빠져나와 레벨업을 해 혼자서도 무슨 일이든 할 수 있는 경지가 되려고 부단히 노력한 결과 내 인생의 주인이 되는 법을 깨달았다. 나를 누군가에 의해 혹은 어떤 사물과 현상에 의해 변화하는 존재가 아닌 내가 인생의 주체가 되어 나를 기쁘고 슬프게 만들 수 있다는 주인의식을 뇌에 심어 주었더니 변화가 일어났다.


남편이 집에 오지 않은 날에는 밤에 신나게 집 앞에 있는 마을버스를 타고 나와 동네 주변에 있는 맛집에 가 맛있는 밥을 나에게 대접하고 평소에 하고 싶던 자기 계발과 공부를 실컷 하고 뿌듯하게 집에 들어온다. 이 얼마나 행복한가! 아직 애기는 없지만 아기를 낳고 하루동안 자유부인이 된 마냥 신나고 즐겁다.


옛날에는 친구의 남편 혹은 주변의 평범한 직장인의 남편을 둔 사람들이 부러웠다면 지금은 오히려 그들이 안쓰러울 정도로 온전히 혼자 있을 수 있는 현재 생활에 만족한다. 혼자 있고 싶어도 못 있는 사람들이 있을 수도 있으며 나 또한 강제적으로 남편과 서로 떨어져 있어서 개인의 시간을 갖기 때문에 각자가 더 많고 풍부한 경험을 갖고 다시 만나 성장한다. 각자 혼자 있을 때 어떻게 보냈는지 이야기를 하고 서로가 성장을 위해 그 누구보다도 지지를 해주는 동지가 되어가는 느낌이다. 벼가 익어가듯 우리에게도 노을이 지고 있는 느낌이랄까?


이번 글을 빌미로 나라를 지켜주는 남편에게 나에게 지금과 같은 성숙과 성장의 시간을 선물해 줘서 고맙다는 말을 해주고 싶다. 우리가 잠든 시간에도 나라를 지키기 위해 출근을 하고 자신의 희생을 당연하게 생각하는 그대에게 참 고맙습니다. 오빠랑 결혼하기 전까지는 잘 몰랐는데 대한민국 군인의 처우가 더 좋아졌으면 합니다. 아주 어린 시절부터 군인이 되는 것이 꿈이던 당신을 존중하고 존경합니다. 대한민국 군인 장병분들 모두 파이팅!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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