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방어하는 법을 모르는 사람에게 바치는 글
30년을 살면서 참 이상하게도 외부로부터 육체적인 공격을 받는다고 느끼면 온 힘을 다해 저항하고 상처를 받기 않기 위해 싸웠지만 생각해 보니 정신적인 공격을 받을 때는 최선을 다해 싸워보지 않고 마치 줄에 묶인 강아지처럼 나를 가만히 놔두었던 거 같다. 더 심각한 건 내가 나를 그렇게 3자처럼, 마치 다른 사람처럼 멀리서 쳐다보고 있었다는 사실을 자각하지 못했다.
가스라이팅. 나쁜 사람들이 착하고 용기 내서 자기주장을 하지 않고 뭐든지 받아주는 사람을 마약 탐지견이 마약을 기가 막히게 탐지하듯 알아보고 자신의 입맛대로, 자신의 꼭두각시처럼 움직이도록 꾸준히 기초작업을 하는 것. 나는 이것을 가스라이팅이라고 정의하고 싶다.
이러한 가스라이팅은 주로 사람들이 흔히 연인관계에서만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친구관계 더 나아가 사회생활을 하며 회사 속에서도 은연중에 존재한다. 특히 보수적인 집단일수록, 위계질서가 뚜렷하고 대접을 받기 원하는 수직관계가 뚜렷한 답답한 집단일수록 가스라이팅은 아주 자연스럽게 일어난다. 더 무서운 건 이 가스라이팅은 무례함과 같이 오는 경우가 많아서 다양한 폭력의 선물 꾸러미에 자연스럽게 껴서 그 자체만으로 구별하기가 어려울 때도 있다.
예를 들자면 회사에서 내 업무가 너무 바쁜 와중에 자신의 간단한 업무가 있는데 도와달라고 요청하는 회사 동료가 있다고 쳐보자. 이때 나는 지금 하고 있는 업무가 너무 바빠서 다음에 도와주겠다고 답변을 했다고 가정해 보자. 그리고 나는 언제든 웃으면서 도움을 주는 일명 뭐든지 다 해주는 협조적인 동료다. 매번 도움을 주는 내가 의외인 답변을 했을 때 동료가 갑자기 이런 말을 한다. "뭐야, 언제는 바로 도와주더니 요즘 중요한 업무 맡았다고 바쁜 척하는 거 아니야? 일도 중요한데 주변 팀원도 신경 쓰면서 일해야 진정한 일잘러 아니겠어?" 이런 말을 하는 사람은 실제로 많이 않을 수 있겠지만 존재한다면 바로 가운데 손가락을 들어줄 것이다.
이 글을 쓰고 있는 나는 실제로 저 상황과 비슷한 혹은 더 기분이 더러운 상황에 쳐했던 적이 많았다. A 회사에 입사하자마자 7일 만에 내 업무가 바뀌었고 바뀐 업무와 다른 업무를 받을 때면 내 업무는 바뀌었으니 관련된 건은 내가 하지 않는 게 맞다고 주장했다. 이 주장을 들은 같은 팀원은 "니 업무, 내 업무가 어디 있냐. 여기는 그냥 다 같이 하는 회사다."라고 아주 큰 목소리로 회사 내 쩌렁쩌렁 이야기를 하며 누가 들으면 내가 아주 큰 잘못을 한 것처럼 만들었던 적이 있다. 더 웃긴 건 그 뒤로 어떤 업무든 조금이라도 자기 업무가 아니라고 생각하는 건 뭐든지 내 업무와 연관이 있다며 일을 떠넘기거나 혹은 대표 핑계를 대며 나에게 일을 넘겼다. 이걸 바로 내로남불이라고 하지 않으면 무엇이라 말할까.
어리석게도 나는 위와 같은 상황 속에 있었을 때 저런 생각은 한 사람들이 90%를 차지한 회사에 있었다. 내가 정상적인 사고와 생각을 하고 있음에도 가스라이팅을 하는 사람들의 주위에 둘러싸여 있어서 "설마, 진짜 내가 이상한 건가?" 생각을 종종 했다. 누가 불리하면 물량으로 승부하라고 했는데 이 상황은 달갑지만은 않았다. 더불어 정신과 전문의들은 내가 눈치를 보고 있는 상황이라면 그 상황은 이미 내가 주도권을 갖고 있지 않은 환경에 있음을 의미한다고 한다. 사회에서는 나보다 권력가 지위가 있거나 높거나 혹은 나와 심지어 직급이 같더라도 회사 내에서 신임을 받고 있다면 나는 상대적으로 그들에 비해 약자가 되기 쉽다.
외부로부터 나를 지키는 방법은 사실 간단하다. 위와 같은 상황에 덜 반복될 수 있는 환경을 나에게 만들어주고 선물하는 거다. 꼰대 같은 회사를 거르기란 어렵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나는 지금 회사를 잘 골라서 취업을 하면 된다고 말하는 것이 아니다. 사실 회사는 아무리 블라인드 같은 플랫폼에서 찾아봐도 직접 인터뷰 면접을 보고 일을 해보지 않는 한 100% 나와 맞는지 아닌지를 알 수 없다. 그렇다면 내가 더 안전하다고 느끼고 나의 결에 맞는 회사 혹은 환경에 나를 가져다 두는 방법은 무엇일까? 방법 이전에 나 자신을 객관적으로 분석하고 공부해야 한다. 필자 같은 경우는 가장 회사 생활이 고통스러웠던 시절을 떠오르면 특징은 이랬다. 1. 직무/포지션이 계속 바뀌고 불안정했다. 2. 꼰대 같은 토종 한국 기업이었고 지금까지 다녔던 회사는 모두 외국계 회사였다. 3. 혼자 하는 업무이며 팀원에게 도움을 주는 일은 적고 내가 도움을 요청해야 하는 일이 많은 직무였다.
이렇게 적어만 봐도 내가 왜 해당 회사에서 근무하는 동안 고통스러웠는지 원인이 보였다. 이 회사에 있기 전에는 나는 '마케팅'이라는 명확한 직무가 있었고 해외에 근무하거나 한국에 근무했어도 외국계 회사에서 근무했던지라 다들 백그라운드가 나와 비슷하거나 외국의 경험이 많은 사람들로 기초적인 공통점이 형성이 되어 있었을 것이다. 그렇다면 나는 어쩌다 이 토종 한국 기업을 선택하게 되었을지 회고를 해보니, 우연으로 들어왔던 과거가 떠올랐다. 다시금 생각해 보면 내가 미쳤다고 이런 회사에 오고 싶어 간절하게 면접을 준비하고 했을 것 같지 않다. 그러면 여기서 나의 실수를 짚어보면 우연과 운명에 나에 대한 주도권을 놓아버리고 말았다. 좋은 기회가 왔다고 해서 덜컥 잡는 것이 아니라, 내 인생 계획과 목표 혹은 나의 성향과 맞을지 더 나아가 이런 환경과 회사에 있을 때 과연 내가 행복할지를 철저하게 고민하지 않고 횟김에 큰 결정을 내버렸던 것이다. 그러니 당연히 내가 행복하지 않을 수밖에 없는 환경에서 고통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내가 나 자신을 잘 알고 내가 좋아하고 행복할만한 환경을 잘 알면 알수록 사람은 더 행복해진다. 그런 곳에 가면 나와 더 비슷한 색깔의 사람을 만날 수 있고 그럴수록 더더욱 마찰의 횟수 또한 감소한다. 다만 그러한 환경으로 나를 데려가는데 시간이 오래 걸릴 수도 있다. 나 같은 경우에도 1차적인 커리어전환 목표로 직업상담가가 되기 위해서는 거의 1년간의 자격증 준비 및 합격 그리고 취업의 시간이 필요하다. 그다음 2차 직업 목표인 임상심리사가 되기 위해서는 적어도 5년의 시간이 필요하다. 나와 다르게 더 짧고 빠르게 그 여정이 단축되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고진감래라고 하지 않은가. 우리 모두 운명에 나를 맡기지 말고 내 인생의 운명의 칼자루를 내가 직접 쥐고 느리더라도 앞으로 향해 나아가보길 바란다. 그것이 진정으로 나를 사랑하고 외부로부터 나를 보호하는 방법이라 굳게 믿는다. Peac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