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능은 빠르지만, 투자는 느려야 한다

by 페테르

빠른 결정, 느린 결정

우리는 왜 이렇게 감정적이고 본능적으로 의사결정을 내릴까? 우리가 자신의 행동을 이해하거나 설명하는 데 서투르다. 어떤 행동을 하고 나서도 왜 그랬는지 명확히 설명하기 어려울 때가 많다. 그저 후회하거나 행동을 합리화하려고 할 뿐이다. 인간의 마음, 의식, 자유의지와 같은 개념은 주관적이며 추상적이다. 이는 물질적 실체가 없기 때문에 객관적으로 측정하기 어렵다. 그러나 우리는 빠르지만 감정적이고 직관적으로 의사결정을 내리는 경우도 있고, 상황에 따라 느리지만 분석적이고 논리적으로 판단하는 경우도 있다는 것을 안다. 행동경제학의 아버지인 대니얼 카너먼(Daniel Kahneman)은 인간의 의사결정 시스템을 두 가지로 나누어 설명한다. 전통적인 경제학은 사람들이 자신의 최대 이익을 위해 합리적으로 판단한다고 가정하는 반면, 행동경제학은 사람들이 감정에 의해 비합리적인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다고 본다.


카너먼이 제시한 시스템 1은 빠르지만 부정확할 수 있는 사고 방식을 의미하고,

시스템 2는 수학 문제를 풀 때처럼 느리지만 보다 정확한 사고 방식을 뜻한다.

카너먼은 우리가 대부분의 시간 동안 시스템 1에 의존하여 살아가지만, 중요한 결정을 내릴 때는 시스템 2를 활용해야 더욱 합리적인 선택을 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그는 간단한 문제를 통해 시스템 1(직관)의 정확성이 떨어질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야구방망이와 공 세트가 1달러 10센트다. 방망이는 공보다 1달러 더 비싸다. 공은 얼마일까?

이 문제를 보면 **즉각적으로 떠오르는 답은 ‘10센트’**일 것이다. 하지만 만약 야구공이 10센트라면, 방망이는 공보다 1달러 비싸야 하므로 1달러 10센트가 되고, 총합이 1달러 20센트가 되어버린다. 즉, 10센트라고 답하는 것은 ‘빠르고 직관적인’ 시스템 1의 작용이며, 정확한 답(5센트)을 구하려면 ‘느리고 분석적인’ 시스템 2를 사용해야 한다. 이처럼 많은 사람이 이 문제를 틀리는 이유는 시스템 1에 의존하여 직관적으로 판단하기 때문이다. 어림짐작은 일상생활에서 빠르게 판단을 내리는 데 유용하지만, 정확성이 필요한 상황에서는 오류를 발생시킬 수 있다.

예를 들어, 집으로 걸어가는 발걸음이나 별생각 없이 코미디를 보면서 웃는 행동은 시스템 1이 작동하는 대표적인 예다. 마찬가지로, 58 × 42를 어림잡아 2400이라고 계산하는 것도 시스템 1을 활용한 것이다.


우리는 주식 투자에서도 빠르고 직관적인 사고 방식인 시스템 1에 많이 의존한다. 매수한 주식이 하락하면 고통을 느끼고 서둘러 매도하거나 견우 참아내다 본전이 되었을 때 매도하고 시장을 빠져나오는 것은 본능적 반응에 가깝다. 사람들은 손실을 피하려는 본능이 강하며, 같은 금액이라도 이익을 얻었을 때보다 손실을 봤을 때 더 큰 감정적 영향을 받는다. 시장이 하락하면 두려움이 사람들의 마음을 지배한다. 보유한 주식에 손실이 나면 고통을 피하려는 마음에 서둘러 매도하고, 그로 인해 때로는 가장 좋은 매수 시기일 수 있는 기회를 놓치기도 한다. 주가는 짧은 시간에도 가파르게 상승하거나 하락한다. 많은 이들이 빠르게 시스템 1에 의존해 빠르게 반응한다. 가격이 상승하면 매수해 수익에 참여하려 하거나 하락하면 매도해 손실을 피하려 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결정은 본능적이고 감정적인 반응이 대부분이다. 수익을 내는 이들은 가능한 감정을 배제하고 합리적인 의사결정을 하려 노력한다. 모든 투자는 자산이 저렴할 때 사서 비쌀 때 매도하는 것이다. 합리적인 의사결정은 탐욕과 두려움에 기반한 결정이 아니다.


즉, 시스템 1은 빠르고 직관적이며 감정적이지만, 시스템 2는 논리적이고 분석적이다. 올바른 의사결정을 해야 하는 상황에서는 감정적이고 본능적인 반응에서 벗어나 시스템 2를 활용해야 한다. 레이 달리오(Ray Dalio)는 그의 저서 *원칙(Principles)*에서 인간의 의사결정 과정을 ‘합리적인 자아’와 ‘감정적인 자아’로 나누어 설명하며, 비슷한 개념을 제시한다. 시스템 1과 2는 이성과 본능, 논리적 사고와 감정적 반응처럼 대립하는 개념이지만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다. 한쪽은 빠르고 직관적이지만 감정적이고 본능적이다. 또 다른 한쪽은 느리지만 정확하고 분석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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