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inome

지혜의 영상이 올라왔고, 식당은 즉시 타격을 입었다. 그 사실을 알았을때 바로 준호에게 연락했다. “야, 대박이다! 진짜 대박 났어!” 충분히 흥분한 목소리였다. 말끝마다 기쁨이 묻어났다. 아무 거리낌 없이 기쁨을 토해냈다. 그리곤 영상을 보라고 강권했다. 좁은 식당 안, 손님을 대하는 태도, 지혜의 표정. 카메라는 그 모든 것을 정직하게 기록하고 있었다. 누구나 불편하고 불쾌할 내용이었다. 그것은 식당의 괘씸한 태도, 손님을 향한 무례함과 불친절함 때문이었다. 지혜의 친구여서가 아니었다.

실시간으로 올라오는 새로운 댓글은 분명 분노와 공감이었다. 예상치 못한 연대감이었다. 준호는 순간 그 대열 속으로 기꺼이 들어갔다. 그러나 그의 속을 파고드는 감정은 식당의 태도에 대한 분노뿐만이 아니었다. 며칠째 그를 괴롭히던 어떤 불명확한 억울한 감정이 이번 일에 겹쳐졌다.

자연스럽게 댓글 창으로 손이 옮겨졌다. 처음엔 충동이었다. “이런 태도, 도무지 이해가 안 되네요.” 짧은 한 줄이었다. 그런데 그 한 줄이 뜻밖에도 묵은 체증을 조금 걷어냈다. 기분이 나쁘지 않았다. 이어서 또 한 줄, 그리고 또 한 줄. 화면 속 손가락은 점점 더 자신감 있게 움직였다. 댓글의 화살은 식당을 향하고 있었지만, 그 안에는 전혀 다른 사람과 다른 날의 묵은 기억이 섞여 있었다. 남을 원망하고 욕하는 일이었지만, 이상하게 몰입되었다.

묘한 쾌감이 있었다. 마치 심판자로서 정의를 구현하는 것 같았다. 옳은 일을 하고 있다는 짜릿함이 상당했다. 손가락이 빠르게 움직였다. 비난, 조롱, 폄하. 단순히 화풀이가 아니었다. 어쩌면 준호에게 이 일은 자신의 억울한 분노와 답답함을 세상에 내놓는 과정이었다. 댓글 하나하나가 작은 폭발처럼 느껴졌다. 이 자극은 이서를 잊는 데도 도움이 되었다.

처음엔 '좋아요' 하나, 작은 불씨였지만 곧 숫자가 자랐다. 그리곤 자신의 언어로 ‘맞아요.’ ‘공감합니다.’ 단 세 글자, 혹은 단순한 이모티콘. 그러나 그 간결함이 오히려 묘하게 힘이 있었다. 조금 지나자 길고 정성스러운 답글도 줄을 이었다. 누군가는 비슷한 경험을 나열했고, 또 누군가는 더 거친 어조로 식당과 주인을 몰아붙였다. 화면 속 숫자가 느리지만 꾸준히 올라갔다.

각자의 말들이 지혜의 영상 아래에서 준호 자신의 말과 부딪치고 섞이며, 점점 더 큰 소음을 만들어냈다. 그 안에서 그는 이상한 안도감을 느꼈다. 이건 더 이상 혼자의 분노가 아니었다. 사람들은 자신의 말에 기대어 자기 분노를 세웠고, 그 분노가 다시 그에게 돌아왔다. 마치 서로의 체온을 교환하며 마침내 극치감이 찾아오는 것 같았다.

그것은 이상했다. 같은 모양이 다른 크기로 끝없이 이어지는, 일종의 복제 과정이었다. 지혜가 던진 영상과 준호가 폭발시키는 말이 다른 사람의 말 속에서 모양을 바꾸고, 다시 돌아와 또 다른 형태로 번지게 했다. 마치 유리 조각 속에 갇힌 무늬가 계속 복제되듯, 분노는 형태를 바꾸지만 본질은 그대로였다. 각자의 말투와 억양이 있었지만, 뿌리는 하나였다. 그 단순한 구조가 겹겹이 이어져 화면을 가득 채웠다. 멈추기는 어려웠다. 완벽한 원팀의 모습이 갖춰졌다.

댓글 창에서 작은 글자가 깜빡였다. 어떤 사람이 쓴 문장이 올라가면, 곧바로 누군가 답을 달았다. 알 수 없는 영문 닉네임을 가진 무수한 대중이 움직였다. 처음에는 정중했다. “말씀하신 부분 이해합니다. 하지만…”이라는 문장. 하지만 그 문장 끝에 숨어 있는 날카로움은 은밀하게 기어 들어왔다.

지혜든 준호든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댓글을 달았다. 손가락을 키보드 위에 올려놓은 채, 화면 속 글자를 눈으로 좇았다. 분명 그들 자신은 정당한 일을 하고 있었다. 그런데도 딴죽을 건 사람이 못마땅했다. 영상을 본다면 누구나 화나 분노를 느끼는 게 정상이었다. 굳이 손님이 왕은 아니더라도 주인에게 저런 대우를 받을 하등의 이유는 없지 않은가? 이는 특별할 게 없는 아주 상식적인 감정이다. 그럼에도 상대방은 이미 그 감정을 의심하고, 평가하고, 심지어 정죄하려는 듯했다.

“그런 태도로… 평가하시다니, 얼마나 아십니까?” 그 말에서 지혜는 분노와 불쾌를 동시에 느꼈다. 분명히 처음에는 정중함이 묻어 있었지만, 문장 사이사이 날이 서 있었다. 준호는 글자를 한 번 훑고, 다시 타자를 두드렸다. “그럼 그 식당이 잘한 겁니까? 왜 사람들이 분노하는지 아직 파악도 못 하고, 몰지각하게 몰아세우시네요.”

상대도 지지 않았다. “몰아세우지 마시라고요. 그리고 앞뒤 사정도 모르시는 거 같은데 막말하시네요. 게다가 함부로 지역을 폄하하시는데 그렇게 행동하지 마세요. 그런 게 다 업보가 되실 겁니다. 인성이나 좀 챙기세요.” 말투가 점점 거칠어졌다. 화면 너머에서 지혜의 심장이 뛰는 속도가 느껴지는 것 같았다. 정당하다는 확신과, 지나친 분노를 마주하는 당혹감이 동시에 몸을 흔들었다. 글자를 치는 손가락 끝에서까지 떨림을 느꼈다. 하지만 포기하지 않았다.

“잘했다고 생각하시는 거군요. 그게 님의 상식이라는 거고요. 그런데 그게 님 혼자만의 생각이라고 여기진 않아요?” 지혜는 반문했다. 글자마다 기세가 실렸다. 마치 화면 속 상대방의 말이 실제 공기를 타고 몸으로 쏟아지는 듯했다. 화면 속 글자는 계속 늘어나고, 각각의 문장에는 공격과 방어가 엮여 있었다. 혼자가 아닌 둘의 힘은 생각보다 강했다. 상대를 분석하거나 서로 응원하는 것까지 죽이 척척 맞았다.

상대방은 여유를 부리며 짧게 웃음 이모티콘을 남기고, 다시 글을 이어갔다. “정의? 거기까지 이야기하시네요. 그건 지나치게 과장된 시선 아닌가요? 잘 알지도 못하면서… 정의를 운운하는 건 오버죠.” 지혜는 손가락을 멈췄다. 얼마나 알든 모르든, 중요한 것은 사람들이 느낀 불쾌였다. 그러나 상대는 그 사실을 부정하는 것처럼 보였다. “매도하지 말라”는 경고는 화면 너머에서 점점 더 날카롭게 다가왔다.

두 사람이 만드는 미세한 긴장에는 더 이상 정중함이 없었다. 서로의 감정을 실어 나르는 도로처럼 변했다. 짧은 문장과 긴 문장, 의문부와 단정형이 뒤섞이면서 화면은 긴장의 진동으로 가득 찼다. 지혜는 스스로를 설명하며, 동시에 상대방의 태도를 이해하려 애썼지만, 이해는 쉽게 닿지 않았다. 애초에 설득당할 사람들이 아니었는데도 마치 논리적으로 설득해보려는 듯 반박과 재반박을 반복했다. 그렇게 감정은 끓어올랐다.

문장들이 하나씩 쏟아질 때마다, 화면 속에는 크고 작은 폭발음이 울려 퍼졌다. 말 속에 감춰진 분노와 억울함, 그리고 자기 나름의 정당성이 서로 부딪치며 댓글 창은 어느새 숨죽인 전쟁터가 되었다. 단순한 논쟁이 아니었다. 그럼에도 이상하게 나쁘게 느껴지지 않았다. 치받는 말들의 파도 속에 몸을 맡기자, 준호는 오히려 자유로워졌다. 오랜만에 살아있는 느낌이 들었다.

지혜도 다르지 않았다. 그리고 마음속 깊이, 더 시끄럽고 더 뒤엉킨 갈등이 일어나기를 바랐다. 좋고 나쁨의 문제를 넘어서, 어느새 그 모든 것이 영향력과 이익의 문제로 바뀌어 있었다. 준호에게는 말하지 않았지만 이미 그 동네 시장의 항복 선언도 받아낸 상태였다. 시장 스스로 먼저 연락해온 것이었다. 이는 내친걸음이었다. 지혜는 시장에게 보내는 다이렉트 메시지를 작성했다. 글자 하나하나를 여러 번 지우고 썼다. 문장은 최대한 정중하게, 그러나 핵심은 분명히 했다.

-비록 좋지 않은 일로 인연이 되었지만 이 도시의 다양한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습니다. 시민과 도시를 존중하는 방식으로 촬영하겠습니다.

그리고 시장이 직접 나서지 않아도, 담당 부서와 협업할 수 있는 방법을 덧붙였다. 허락과 관리만 해주면, 촬영과 편집, 전반적인 진행을 책임지겠다는 내용이었다. 꼭 부탁을 들어달라는 안배였다. 사실 지혜는 마음속으로 여러 시나리오를 그렸다. 아무리 정중하고 겸손한 말투라 해도, 현직 시장에게 개인이 연락을 취하는 건 흔한 일이 아니었다. ‘예의상 한 말일까? 아니면 정말 연락을 원한 걸까?’ 대답은 알 수 없었다. 그 말이 진심이든 형식이든, 지금 자신이 할 수 있는 건 메시지를 보내는 것뿐이었다.

전송 버튼을 누른 뒤 한참 동안 화면을 내려다봤다. 답이 올 수도,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을 수도 있었다. 하지만 어느 쪽이든, 이제 돌은 던져졌다.

잠시 후, 메시지 알림이 떴다. 시장에게서 직접 온 답장이었다. 짧았지만 분명했다.

시장의 메시지는 짧았다. '확인했습니다. 실무진과 논의한 뒤 연락드리겠습니다.' 문장은 공손했지만, 서류 철을 잡고 있던 그의 손이 권위를 말해 주었다.

지혜는 화면을 천천히, 몇 번이고 읽었다. 시장이 직접 움직일 뜻을 내비치고 있었다. 그러나 그 움직임은 어디까지나 자신의 자리를 지키면서, 권위와 체면을 해치지 않는 선에서 이뤄질 것임이 분명했다. 며칠 뒤, 시장은 조용히 내부 회의를 열었다. 홍보팀과 관련 부서 사람들이 모였다. 담당자들은 트래블이지의 요청을 검토했고, 가능성을 따져보았다. 촬영 범위와 시민 참여 여부는 실무진이 알아서 안내하라는 지시가 내려졌다.

사실 지혜에게는 꽤 버거운 일이었다. 영상이 올라온 지 몇 시간 만에 조회수는 12만을 넘겼고, 하루가 채 지나기도 전에 27만에 닿았다. 그날 밤, 화면 속 숫자는 50만을 넘어갔다. 처음에는 3천, 5천. 그러다 하루가 지나자 1만 명을 넘었다. 그리고 지금도 구독자는 줄어들 기미가 없었다.

아직은 열기가 식지 않았다. 댓글 창은 후속편을 요구하는 목소리로 가득했다. 그건 작은 물결처럼 시작해, 곧 제법 큰 방향으로 여론을 몰아갔다. 원래의 계획은 간단했다. 도넛을 먹고, 시장 골목을 걷고, 짧게 인터뷰를 하고, 여행 브이로그를 만드는 것. 하지만 화면 속 영상은 전혀 다른 길로 접어들고 있었다.

사람들은 단순히 장소를 구경하는 것이 아니라, 그가 겪은 사건, 지혜가 느낀 서운함과 긴장, 그리고 그 순간 드러난 표정과 태도를 함께 보고 있었다. 지혜의 계획은 종이 위에서 지워진 듯 흔적 없이 사라졌다. 여행 브이로그인지, 탐사보도인지 알 수 없는 기묘한 상태에 감싸였다. 이제 후속 촬영은, 하지 않을 수 없는 일이 되어버렸다.

촬영하기 좋은 날씨였다. 지혜는 시청 정문 앞에 섰다. 초록색 기와 위로 얇은 구름이 흘렀다. 현관을 들어서자 안내 직원이 그를 시장실로 안내했다. 시장은 바쁘다는 듯 책상에서 일어나 잠깐 손을 내밀었다. 웃으면서 미안하다고, 그리고 다시 한 번 사과한다고 말했다. “도와 주이소. 구체적인 건 저기 관광과 주무관이랑 상의하시고 예.”

관광과로 자리를 옮겨 주무관과 이어서 대화했다. 처음엔 자료만 건네받고 대충 촬영하면 끝날 줄 알았다. 하지만 주무관은 서류를 책상 위에 반듯하게 펴 놓으며 말했다. “이 일은 용역으로 계약을 진행해야 합니다. 정식 계약이 필요합니다.” 그는 설계와 이동 인터뷰 관련 사항까지 모두 시청의 협조 아래 시나리오에 맞춰 진행된다고 설명했다. 주의사항이 몇 장짜리 인쇄물로 건네졌다. 표정은 썩 밝지는 않았다. 아마도, 자신이 한 말이나 행동이 아직 마음 한 구석에 걸려 있는 모양이었다. 그러나 담담하게 업무를 이어갔다.

“사업자는 있나예?” “없는데요.” “아, 그러면 계약은 주민번호로 해야겠네예. 그리 합시다. 실무 능력은 있으시니께, 문제없을 겁니다. 일단 지금은 주민등록증 같은 신분증 주십시오. 서류는 미리 만들어 놓을게요.”

주무관은 홍보비 명목으로 수의계약이 2천만 원까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니까 1,900만 원으로 합시다. 납품 기간은 영상 주는 조건으로, 한 달 안짝으로 잡으면 되겠네예.”

지혜는 계약 절차에 대해 전혀 몰랐다. 그저 고개를 끄덕이며 “네”라고 답하는 수밖에 없었다. 계약서는 잘 정리되었다. 훑어보는 시늉을 하고 곧바로 사인을 했다. 한 장의 종이가 계획과 움직임을 단단히 묶었다. 주무관은 어디를 촬영할지 누구를 인터뷰할지 어떤 연출을 할지까지 세세하게 준비된 시나리오 책자를 제공해주었다. 그리고 자신도 함께 움직이겠노라고 말했다. 옆에 있어야 응대도 하고 돌발 상황에 대처하기가 쉽다는 것이다. 감시나 통제 같기도 했지만 초짜 지혜에게 가이드는 오히려 필요했다.

주무관이 지혜 옆에 와서 물었다. “촬영은 언제부터 할 겁니까?” 지혜는 가방을 정리하며 대답했다. 촬영은 순서대로 시작될 예정이었다. “오늘, 지금 바로요.”

주무관의 눈이 잠깐 커졌다. “아, 오늘 당장입니까?” 그 표정 속에는 얇게 깔린 당황과, 해야 할 일 목록이 갑자기 길어졌다는 계산이 비쳤다. 지혜를 데리고 다니며 사전 섭외를 해야 한다는 부담이 머릿속에 먼저 스쳤다. 그러나 곧 그 표정은 희미하게 풀렸다. 책상에 앉아 서류만 들여다보는 것보다야, 밖에 나가 바람을 쐬는 편이 나쁘지 않았다.

“그러면… 잠깐만 기다리십시오.” 주무관은 휴대폰을 꺼내 몇 군데 전화를 돌렸다. “예, 계장님. 오늘 바로 촬영 들어간다 하니, 제가 미리 연락 다 해놓겠습니다. 예, 예. 알겠습니다.” 전화를 끊자마자 몇 군데 번호를 눌러 인터뷰와 촬영 장소를 직접 섭외했다. 전화를 끊은 주무관이 지혜를 향해 말했다.

“다 됐습니다. 갑시다. 시장 남문 쪽에 협조해줄 사장님 한 분 기다린다 하니. 먼저 거기 가봅시다. 날씨도 찍기 딱 좋습니다.”

시청을 나와 중앙동 큰길로 내려가자, 흰 승합차 한 대가 인도를 막지 않게 비스듬히 서 있었다. 도어에는 파란 글씨가 적혀 있었다. 차에서 내린 사장님이 주무관이랑 짧게 인사를 나누더니, “시장 남문서 봅시다.” 하고는 먼저 골목으로 걸어갔다.

시장 남문 근처, 스티로폼 상자가 층층이 쌓인 자리에서 첫 촬영이 시작됐다. 대야에 바지락을 붓고 씻던 여자가 고개를 들었다. “여 물 좋습니더.” 마치 준비된 대사처럼 또박또박했다. 뒤쪽에서 주무관이 전화기를 가슴에 붙이고 낮게 말했다. “계장님, 시작했습니다.” 지혜는 마이크 눈금을 내리며, 화면 구석의 초록색 조끼가 프레임에 안 잡히도록 삼각대를 한 뼘 옮겼다.

지혜는 바지락을 씻는 여자의 손을 다양한 각도로 담았다. 상자가 삐걱이며 흔들리자 반사적으로 손을 내밀었다. 작은 물방울이 화면에 포착됐다. “아이고…” 카메라와 삼각대를 동시에 조정하며, 마음은 분주했다. 사장이 방을 슬며시 걸어 들어왔다. 지혜를 똑바로 바라보진 않고, 주변을 천천히 둘러보며 손끝으로 책상 위를 살짝 건드렸다. 말은 거의 없었지만, 툴툴거리는 숨결과 행동만으로 지혜에게 미묘한 긴장이 전달됐다.

주무관이 사장을 향해 작게 입을 열었다. “예… 그러니까… 촬영하시는데 너무 힘들게 그리시면 안 되지 않겠습니더.” 사장은 잠시 눈을 가늘게 뜨고, 툴툴거리며 고개만 살짝 끄덕였다.

주무관은 지혜에게 돌아서며 말했다. “자, 이제 촬영 좀 정리하시고, 영일대 해수욕장으로 이동합시다. 장비도 깔끔하게 챙기십시오. 혼자 다 하긴 버겁지 않겠습니까.” 지혜는 삼각대를 다시 정리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마음속에는 여전히 혼자 처리해야 하는 난감함이 남아 있었지만, 잠시 준호를 떠올리며, 있었으면 지금 상황이 좀 수월했을 거라는 생각이 스쳤다.

바지락을 씻는 여자가 조용히 손을 움직이면서 말했다. “여 물 좋습니더.” 지혜는 카메라를 다시 들었다. 화면 속 손, 튀는 물방울, 삐걱거리는 상자가 작은 긴장감을 만들었다. 그 순간 준호를 불러야겠다고 마음먹었다. 지혜는 차 안에서 잠시 손을 놓고 창밖을 바라봤다. 바람이 잔잔히 창문을 흔들었다. 손에는 휴대폰이 있었고, 화면 속 준호 이름이 어둠 속에서 반짝였다.

월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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