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에 소질이 있는 것도 아니고, 즐기는 것도 아니지만 아이 셋을 키우는 경력이 있다 보니 웬만한 건 그래도 제법 하게 되었다. 오히려 서툴다 보니 이유식도 매끼 새로 해서 먹여야 하는 줄만 알았었다. 아침에는 닭죽, 점심에는 호박죽, 저녁에는 고기죽. 그러면 이왕 하는 거 좀 많이 해서 착착 용기에 담아 보관했다가 다음날 정도까지는 돌려서 먹여도 좋았으련만, 어떻게 언제까지 보관했다가 먹여도 되는 건 줄도 잘 몰랐기에 그냥 매끼 했었다. 이렇게 요령도 없이 그 쌍둥이에 유아 하나, 그 셋을 어떻게 키우긴 키웠다. 15년 이상 엄마로 살며, 닭볶음탕, 갈치조림, 꽃게찌개, 등갈비김치찜, 오징어삼겹살볶음, 우삼겹숙주볶음, 전복죽까지 종류별로 인터넷 레시피대로 만들어 내면 아이들 모두 군소리 없이 맛있게 먹어준다. 맛이 있는지 없는지, 내 새끼들에게는 세상 맛있는 '엄마 음식'이다. 그 안에는 아마도 입에 착 붙는 조미료는 없어도 '사랑'도 있고, '정성'도 있어서 이겠지. 맛있는 걸로, 다양한 걸로 치차면 배달시켜 먹는 음식, 나가 먹는 음식이 더 나을지 모르겠으나 그렇게 눈에 보이지도 않는 정성과 사랑 따위가 들어간 엄마 음식에는 분명 힘이 있다.
얼마 전 나도 눈물의 굴밥을 경험했다. 속상한 일이 있었던 나에게 지인이 직접 해서 배달까지 해준 음식이자 마음이었다. 음식 앞에서의 눈물은 너무 목 막히게 서글픈 것이라 절대 하지 말아야지 하는데, 쏟아지는 눈물을 어쩔 수가 없었다. 잊지 못할 한 끼였다. 음식에는 역시 이런 힘이 있구나 생각했다.
라우라 에스키벨의 <달콤 쌉싸름한 초콜릿>는 음식과 성에 대한 소설이다. 1910년대 내전이 한참이던 멕시코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막내딸은 결혼하지 못하고 평생 엄마를 돌보며 살아야 한다는 관습 안에 태어난 마마 엘레나의 막내딸 티타의 운명. 그녀의 음식에는 힘이 있다. 부엌에서만 자유로울 수 있던 티타는 음식으로 자신의 설움과 고통을 해소하며, 그 안에 담은 진심들은 힘을 발휘한다.
그녀를 사랑했지만, 그녀 옆에 있는 방법으로 큰 언니와의 결혼을 선택한 페드로. 그 페드로가 선물한 장미 꽃잎을 넣어 만든 음식이 둘째 언니 헤르트루디스에게 최음제 역할을 한다. 그녀의 억눌린 욕망과 욕구가 그 음식 안에 녹아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녀의 눈물과 슬픔이 가득 담긴 요리를 먹고 사람들은 모두 그리운 사람들을 생각하며 한없이 눈물을 흘리기도 한다.
페미니즘 성격이 있는 소설이지만, 나는 부당한 관습과 틀 안에서 자신만의 방법으로 조금 위험하고 위태로워 보일지라도 자신을 찾아가는 과정에 더욱 초점을 맞추어 읽게 되었고, 판타지적으로 표현되는 음식이 발휘하는 힘에 감동을 느꼈다.
고등 입시 준비하고 있는 큰딸이 요즘 입맛이 없다. 무슨 음식을 해줄까 하다 전복죽을 끓이기로 했다. 엄마 음식에는 힘이 있으니까. 힘을 내라고, 사랑과 파이팅을 꾹꾹 눌러 담아 시간을 들여 죽을 끓였다.
딸아, 힘을 내렴.
인생은 늘 선택의 연속이며, 선택한 일에 대해 던져진 주사위를 바라보며 너무 애끓지 말았으면 한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에 최선을 다하고, 내 힘으로 어쩔 수 없는 일은 조금 여유롭게 지켜보는 용기도 살아보니 필요한 거 같다. 엄마 전복죽 먹고 힘을 내고, 오늘을 또 살아보자꾸나. 사랑하는 딸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