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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un Jun 24. 2021

월요일의 책

    매주 월요일 오전, 빈 시간이 생겼다. 이 글은 원래 이렇게만 시작했다. 그 시간의 정체에 대해 정확히 밝히지 않고 두루뭉술 넘어가려고 했었다. 부끄러운 일은 아니나 여전히 미심쩍은 시선을 보내는 사람들이 있는 것은 사실이기에 굳이 밝힐 필요가 있을까, 하는 생각이었다. 그러나 『지구인만큼 지구를 사랑할 수 없어』에서 정세랑 작가가 어렸을 때 아팠던 이야기를 하며, "문학 출판계에 들어와 가장 좋았던 건 사람들이 아팠던 이야기, 아픈 이야기를 무척 아름다운 방식으로 마구마구 해버린다는 점이었다"라고 쓴 것을 읽고 이 글을 고치고 있다. 오래전부터 가야 할 필요를 느끼면서도 이런저런 이유로 미루기만 해왔던 정신과에 내원했다. 내가 다니게 된 동네의 병원은 작지만 환자가 많고 예약제가 아니기 때문에 병원이 여는 시간에 맞춰 가서 접수를 해도 한두 시간은 대기를 해야 한다. 원래였다면 이 긴 대기시간이 버거웠을까? 그러나 인터넷 검색으로 병원에 대해 알아보던 중 대기시간이 길다는 것을 알게 되었을 때 가장 먼저 든 생각은 '그럼 그 시간에 책을 읽어야겠다!'였다. 공부와 관련된 책이 아니라, 읽고 싶어 읽는 책들. 그래서 병원에 처음 간 날부터 사두기만 하고 시간이 없어 읽지 못했던 책을 한 권 챙겨 갔다. 그리고 오랜만에 즐겁게 책을 읽었다.

  문학을 사랑하여 시작한 공부에 매몰되어 더 이상 책에서 기쁨을 얻지 못하고 그저 커다란 산, 과제 또는 짐으로만 느끼게 되는 그 과정을 서서히 몸으로 경험하는 일은 슬프고도 피로했다. 이로부터 이어질 글들은 한동안 나를 괴롭게만 했던 활자를 다시 사랑하기 위한 재활의 일환이다. 여전히 텍스트를 잘게 쪼개어 연구하고, 낱낱이 뜯어 단어에 의미를 부여하고, 외부의 또 다른 텍스트와 연결 지어 제3의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일은 끈기 있게 해 나가야겠지만. 그 모든 과정의 시작점에는 텍스트를 열정적으로 사랑하는 마음이 있었다는 사실을 잊지 않기 위해 이 글을 쓴다. 

  매주 월요일 오전의 이 홀가분한 독서에 대한 기록을 남기고자 한다. 형식도, 분량도, 주제도 정해져 있지 않은 우왕좌왕한 글이 되겠지만 책을 너무나 사랑해서 책을 파고들기로 결심한 그때 그 마음을 잊거나 잃지 않도록 되새길 수 있게 해주는 기회이기를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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