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테미스의 첫 정규 앨범 리뷰
들어가기 전에, 이 리뷰는 아주 옅은 농도로 쓰여질 예정이며 무작정 좋거나 아쉬운 점을 단순하게 나열할 예정. 분석적이고 전문적인 리뷰를 원한다면 매우 모자란 글일지도.
이달의 소녀는 팀 결성부터 완전체 데뷔 과정 그리고 다양한 유닛 활동까지 기존의 틀을 깨려고 애썼다기 보단, 그냥 ‘이렇게 해도 되지 않을까?’라고 생각한 사람의 행동력 그 자체인 팀이 아니었을까 싶다. 이달의 소녀가 흩어지고 일부가 아르테미스로 모여 낸 첫 정규 앨범. ‘Dall’은 내가 막연히 기대했던 그 앨범이 아니었다.
아르테미스가 정규 앨범을 발매하기까지 약 두달 간의 프로모션을 진행했다는 사실을 지금 알았다. 이달의 소녀 멤버들 중 일부가 팀으로 다시 모였다는 것은 프리 싱글로 먼저 발매됐던 ‘Birth’의 뮤직비디오를 나서였다. 뮤직비디오를 보자마자 플레이리스트 음원을 넣었다. 정확하게 내 취향이었다. 이 곡이 타이틀 곡인줄 알았다.
https://youtu.be/DsCd9tUdUS8?si=cE8aNVsRx4bzccHk
나는 지인들에게 뮤직비디오 링크를 보내며 이렇게 말했다. “르세라핌이 추구해야할 방향성이 이쪽이 아니었을까” 아르테미스 앨범 리뷰에 다른 걸그룹의 언급은 좀 유감이지만, 나는 르세라핌의 콘셉트가 조금 더 마이너하고 오컬트적인 요소를 넣을 수 있는 여지가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데뷔 앨범 이후 이런 방향성을 가지고 디벨롭하길 기대해서 이런말을 한 것 같다. (데뷔 후 매거진 화보들이나 앨범 자켓에서도 이런 비슷한 느낌을 찍먹해볼 수 있는 기회들이 있었기 때문에 더 그럴지도…)
각설하고, 그만큼 아르테미스의 ‘Birth’는 그룹의 톤과 방향성을 확실하게 잡았다고 느껴질 정도로 임팩트가 강했다. 이 팀은 앞으로 이런 방향으로 간다면 걸그룹 시장에서 한자리를 차지할 수 있지 있지 않을까 싶었다. 이미 많은 아이돌이 여러 아포칼립스 세계관을 가지고 앨범을 발매하고 있기 때문에 그런 세계관이 아닌 오컬트(또는 심령주의) 쪽으로 보다 호러블하고 찝찝하고 기괴한 느낌의 독보적인 장르를 볼 수 있을거라 기대했다. 그러나 공개된 타이틀 곡은 이달소 타이틀곡과 비슷한 그저 그런 곡 같아서 많이 아쉬웠다.
타이틀 곡 ‘Virtual Angle’이 가지고 있는 메시지는 좋았다고 생각한다. ‘AI의 발전과 Virtual의 존재가 현실로 다가온 지금. 사실은 그동안 TV와 핸드폰을 통해 우리가 소비해 오고 있는 아이돌이라는 존재가 Virtual이 아니었는지 이 곡을 통해 묻는다.’ 버추얼 아이돌이 데뷔하고, 팬덤을 형성하고, 괄목할만한 성적을 내고 있는 와중에 이러한 주제는 시의적절 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마냥 긍정적이기만한 메시지를 주는 것은 아닌가 싶어 아쉽다. 오히려 아이돌과 팬들 사이의 감정을 ‘사랑'이 아니라 어쩌면 아이돌은 나(팬)의 일상에 정말 ‘존재한다고' 체감하기 어려워 실체가 없다고 느껴지기 때문에 비롯된 사실들 즉, 이면에 존재하는 그릇된 상상과 지나친 집착, 맹목적인 믿음 등에 대한 불편한 소재들로 전개됐다면 어땠을까 싶었다. 그리고 내가 좋아하는 아이돌이 가상일지도 모른다는 상상만으로 밀려오는 배신감과 일방적인 감정 교류였다는 공허함 등에 대한 씁쓸한 이야기 또한 소재가 될 수 있었을거라 생각한다. 어쩌면 ‘팬심'의 기저에 깔려 있는 유사 연애라는 감정을 너무나도 아름답게만 표현해낸 것이 아닌가 하는 관점도 있다.
‘Virtual Angle’은 멤버들의 비주얼과 뮤직비디오, 음악 등 모든 요소들이 너무나도 좋지만, ‘Birth’가 줬던 좋음에 비하면 개인적으로는 매우 아쉬운게 사실이다.
https://youtu.be/EqUP26j4XWU?si=Yi-5HKbrsoLspQhK
나머지 트랙은 수록성으로 많이 들어봤을 법한 곡들이기 때문에 특별히 이야기하고 싶은 지점은 없었고, 인트로 트랙인 ‘url’에 대한 간단한 코멘트를 하면 좋을 것이라 생각이 들었다. ‘url’은 ‘우리가 인터넷상에서 어디든 이동하기 위해 꼭 만나야 하는 url처럼’이라는 카피라이팅이 완벽함을 더해줬다 생각하는 곡이었고, 버추얼 엔젤을 만나기 위해 접속한다는 의미에서 앨범의 전개를 깔끔하게 시작하는 느낌이라 좋았다. 인트로 트랙을 별도로 수록하는 것 또한 적극 찬성하는 입장으로 ‘url’은 이번 아르테미스의 정규 앨범에 존재 가치가 있는 트랙으로 느껴졌다.
사실 앨범 소개를 읽지 않고 음원부터 재생한 나는 조금 당황했다. 트랙 일부가 정국의 ‘Standing Next to You’에서 들어본 구간이 있었기 때문이다. 하필 GOLDEN 앨범만 미친듯이 들었던 때가 있었기 때문에 이 곡이 자연스럽게 떠오를 수 밖에 없었다. 잘 모르지만 두 곡 모두 프리 소스로 열려 있는 트랙을 사용했을지 모를 일이기 때문에 어떤 의혹을 제기하고자 언급하는 것은 아니고, 너무 익숙한 부분이라 당황한 것이다. (수많은 트래커, 탑라이너 등이 만들어 놓은 소스들을 사용하여 곡을 만드는 것은 이제는 너무 당연한 일이라…)
https://youtu.be/7gP0Tk3-fJU?si=MtxZY0ZU2oQx3an6
나에겐 아주 기본적인 신념이 하나 있다. 어느 누구의 앨범이라도 결코 타이틀 곡만 듣고 판단해서는 안되고, 전체 흐름을 파악하고 특정 순서에 특정 곡이 있어야만 하는 이유를 상상하며 곱씹어야 한다고 본다. 그리고 타이틀 곡이 왜 타이틀인지에 대한 나름대로의 사유를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고 본다. 하지만 이또한 내가 장르적 조화, 가사의 유기성, 화자의 변화, 시점의 차이 등 생각보다 많은 디테일을 생각하며 트랙리스트 작업을 해본 사람이기에 의미를 두는 것이니 음악을 듣는 사람들 모두 이런 생각을 할 필요는 없다.
그런 의미에서 ‘Devine All Love & Live’를 다 듣고 난 후 감상은, “아르테미스가 이달의 소녀의 음악을 듣는 듯한 익숙함을 느낄 수 있는 팀으로 다시 돌아왔기 때문에 이번 타이틀 곡에 조금 실망했다고 하더라도, 앞으로 앨범은 계속 듣게 될 것 같다"고 할 수 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