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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ㄲㅔ팝 Jun 22. 2024

CD-R 4 : 내가 이런거 또 좋아하지, 127

개취만 가득한 NCT127 앨범 리뷰

들어가기 전에, 이 리뷰는 아주 옅은 농도로 쓰여질 예정이며 무작정 좋거나 아쉬운 점을 단순하게 나열할 예정. 분석적이고 전문적인 리뷰를 원한다면 매우 모자란 글일지도.




NCT가 ‘네오하다'라는 관용어를 만들어 낼 수 있었던 이유는 127의 방향성 덕분이었다고 생각한다. ‘소방차 (Fire Truck)'이라는 곡으로 데뷔를 했으나, 이들의 근본곡은 단연코 ‘無限的我 (무한적아; Limitless)’가 팀의 정체성이라 본다.


https://youtu.be/RW8iyJcmve4?si=iCD8FkvLjW9tccV6

NCT 127 '無限的我 (무한적아; Limitless)'


SMP가 익숙해서 그랬는지 2017년 1월, 이 앨범이 발매 되자마자 낯섬을 느낄 새도 없이 내 인생 최고의 앨범을 만났다 생각할 만큼 좋았다. 비주얼은 쉽게 받아들이기 어려울 정도로 난잡했지만, 모든 것을 이해할 수 있게 만들어주는 곡이 무한적아다. 


127은 한결 같이 그들만 할 수 있는 곡을 들고 나왔기 때문에 독보적인 캐릭터가 됐고, 이를 많은 사람들에게 납득시켰다. 결국 이들을 이해할 수 있게 만든 것은 좋은 곡이다. 


‘Limitless’는 수록곡들이 꽤 성숙한 문법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이들의 당시 연령대가 쉽게 표현하기 어려웠을 가사를 가진 ‘Back 2 U (AM 01:27)’, ‘Baby Don't Like It (나쁜 짓)’은 지금까지도 손꼽히는 명곡이라고 할 수 있다. 수록곡 ‘Good Thing’과 ‘롤러코스터', ‘Angel’은 앨범의 전체적인 콘섭트에 어울리지 않은 곡이라 생각할 수 있겠지만, 이 세 곡이 있었기 때문에 앨범이 마냥 어렵지만은 않다는 이야기를 해주는 듯하다.


이후 발매한 ‘Cherry Bomb’도 좋지만, 나에게 큰 임팩트를 가져다 준 앨범은 아니었어서 건너 뛰고 프로모션 콘텐츠가 압도적으로 좋았던 앨범인 첫 정규 앨범 ‘Regular-Irregular’를 말해야할 것 같다.


그룹의 본거지인 서울을 배경으로 한 진정한 의미의 ‘127’ 앨범인 ‘Regular-Irregular’는 티저 이미지, 타이포그래피, 콘셉트 필름까지 모든 게 좋았다. 개인 티저 이미지는 그동안 많은 팀들이 공개해왔던 이미지들과는 달리 초상이 깔끔히 보이지 않은 비정형화된 컷이 주를 이뤄 어떠한 암묵적인 틀을 깨버린듯한 충격을 줬다. ‘앨범을 발매합니다'라는 정도의 소개하는 목적만 있는 이미지가 아니라, 앨범 전체 무드를 느끼도록 한, ‘irregular’라는 키워드에 부합하는 이미지라고 할 수 있겠다. 


또한 함께 공개한 ‘Regular Dream’과 ‘Irregular Office’는 콘텐츠에서 느낄 수 있는 묘한 소구 포인트를 자극하는 영상으로 팬들에게 “너네 사실 이런거 보고 싶었지”라고 작정하고 던지는 듯했다. 상상하고 숨겨왔던 지점을 긁는듯한 영상 화법으로 일부에게는 불편한 영상이 됐기도 했지만, 아이돌 시장에서 콘셉트 필름은 이 영상 전과 후로 나뉜다고 봐도 될 만큼 새로웠다.


https://youtu.be/dnNk7m7qpQg?si=qbHO8FryULMJ7Ljg

NCT 127 Regular Dream

https://youtu.be/Pne7e_FGGsM?si=k1nlFpoXttidZ6Ar

NCT 127 Irregular Office


‘Regular’ 콘셉트와 ‘Irregular’ 콘셉트로 나뉘는 만큼 모든 부분에서 이를 적용시켰는데, 1번부터 5번 곡 사이 6번 곡에 인털루드를 의도적으로 삽입하고 7번부터 11번 곡까지 연결하면서 현실에서 꿈으로 전환되는 과정을 담아 지독하게 콘셉트를 유지하기도 했다. 하나의 콘셉트(키워드) 아래 모든 부분을 정교하게 연결하여 정말 ‘하나의 앨범’을 만들었다고 생각이 드는 앨범이기도 해서 애정이 간다. 


타이틀곡 ‘Regular’ 뮤직비디오는 이후 ‘NCT 127 : Deities of Seoul’과 ‘불가사의(Mystery) in Seoul’ 까지 제작할 수 있게 된 시작점이자, 127이기에 할 수 있는 ‘서울 + 시티 펑크’ 조합의 원조(originality)가 아닐까 싶다.


https://youtu.be/vmnZelI28BI?si=xaVVrru0GQD_LnHa

불가사의(Mystery) in Seoul #MARK


나는 이런 이들을 좋아했지만, 127은 꽤나 더딘 성장세를 보였다. 폭발적인 팬덤 성장도, 대중성도 잡지 못했다.


이후 127은 타이틀곡 ‘영웅 (英雄; Kick It)’이 수록되어 있는 ‘Neo Zone’으로 단순히 팬덤 확장 뿐만 아니라, 127에게 그동안 찾아볼 수 없었던 ‘대중성'이라는 키워드를 얻었다. 팬들 사이에서 가장 명반이라고 불리는 이 앨범은, 수록곡 전체를 영상으로 공개하는 ‘트랙비디오’를 유행하게 만든 근간이 아닌가 싶다. 그 전까지는 ‘하이라이트 메들리’를 통해 수록곡을 10-20초 정도 짧게 공개했지만, 각 곡마다 1분 30초 이상이 되는 분량을 과감하게 공개하고 곡에 맞는 영상을 별도로 제작함으로써 또 하나의 원천 콘텐츠의 공식을 깬 계기가 되기도 했다.


https://youtu.be/zJ_aL-OlJJY?si=OetOklrdYO22vnBR

NCT 127 '영웅 (英雄; Kick It)'


NCT에서 빠르게 팬덤을 확장시켜 나가며 팀의 스케일이 먼저 커진 것은 드림이지만, 나는 늘 127을 좋아한다고 외쳤다. 아티스트의 성장 서사에 초점을 맞추기 보다는, 단순히 ‘취향에 맞는 곡과 콘셉트’를 얼마나 자주 보여주냐에 집중하는 나는 127의 ‘네오함 그 자체'를 좋아한다. 127 팀의 정체성이기도 했던 태용이 얼마전 입대를 하게 되면서, 가까운 시일 내에 컴백할 앨범이 어떤 그림일지 쉽게 상상되지는 않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127은 127 할거라는 믿음이 있다.


나에겐 늘 좋았던 127의 네오함이 다음 앨범에선 어떤 형태일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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