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티즈의 GOLDEN HOUR 리뷰
들어가기 전에, 이 리뷰는 아주 옅은 농도로 쓰여질 예정이며 무작정 좋거나 아쉬운 점을 단순하게 나열할 예정. 분석적이고 전문적인 리뷰를 원한다면 매우 모자란 글일지도.
에이티즈도 한 세계관 하는 그룹이다. 이들의 새로운 시리즈가 시작됐다고 한다.
https://youtu.be/VGnOpZhsPk4?si=0LwsPC7vKXTdzMsU
지난주 금요일 발매된 에이티즈의 새로운 시리즈라고 하는 ‘GOLDEN HOUR’의 타이틀곡 ‘WORK’ 뮤직비디오를 보고 주제가 ‘황금알을 낳는 거위'였다는 것을 바로 알아차릴 수 있었다. 에이티즈가 황금알을 낳는 거위라는 것일까, 아니면 황금알인걸까. 다시 오지 않을 황금기(기회)를 잡겠다는 에이티즈의 ‘다음의 포부'를 보여주는 앨범이라는 것까지도 알겠다. 그래서 사람들은 이 앨범을 듣고, 그들의 다음이 궁금할까?
지금까지 발매했던 앨범에 대한 서사를 앨범 소개 자료에 적어뒀길래 긁어왔다.
저마다 가슴속에 간직하고 있을 ‘Treasure’를 찾는 여정을 그린 TREASURE, 여덟 소년의 열병을 담아낸 FEVER, 자유를 향한 외침을 노래한 THE WORLD에 이어 ATEEZ(에이티즈)의 가장 빛나는 순간을 담아낼 새로운 시리즈 GOLDEN HOUR. 나는 이들의 세계관을 꿈이라 쓰고 ‘자아 찾기'라고 읽고 싶다.
내가 공부한 지금까지 에이티즈의 세계관에는 세상을 향한 ‘메시지'가 있다기 보다는 컨셉적인 측면에서의 ‘설정과 서사'가 있는듯해 보였다. 그러나 새로운 시리즈 부터는 어떠한 메시지를 던진다. “Could these be the real Golden Hours of our lives?” 이정도 연차가 됐으면 팀의 꿈보다 개인의 꿈을 쫓을 때가 되기도 했고, 꿈(이상)보다는 현실에 대한 걱정을 늘어 놓을 때가 됐다.
데뷔 때부터 자체 프로듀싱뿐만 아니라, EDEN이라는 프로듀서가 함께하고 있기 때문에 이들의 음악적 방향성에서 방황은 없었다. 제작 관점에서 설정해 놓은 세계관도 탄탄한편이고, 숨겨 놓은 메타포 또한 많았기 때문에 앨범 소재로 삼을만한 소재들은 차고 넘쳤을 것. 그러나 갑자기 ‘청양고추 Vibe’를 외쳤을 때는 당황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들이 세워 놓은 세계관은 생각보다 고도화되어 있는데 갑자기 표현법이 B급 재치로 변질된 것이나 마찬가지다. 왜 이토록 날 것으로 나왔어야 했을까.
https://youtu.be/U0G5OA6ZH5w?si=Utv-DzfVCZej1jYE
https://youtu.be/9t57C7NcjWo?si=T5GL4tTy-25oQbqH
가사를 덜어내고 나면 트랙 자체는 너무 좋다. (개인적으로 데모를 듣고 타이틀성 후보로 셀렉했던 곡들이 대부분 이런 느낌이어서 취향이 가미된 감상평에 불과하지만, 그래도 좋다.) 이후 발매한 THE WORLD 시리즈의 마지막 앨범의 타이틀곡 ‘미친 폼 (Crazy Form)’도 마찬가지다. 남자 아이돌 중에 에이티즈만큼 아프로 장르의 곡을 제일 잘 소화할 수 있는 팀이 있나 싶다. 그래서 더욱 의문이다. 이렇게까지 트랙을 잘 만들어 놓고 트랙이 들리지 않을 정도의 ‘재치 있는 가사'를 왜 추구 방향성으로 두고 앨범을 만들었을까.
이들의 앨범 소개 자료는 드라마나 영화의 시놉시스와도 같이 작성되어 있다. 요즘 세상에 누가 앨범 소개 자료를 꼼꼼히 읽는다고 이렇게 서사 가득한 문장들만 써놨을까 싶다. 아쉽게도 이 장황한 스토리는 타이틀 곡의 메인 카피에 의해 가려져 하나도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원천 콘텐츠인 뮤직비디오에서 조차 잘 찾아보기 어렵다. (한 장면씩 뜯어 봐야만 그제서야 보일 것 같기도 하다.) 이래서 세계관이 있는 그룹은 회사와 진성팬들 아니면 빛을 보기 어렵다. 어쩌면 세계관이 진입 장벽이 될 수도 있다는 이야기다. 그냥 경험담에 의거하면 직원들 품만 많이 드는 일이다.
‘Guerrilla’, ‘HALAZIA’ 같은 곡을 내다가 갑자기 방향성을 바꾼 이유에 대해서는 명확히 설명되는 부분이 없다. (그냥 ‘이쯤 됐으면 새로운 시도를 해보자’ 했던 것이지 회사가 팀의 방향성을 잡는데 특별한 이유가 있겠냐만은) 정말 단순하게 팀이 가지지 못하는 대중성이나, 바이럴 측면에서 이러한 방식을 선택했던거라면 굳이 그럴 필요가 있었을까 하는 생각이다. 팀이 쌓아온 빌드업을 오히려 부수는 느낌도 들어 아쉬웠다.
그렇게 에이티즈만의 재치를 보여주던 이들은, 자본주의로 돌아가는 세상에 눈을 뜬 현실 청년들도 돌아왔다. 이를 잘 포장하면 ‘황금 알을 낳는 거위'다. 그러니 뮤직비디오에 황금알이 등장하는 것. 아, 거위가 아니라 닭인가? 뮤비에 닭이 등장하던데… 의미는 같으니 넘어가겠다.
내가 만약 ‘GOLDEN HOUR’ 라는 주제로 앨범의 스토리를 정해야 했다면, ‘개와 늑대의 시간'을 사용했을 것 같다. 황혼, 트와일라잇 이라고 불리는 이 시간대는 드라마나 영화, 앨범의 소재로 많이 사용이 됐었는데 대부분 해가 지고 밤이 찾아오기 전의 찰나의 시간의 유한함을 스토리로 풀어낸다. 나는 그 찰나의 시간에 저 멀리서 달려오는 동물이 자신이 키우는 개인지, 자신을 해치려는 늑대인지 분간이 안간다고 하는 프랑스어의 어원에서 아이디어를 얻었을 것이다.
에이티즈가 줄곧 감정이 통제된 세계에서 자신들과 대척점에 있는 존재들과 싸워왔고, 자유와 행복에 대한 의문의 답을 찾은 직후 하늘의 별빛이 이끄는 그들만의 길을 걸어가겠다 마무리지은 THE WORLD의 파이널 이후 다음 챕터로 넘어가는 브릿지를 연결하는 앨범을 만드는 것이다.
해가 지기 직전의 순간, 저 편 너머 사라지는 해를 가르고 다가오는 현실이 자신들의 새로운 희망의 실루엣일지 또 다시 방황하고 말아야 하는 블랙홀일지 모를 혼란함을 빗대어 표현했다면 어떨까. 황혼, 세상이 붉기도 푸르기도한 그 미드 타임이 주는 색채를 살리면서 기필코 찾아낸 감정의 성숙함을 담은 앨범이었다면 팬들과 함께 팀이 성장했다는 의미와 메시지를 조금 더 묵직하게 표현할 수 있었지 않을까 싶다. (그토록 찾아 헤메던 감정, 그래서 그걸로 뭘 할거였는데...!)
https://youtu.be/xDJ-vwzD5oo?si=JkOrtZOGRY4Tk9De
마지막으로 발매 이후 며칠을 반복 재생해서 들었지만 나머지 수록곡들은 잘 모르겠고, 6번 트랙의 ‘Siren’이 어쩌면 타이틀 후보성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딱 그냥 에이티즈 타이틀곡 깔이다. 초동 150만장 정도 판매하는 그룹의 스케일이나, 꾸준한 월드 투어, 해외 페스티벌 무대에 설 수 있는 팀의 적당한 거만함이 느껴지는 곡이라 이정도 시점에 나올 법해서, 타이틀곡 ‘WORK’ 보다 퍼포먼스 측면에서 더 괜찮게 뽑힐 수 있는 곡이라고 생각했다.
앨범이 전체적으로 밍숭맹숭하다. 에이티즈의 또 다른 이미지 쇄신이었을까? 힘을 너무 많이 뺐다. 덕분에 우리가 늘 익숙하게 맛보던 맛이 아니어서 '이 집 사장님 바꼈네'라고 생각할 수 밖에 없는 다음부터는 다시 안올 구(舊)단골집 같은 앨범이 됐다. 에이티즈가 거위라면, 진짜 ‘황금알'은 아직 못찾았다고 생각한다. 진짜 에이티즈 그 자체의 앨범이 과연 무엇일지 조금 더 지켜볼 필요가 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