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YNEXTDOOR의 19.99
들어가기 전에, 이 리뷰는 아주 옅은 농도로 쓰여질 예정이며 무작정 좋거나 아쉬운 점을 단순하게 나열할 예정. 분석적이고 전문적인 리뷰를 원한다면 매우 모자란 글일지도.
남돌의 성공은 3년, 아니 요즘은 4년을 지켜봐야 한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남돌은 데뷔 때 부터 주목을 받기가 쉽지 않다. 더구나 요즘 남돌은 대중이 아닌 팬덤의 영향이 훨씬 크기 때문에 그 팬덤을 얼마나 빠른 시간 내에 단단하게 키우느냐의 싸움으로 성패가 갈린다. 들리는 소문에 의하면 보이넥스트도어는 하이브 내부에서 이단아이자 어쩌면 ‘망한’ 팀이기도 했다. (하이브에서 데뷔한 다른 팀들에 비해 성적도, 화제성도 매우 저조했기 때문)
보이넥스트도어는 데뷔한지 2년이 채 되지 않아, ‘헛’이 아닌 ‘진짜’ 팬덤이 생겼고 그 팬덤이 일정 궤도 이상 올려 놓자 마자 대박을 터트렸다. 디지털 싱글은 마이너스를 떠안고 시작할 수 밖에 없다는 공식을 깬 것. 동시에 발매한 공식 캐릭터인 쁘넥도 역시 대박 났다.
아티스트의 ‘들뜸’을 잘 컨트롤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던 지난 보이넥스트도어 관련한 글과는 사뭇 다른 톤으로 이 글을 작성하고 있다. 스며들었다 라는 표현이 이 상황에 가장 적합하지 않을까 싶다. (어쩌면 노이즈마케팅에 걸려든 대어일수도)
https://youtu.be/jizAb-SLvtM?si=iuxAJlRDUTY-cUMo
보이넥스트도어의 데뷔는 정말 옆집 소년 같았다. 한팀으로 섞이기 어려운 멤버들의 비주얼 합, 무신사 VIP일 것만 같은 스타일링, 친구들끼리 사부작대며 써서 사운드클라우드에 업로드한 것 같은 곡 까지 한두푼 들여서 데뷔한 것이 아니겠지만 한두푼 정도 들어갔을 것 같은 느낌이 물씬 났다.
https://youtu.be/97_-_WugRFA?si=oheJWfGGy0Z_FLWn
보이넥스트도어에게는 회사가 설정한 몇가지 클리셰가 있다. 단체복, 반바지, 핸드마이크, 사랑-이별-사랑-이별, 표현의 자유다.
남돌은 멤버 모두가 반바지를 입을 수 없는 이유가 여러가지가 있다. 그중 가장 큰 것이 비율인데, 보이넥스트도어는 생각보다 과감하게 멤버 전체 반바지 스타일링을 고수해 오고 있다. 애매하게 스타일링이 어려운 포인트를 적절하게 단체복으로 연출하고 있다는 점에서 팀의 ‘미감’에 대한 디테일을 체감할 수 있다. 더불어 멤버들이 다 다르게 생겼기 때문에 단체복으로 스타일링을 하더라도, ‘따로 또 같이’ 보여지니 팀의 일관성이 있어 보이기도 한다. 팀의 ‘youth’를 비주얼을 통해 가장 잘 느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킥이 아니었을까 싶기도 하다.
보이넥스트도어도 처음부터 라이브를 잘하는 그룹은 아니었다고 보인다. 데뷔 초반 무대들을 조금만 보면 방송, 공연 음원에 AR이 깔려 있는 양이 생각보다 많은 것을 알아차릴 수 있는데, 이 양은 점점 줄어 ‘진짜’ 라이브를 하는 그룹이 되어가고 있다. (튠, 믹스 기술이 점점 발전하다 보니 LIVE AR과 LIVE MR, MR 의 차이를 정확하게 알아차리는 청자들은 드물 수 밖에 없다.)
덕분에 보이넥스트도어는 음원 보다 무대가 더 나은 그룹이라고 보여진다. 이들의 노래가 가지고 있는 자유 분방함이 각 무대의 퍼포밍을 통해 극대화되기 때문이다. 어떠한 활동보다도 무대를 많이해야만 하는 그룹이랄까.
이들의 무대를 만드는 방식은 자신들이 음악을 만들고, 이에 대한 퍼포먼스를 몸으로 습득하고, 습득한 안무에 라이브를 붙인다. 라이브가 가능한 안무를 하는 것이 아닌, 라이브를 가능하게 한다. 물론 현실 가능성을 체크해 무대 음원을 제작하겠지만 멤버들은 나날히 그 이상을 가능하게 하도록 노력하고 있는 것이 종종 목격된다. 스스로들이 늘어가는 게 신이나서 열심히 하는 것으로 보인다.
https://youtu.be/u9nP3qXQA4o?si=H9bsvYkVwEUf5KQL
앨범의 콘셉트와 가사가 대부분 사랑과 이별을 반복한다. 대부분의 가사는 직접적인 감상을 담아내고 있으며, 은유적인 표현이 많다기 보단 비유적인 표현이 많다. 어렵지 않게 말하는 것이 이들의 가장 큰 장점이라고 할 수 있겠다. 하지만 덕분에 가사가 지나치게 일차원적이어서 다소 유치하게 느껴지는 지점도 무시할 수 없다.
외국 트래커들의 특이한 작곡법이 들어간 곡들에 추상적인 가사를 붙이는 요즘 남돌들의 곡과는 다르게, 2- 3세대 남돌의 모습을 떠올리게 한달까. 그래서 타 선배 그룹을 덕질하던 팬들이 대거 이동한다는 말이 있을 정도다. (그 팬들은 이제 막강한 재력으로 팀을 서포트하는데 이르렀다.)
https://youtu.be/HJlc_tFkB3M?si=lqj4m0Q7u1__fhe9
특히 이들에게는 ‘표현의 자유’가 폭넓게 주어진 편이다. 자체 콘텐츠나 비하인드, 방송, 라디오 등의 활동을 보다보면 회사가 준 자율성이 의도치 않게 이들을 ‘행동을 납득하게 한다.’
MZ 코어의 정점이라고 생각이 들 정도로, 필터링 없는 워딩들이 가끔 당황스럽지만 이내 웃음을 터트리게 하고 과하고 정신 없는 이들의 행동을 무지성으로 이해하게 만든다. 그러니 보이넥스트도어와 갤럭시, 애플의 일이 벌어지고도 팬들이 대거 유입되고 이들이 팬덤으로 눌러 앉게 되면서 몸집을 불려나갈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사고를 쳤지만, 나쁜 애들은 아니고 뭣 모르고 한 철 없는 애들의 행동만 보이게 하며 “얘네가 이런 애들이니까 그런 일도 하지, 믿는 구석이 있으니 그러지 않았겠냐” 하는 당위성을 주는 것.
이 팀의 가장 강점은, 팀 방향성 자체가 작위적이지 않고 영악해 보이는 멤버가 없다는 것이다. 회사의 기획 아래 데뷔한 아이돌이 어떻게 작위적이지 않다고 할 수 있냐 하겠지만 멤버들의 참여도가 높은 부분에 있어서는 꾸며낸 억지스러움이 거의 없다. 멤버들의 개인의 특성과 성격을 일관되게 노출하고, 이를 진심으로 행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자율성’이 대놓고 성공하려는 야망있는 ‘영악한 캐릭터’가 없음을 증명한다.
다만, 팬들이 좋아하는 것을 정확하고 확실하게 보여주는 의도가 다분한 행동과 마케팅은 따른다. 그것을 하지 않았다면 이렇게 ‘보넥도 붐은 온다’가 가능했겠는가. 결국 보이넥스트도어는 회사의 디테일한 코딩을 통해만 만들어진 그룹은 아니라는 뜻이다.
https://youtu.be/B4mLKcVIERs?si=JKM-DwR816ZdeX_0
이들의 활동을 거슬러 올라가며 내가 알아차린 것은, 이들이 자유분방함을 부르 짖는 것만이 자유로움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은 듯 하다.
19.99세를 지나온 보이넥스트도어에게 20세의 시작이 매우 의미있어졌다. 사실상 EWF(Earth, Wind & Fire) 까지만 하더라도 MZ 그룹의 날 것 그 자체가 보였던 보이넥스트도어는 그들의 19세와 20세를 담은 19.99 라는 앨범으로 안정감을 찾았다. 그 안정감을 토대로 궤도 위를 더 화려하게 날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