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았지만 더 단단했던 우리의 결혼식
예전부터 늘 생각했다. 결혼식에서 축가 타임은 슬그머니 허리를 굽히고 밥 먹으러 나가는 시간이고, 축사 타임은 조용히 핸드폰을 들여다보는 시간이라고. 냉정하게 들릴지 모르지만 당사자가 아니라면 축사 축가에 큰 관심이 없는 경우가 많다.
물론 결혼식은 신랑 신부와 양가 가족들의 축제이다. 하객들의 반응이 전부는 아니다. 하지만 막상 준비를 하다 보면 일부러 귀한 시간 내서 축의금 들고 와주는 사람들을 신경 쓰지 않을 수 없다.
그래서 나는 생각했다. 우리의 결혼식은 지루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결국 우리는 과감하게 축사와 축가를 식순에서 제외시켰다.
부모님들께서는 축사와 축가가 없으면 식순이 너무 짧지 않으냐고 걱정하셨지만 우리에게는 비장의 카드가 있었다. 바로 부모님 감사 영상 제작이었다.
단순히 식순을 채우기 위한 수단으로 축사나 축가를 하는 것보단 키워주신 부모님께 진신 어린 감사한 마음을 전하는 데 그 시간을 오롯이 쓰고 싶었다.
하객들에게는 감사 영상 또한 수많은 식순 중 하나였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남에게 보여주기 위한 결혼식 보다 우리만의 진심이 묻어나는 시간을 만들고 싶었다.
다행히 그 고집이 통했나 보다. 식 이후 하객들의 반응은 의외였다.
“축사랑 축가를 안 할 수도 있는 거였구나? 처음 알았어. 간단하니 너무 좋더라!”
“감사 영상 보는데 내가 다 뭉클하더라.“
우리나라는 타인의 시선을 과하게 의식하는 경향이 있다. 때로는 정(情)이라는 이름으로 포장된 과한 간섭이 덧붙여지기도 한다. 타인의 시선을 아예 무시하며 사는 일은 불가능에 가깝지만 내 삶을 타인의 기준과 시선에만 맞추는 일은 분명 서글픈 일이다.
따뜻한 걱정은 고맙지만 그것이 선을 넘을 때는 불편함이 생긴다. 모든 일에는 적당함이 필요하고 그 기준을 잡는 건 무척이나 모호하고 어렵지만 확실한 것은 변화가 시작되고 있다는 점이다.
이런 사소한 시도들이 모여 앞으로의 결혼 문화가 조금 더 자유롭고 다양성을 존중받는 방향으로 나아갔으면 좋겠다. 남의 눈치를 보느라 정작 내 행복을 놓치지 않는 단단한 사람들이 많아지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