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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eah Choi Nov 19. 2023

나에겐 쉼이 필요해

적당한 거리

이주 전 올해 수업을 마쳤다. 6년이란 시간 동안 이곳에서 많은 아이들을 봐 왔지만 올해처럼 힘들었던 적이 없었던 것 같다. 아이들 수도 전년보다 두 배 이상 많아졌고 연령대 폭도 컸다. 무엇보다 코로나 이후 학습 장애, 수업 집중도의 문제를 보이는 아이들이 많아 기본적인 규칙도 전혀 지켜지지 않았다.

수업을 하려고 교실에 가면 가장 먼저 부딪히는 몇 가지 상황은 첫 째, 교실 뒤켠에 쓰레기통에서 쓰레기가 넘쳐남은 물론 그 주변이 쓰레기 더미가 되어 있다. 둘째, 아이 두 서명이 서로 옷을 잡아당기거나 팔을 붙잡고 늘어지면서 다투고 있다. 셋째, 선생님이 교실에 들어와서 가방을 내려놓고 쓰레기를 치우고 다투는 아이들을 중재하고 있는 동안에도 선생님의 존재를 의식하지 못하고 핸드폰에 시선을 던지고 있다. 수업이 시작되어서야 겨우 선생님을 발견한다. 그리고 약속한 듯이 그제야 화장실을 다녀온다.

어린아이들이 많아서일까?

이제 15살이 된 중국 여자아이는 목소리도 행동도, 감정 표출도 거침이 없고 막무가내이다. 자기 기분에 무언가 불편하다 싶으면 그게 수업시간이든, 쉬는 시간이든 가리지 않고 나나 사무실에 있는 중국 선생님을 찾아가 꼭 분출을 해야 한다. 상대방의 상황이나 주변 분위기 등은 전혀 고려하지 않고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며 쉼 없이 쏘아붙이듯 이야기를 한다. 사무실 직원들이 나에게 웃으며 보이는 반응은 두 가지. “선생님 많이 힘드시겠어요.”, “선생님 저렇게 하면 안 된다고 교육 좀 시켜 주세요. 우리가 일을 할 수가 없네요.” 내가 과연 교육을 안 시켰을까?

올해 학기가 시작한 후로 매일 한 이야기는 ‘다른 사람의 몸을 만지지 않는다. 때려서는 더더욱 안 된다.’, ‘쓰레기는 반드시 쓰레기통에 버리고 쓰레기통에 있는 그림을 꼭 확인한 후 분리수거를 해서 버린다.’, ‘화장실에 다녀오는 것과 연필을 깎는 것 등은 쉬는 시간에만 한다.’ 하지만 장장 구 개월의 시간 동안 이 세 가지는 거의 지켜진 적이 없다. 그림으로, 말로, 행동으로, 각 국의 번역본을 가정통신문과 단톡에 보내고 읽게 했지만 모두 실패했다.

수업 시간에 수업만 하고 싶다, 한국어 어휘와 문법을 가르치고 싶다, 란 생각으로 수업 현장에 가도 네 시간을 아이들 싸움 중재, 수업 시간에 노래 부르지 않기 등을 훈계하느라 모두 허비하곤 했다. 퇴근 후 집에 오면 심신이 지쳐 아무것도 하기 싫다는 생각뿐이었다.

그만두어야겠단 생각을 하다 또 미련이 남는 나를 발견하고 그럼 겨울 동안만 좀 쉬겠다 말을 했다. 우리 센터는 정규 수업이 종강하면 20차시 정도의 수업을 또 연장해서 한다. 긴 방학 동안 아이들이 집에서 방치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 지자체의 지원으로 수업을 연장하는 것이다. 이는 3월 개강 전 한 달 정도의 수업도 포함이다. 내가 이 수업까지 하고 내년을 시작한다면 정말 과부하가 올 것 같아 담당 선생님께 이거라도 쉬겠다 하니 받아들여졌다. (올해 센터에서 나를 본 모든 선생님들은 한결같이 나를 많이 안쓰러워했다)

참 모순적이게도 아이들은 여전히 사랑스러웠다. 수업 시간에 의자에 맨발을 올리고 내 수업을 듣는 동안 자기 발가락만 만지작 거리며 딴생각을 하는 아이도, 잠시라도 입을 다물면 불안증이 와서 수업시간에 노래를 흥얼거리지 않으면 미칠 것 같은 아이도, 늘 자기 말이 맞다고 우기고 모든 아이들과 분쟁을 일으키는 아이도, 자기만 예쁘다고 모든 상황에서 자기만 봐줘야 직성이 풀리는 아이도 하나하나 따로 보면 다 너무 사랑스럽다.

수업을 마무리 짓고 미완성된 서류를 작성하느라 방문했을 때 만난 아이들이 일제히 두 팔을 벌려 내게 안겼다. 톡톡톡 어깨를 토닥거리며 나에게 안겨 무한 애정을 뿜어내는 아이들을 보며 지난 시간들이 잊힐 뻔했으나, 다시 마음을 가다듬고 내 갈 길을 갔다. 나에게도 쉼이 필요했다. 아이들을 더 많이 사랑하고 안아줄 내면의 힘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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