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7일의 기록
긴 연휴 중 하루를 자진 반납하고 출근을 약속했기 때문에
나에게 쉼은 오늘과 내일, 단 이틀 남았다.
아쉬운가? 이상하게 조금도 슬프지 않다.
지금의 긴 휴식이 보여주는 것들 때문에
다시 생각할 수도 없을 만큼 바빠지고 싶다는 뒤틀린 욕망이 꿈틀거리는 게 느껴진다.
할아버지 할머니는 양가 모두 돌아가셨고 부모는 같이 살지 않는다.
엄마는 외동이고, 아빠나 친척들과는 직장 동료보다 못한 사이다.
집이 텅텅 비어서 이 공간을 메울 수 있는 건
tv 소리와 동생의 게임하는 소리뿐이다.
결혼한 친구들에게 대뜸 명절에 나오라고 할 수는 없고,
엄마와 놀러 다니고 싶지만 엄마는 연휴에도 일을 한다.
그럼 남동생과?
서로 싫다.
동네를 무작정 돌아다녀 볼까 싶지만
추적추적 내리는 빗속에서 뭘 할까 싶고,
연휴는 본디 그간 밀려 있던 영화, 드라마를 폭식하는 시기라는 말에
드라마 <은중과 상연>을 보았지만 재밌지만 우울했고
이희주 작가의 소설 <나의 천사>를 읽었는데 맙소사, 재밌는데 이 또한 우울했다.
모든 재미는 슬픔을 동반하는 걸까? 아니면 나는 지금 슬픈 상태인 걸까?
나이가 들수록
인간관계든,
꿈이든,
인격이든,
채워지는 것 없이 비워지기만 하는 것 같아서
두렵다.
그래서 이 긴 휴식이 불편하다.
내가 뭘 잃었는지, 뭘 잃어가고 있는지를 보여주고 있는 것 같아서.
하지만 내일모레 출근을 기꺼워할 거냐 묻는다면 그건 아니다.
그냥 아닌 건 아닌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