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지 마세요~입양하세요
많이들 들어보았을 것이다.
9살 첫째 아이가 강아지를 키우자고 조른 지 몇 년..
지금은 때가 아니라고 계속 아이를 달래고,
다행히 같은 동 친한 친구가 다견가정이라 (포메라니안 4마리를 키우고 있음)
강아지 보고 싶으면 그 집에 놀러 가거나, 같이 강아지 산책을 시키고 친구들과 놀 때 산책하는 강아지를 보며
(어떤 날은 견주분께 허락을 받고 아이를 만져보기도 했다며 좋아하기도 했다)
아이는 강아지를 키우는 것에 어느 정도 마음을 놓고 있었다고 생각했다.
남편이 맨날 강아지 키울 거야~oo이 군대 가면 ㅋㅋ이라고 놀리니 언젠가는 강아지를 키우겠지만 지금은 아니라고 생각했을지도...
그러다 추석에 어머니 댁에 내려갔는데(명절에 가족들 안 만나 신 분들도 많으실 테지만 저는 1년에 공식적으로 5번-두 분 생신, 설, 추석, 어버이날 시댁에 갑니다. 시댁은 전라도라 우리 집에서 평균 5시간 걸려요^^ 길게는 이틀 자고 오는데 여행 가는 마음으로 즐겁게ㅋㅋㅋ 갑니다)
형님댁에서 강아지를 데려오셨다.(형님댁은 몰티즈를 100만 원에 분양받았다고 해서 깜놀)
남편도 나도 결혼 전 본가에서 강아지를 계속 키웠었고, 지금도 너무 좋아하지만 아직은 두 아이의 양육에 집중할 때이지 강아지를 기를 때가 아니라고 생각했었다.
근데 형님댁에서 데려온 강아지가 남편 마음을 흔들어버림ㅋㅋㅋ
집에 올라오자마자 강아지를 키우기로 결정했음.
분양을 받는 것도 좋지만 기왕이면 아픔이 있는 강아지를 데려오는 것이 아이들에게도 생명의 소중함을 알려줄 수 있을 것 같아 더 좋겠다고 생각했고, 10년 전쯤 남편이랑 연애할 때 친정에서 유기견 입양을 했던 경험도 있는 터라(그때도 남편이랑 둘이 알아보고 직접 데려왔었음) 그때를 떠올리며 유기견을 입양하기로 결정했다^^
강아지야 너무나 사랑스러우니 어떤 강아지를 키워도 좋지만 우리의 환경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어 남편과 내가 둘 다 키워보았던 견종, 비염이 심한 남편과 아빠를 닮아 비염 있는 아이들을 위해 털 빠짐이 덜 한 견종인 푸들을 키우기로 했다.
유기견 입양을 알아보는데 처음엔 너무나 막막했다.
유기견 입양 경험은 있지만 벌써 10년 전 일이라 어느 곳에서 입양을 했었는지도 기억이 나지 않는 상황이었다.
그런데 감사하게도 네이버에서 유기견을 검색했더니 보호 중인 유기견들 사진을 볼 수 있었다.
(네이버에서 유기견을 검색하면 지방자치단체와 유기 동물 보호시설에서 동물보호 관리 시스템에 등록한 유기견과 유기묘 아이들을 볼 수 있다.)
그렇게 며칠 알아보다가 한 아이에게 마음이 갔다.
입양을 문의했는데 생각지도 못한 문제가 발생했다.
남편이 입양을 문의했던 동물병원에서 들었던 말이다.
아이를 입양하고 싶다는 문의가 20여 통 정도 왔다고 했다.
추첨 시간에 맞춰 보호기관에 오면(그 아이는 동물 병원에서 보호 중이었다) 추첨을 할 수 있다고...
듣도 보도 못한 강아지 입양 추첨이라...
(나중에야 알게 된 사실이지만 아기 강아지나 인기 있는 견종의 경우에는 추첨을 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가야 하나 말아야 하나 갈등을 했다.
아이들은 강아지가 온다고 평소엔 하지도 않던 청소를 하고 강아지 집도 만들어 놓고, 이름까지 지어놨다.
그 모습을 보며 어찌 가지 않을 수 있을까...
남편이 추첨 시간에 맞춰 가기로 했다.
다행히 보호 중인 동물병원이 남편 사무실에서 30분쯤 걸리는 곳이라 갈 수 있었다.
남편이 시간 맞춰 추첨 장소에 갔는데 열 분 정도가 오셨고, 추첨을 해서 한 분이 입양을 하시게 되었다.
(처음에 오시자마자 병원을 쑥대밭으로 만들어놓으셔서 남편에게 미운털이 박히신 ㅋㅋ 저분한테만 안 가면 좋겠다고 속으로 생각했던 분에게로 입양이 되었다고^^;;;)
아이들에게 아빠가 추첨을 하러 갈 텐데 강아지가 우리 집에 못 올 수도 있다고 미리 말은 해 놓았는데
막상 현실이 되니 아이들은 울고, 남편도 속상하고 죄인 된 기분이었다고...
물론 제일 좋은 것은 보호 센터에서 봉사를 하고 마음 가는 아이를 데려오는 것이겠지만 쉽지 않기에 보호소에서 올린 사진으로 아이를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
첫아이의 추첨이 끝나고 난 뒤 울고 있는 아이들을 위로해주기 위해 남편과 10곳 정도에 입양 문의를 했다.
(빠른 입양만이 아이들의 슬픔을 달래줄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기도 했지만,
남편의 성격상 한 문제에 심하게 에너지를 쏟기 때문에 입양 문제를 빨리 마무리 짓고 싶어 했고
하루라도 빨리 반려견과 함께 하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
위 내용은 남편과 내가 입양 문의를 했을 때 보호소에서 들었던 답변이다.
보호소는 주인을 잃어버린 아이에게 주인을 찾아주고,
유기된 아이라면 새로운 가정으로 빠른 시일 내에 입양을 보내는 것
나는 보호소의 궁극적인 목적은 안락사 없이 아이들에게 새로운 보호자를 만나게 해주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보호소의 답변에 많은 혼란이 왔고, 보호소의 시스템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했다.
유기견 입양이 이렇게 어려울 줄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