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이 무섭지 않은 리스본

풍경, 책, 맛집 그리고 야경

by 천사의 시

매일 1회 한국으로 안전 보고를 하고 있다. 8시간의 시차를 뚫고 매일 연락을 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니지만 빼먹지 않으려고 최대한 신경을 쓴다.




나의 여행 체력을 반영하여 본래의 계획을 변경한다. 리스본 도장 깨기를 한 번 해보지, 머-



오늘 본래 리스본 인근 도시 신트라와 호카곶까지 가려고 했는데 그 일정은 내일로 미루고 호시우 광장으로 왔다. 호시우 기차역의 위치를 먼저 알아두기 위해서였다.


10시가 좀 넘어 숙소에서 나왔을 때는 여행하기 이른 시간이다 생각했는데 역시나 주요 관광지에는 이미 여행자들로 넘쳐난다. 호시우 광장부터 호시우 역, 그리고 산타 주스타 엘리베이터까지.



' 지금 나는 산타 주스타 엘리베이터를 타겠다고 또 줄을 서 있다. 기다림은 인내심의 끝이라는 걸 리스본에서 확실하게 배운다. '


바쁘게 살아도 하고 싶은 건 하고, 여유롭게 살아도 하기 싫은 건 하지 않았는데 내가 좋아하는 여행을 하면서도 하기 싫은 일을 해야 하는 상황들을 맞닥뜨리면서 인생에는 좋고 싫음이 공존함을 확인한다. 원하는 걸 위해서는 싫은 것도 해야만 하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한 시간을 기다린다. 이게 뭐라고, 허탈함의 웃음이 나오는 지경이다.



결국에는 산타 주스타 엘리베이터를 탄다. 리스보아 카드를 기계에 태그하고 올라간다. 전망대의 꼭대기는 생각했던 것보다 높지는 않았다. 그럼에도 날씨가 좋으니 내려다 보이는 풍경은 어디를 봐도 예쁘기만 하다.


불어오는 바람이 차다. 햇살은 따뜻한데 바람은 차가워서 당최 적응이 쉽지 않다. 옷을 껴입으면 덥고 좀 가볍다 싶으면 추워서 기준이 서지 않는다.


내려다보는 경치는 그리 오래지 않아 끝이 난다. 내려가는 엘리베이터를 타면서 리스보아 카드를 또 한 번 태그 한다.


시간은 오후 1시가 넘어가고 있었고 가까운 식당에 점심을 먹으러 간다.



한국 여행객들 사이에서 '해물밥'으로 유명한 'UMA'라는 이름의 식당인데 점심, 저녁 웨이팅을 해야 하는 식당이라고 했다. 내가 도착했을 때는 웨이팅은 없었다. 메인 메뉴는 단일 메뉴이며 초리조(소시지), 문어샐러드, 빵, 치즈 등이 스타터로 되어있었다.


나는 맥주와 문어샐러드, 해물밥을 주문한다.


이 식당 손님의 절반이 아시안인 점이 인상적이었다. 유명 식당답게 손님은 끊이지 않았다.


해물밥은 해물탕과 해물스튜 같은 비주얼에 국밥처럼 밥을 말아놓았다. 간이 세지 않아서 나는 괜찮았다. 문어샐러드도 내가 흔히 아는 샐러드와는 차이가 있는 올리브오일 샐러드였다. 1.5인분 같은 1인분의 양이었다. 그럼에도 한국인에게 추천을 하라고 하면 선뜻 추천은 되지 않는 그런 스타일의 음식이라는 생각을 했다.



이후 베르트란드 서점으로 향했다. 오래된 나무 냄새와 종이 책의 향이 난다.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서점으로 기네스북에 오른 서점이라기에 얼마나 고풍스러울까 싶어 책 덕후로서 그냥 지나칠 수 없었다. 290년의 역사치고 고풍스럽다고 할 수는 없었지만 입구부터 서점의 내부 끝까지 생각했던 것보다 규모가 컸다. 언어를 알 수 없어 책을 구매하진 못했지만 오프라인 서점에 손님이 많은 모습을 보니 흐뭇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부러웠다.


저녁에 리스본의 야경을 보기 위해서 한국인 동행을 구했다. 혼자서 밤늦게까지 리스본 거리를 배회하는 것보다는 누구라도 있으면 안심도 되고 심심하지도 않을 거 같아서 아주 오랜만에 네이버 카페를 통해 동행을 구한 것이다.


리스보아 카드 72시간권을 모두 써버려서 오늘 아침 리스본 교통카드인 비바 비아잼 카드(navegante 카드)를 구입했는데, 웬걸- 1회권으로 구입해 버려서 지하철 탈 때마다 충전을 시켜야 한다. 충전식이라 충전해서 계속 사용을 하면 되긴 하는데 1회권으로 구입을 해버려서 한 번 충전 시 1회권 금액인 1.8유로 밖에는 충전이 안된다.


포르투갈에 와서 뭔가 실수가 잦다. 지하철에서도 방황하고, 길도 자주 헤매고, 티켓도 잘못 끊고-


보통은 한 도시에서 3일 정도를 머물면 그 도시의 시스템에 어느 정도 적응이 되는데 리스본은 4일을 머무른 지금까지도 적응이 되지 않으니 여행객에게 쉽지 않은 도시임이 확실한 듯싶다.



저녁 7시. 호시우광장에서 동행들을 만났다. 저녁식사 후 리스본의 야경을 보기 위한 모임이 이었다. 동행 주최자의 추천 식당으로 간다. 나의 한국어가 봇물이 터지지 않도록 신경 쓰느라 힘들었다.


그곳에 모인 4명은 몇 가지의 공통점이 있었다. 한 달 이상의 장기 여행자들이라는 점과 지금 당장은 매여있는 회사가 없다는 점. 결국 퇴사 후 장기여행을 하는 사람들의 모임이 되었다. 여행이라는 공통점으로 여행에 관한 많은 이야기들을 하며 저녁을 먹는다.


근데 이 식당 맛집이네. 이 식당_O castico restaurant(R. dos Sapateiros 81, 1100-578 Lisboa, 포르투갈)_은 추천하고 싶다.



각자 사는 곳도 다르고 사정도 다른 사람들이 리스본이라는 제3지대에서 만나 밥을 먹고, 이야기를 하고, 야경을 본다. 혼자 여행이 외롭기만 한건 아니다. 단 몇 시간의 짧은 만남이지만 혼자여행은 부담 없는 만남의 재미가 있다. 그래서인지 리스본의 밤이 전혀 두렵게 느껴지지 않았다. 혼자라는 두려움을 버리지 못해 리스본의 야경을 놓쳐버렸다면 나는 분명 후회를 했을 것이다.


지금 시간 밤 11시. 난 이제 숙소로 돌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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