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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천사의 시 May 29. 2024

비 맞는 할슈타트

비가 와도 여행은 계속되어야 했다

비가 그치길 바랐던 나의 기도는 소용이 없었다. 밤새 내린 비는 아침이 되어도 그치지 않았고 나의 첫 번째 근교여행은 비와 함께 시작되었다.


숙소 근처 샌드위치 전문점에서 점심으로 먹을 샌드위치를 미리 준비해서 잘츠부르크 중앙역 앞 버스정류장으로 간다. 그곳에서 150번 버스를 타고 바트 이슐까지 가서 바트 이슐 중앙역에서 다시 기차를 타고 할슈타트 중앙역으로 가야 한다. 그리고 할슈타트 중앙역 앞 보트 정류장에서 보트를 타고 할슈타트 시내로 들어가야 한다.



갈 길이 멀어 마음은 조급한데 버스 시간은 정해져 있으니 마음이 조급해봐야 아무 소용이 없다. 비가 오는 와중에도 나처럼 할슈타트를 가려는 사람들은 많았다. 잘츠부르크 중앙역 버스정류장에서 150번 버스를 타는 사람들의 대부분은 할슈타트를 가기 위해서라는 걸 알게 되었다.



오전 9시 15분, 제시간에 도착한 150번 버스는 종점인 할슈타트 중앙역으로 출발했고, 버스에서 보이는 창밖 풍경은 비가 오는 것과는 전혀 상관없이 예뻤다. 오스트리아에 와서 예쁜 모습들을 너무 많이 보는 것 같다. 여행자에게 비는 참 거추장스럽지만 버스 창 밖으로 보이는 풍경은 비 덕분에 운치가 있어서 더욱 예뻐 보인다.



잘츠부르크 출발 1시간 40여 분 만에 이슐 중앙역에 도착했다. 바트 이슐 버스정류장 바로 옆에 바트 이슐 중앙역이 있어서 기차로 환승하는 건 어렵지 않았다. 버스에서 내린 사람들의 대부분이 할슈타트행 기차에 탑승한다. 할슈타트 중앙역까지는 3 정거장, 20분 소요가 된다. 그리고  할슈타트 기차역에서 내리면 바로 보트에 탑승해야 하는 시스템이었다. 보트는 왕복 7유로의 티켓비를 지불해야 했다.


그런 과정을 거쳐 할슈타트 시가지에 도착하니 오전 11시 40분이었고, 나는 할슈타트에서 오후 16시 15분까지 4시간 30분 정도 머물러야 했다.



가장 먼저 할슈타트 호수 길을 따라 동네의 끝까지 가 본다. 크지 않은 동네임에는 확실했다. 먼저 할슈타트를 다녀갔던 숙소 손님의 말에 의하면 2시간이면 다 돌아본다고 했었는데 나는 무려 4시간 30분을 머물러야 하니 난감하다 싶었다. 도착 직후에는 비가 많이 내려서 사진 찍기도 불편해서 그저 산책 겸 동네를 전반적으로 한 번 돌아보고, 시간이 지나니 비가 좀 잦아들어서 사진을 찍으면서 다시 한번 돌아보고, 호수 길이 아닌 동네 중간의 산길을 따라 할슈타트의 풍경을 보며 또 걷고, 나중에는 할슈타트 내에 있는 기념품 숍들을 꼼꼼하게 돌아본다.



오후가 되니 단체 관광객 손님들이 많아졌다. 비가 와서 인지 몇몇의 숍과 식당들은 문을 열지 않았고, 그나마 열려있는 식당들은 손님들로 붐비고 있었다. 생각보다 추운 날씨에 놀라면서 준비해 간 샌드위치로 점심을 먹는다. 그리고 기념품 숍을 돌면서 무겁지 않은 기념품도 구입한다.


할슈타트에서 할 수 있는 건 소금광산 투어와 유람선 투어 정도이다. 하지만 난 아무것도 하지 않고 그저 걸었다. 비 맞는 할슈타트의 운치를 사진에 담고, 산책을 하며 나의 눈에 담는다.


오후 4시 15분, 할슈타트 중앙역으로 가는 보트에 올라탄다. 할슈타트 중앙역과 시내를 잇는 보트는 기차시간에 맞추어 운행을 하기 때문에 기차시간에 맞추어 보트를 이용하면 된다. 할슈타트로 왔던 방법 그대로 다시 잘츠부르크로 돌아간다.


가는 길도 복잡하고, 비까지 내려서 내심 걱정을 했지만 생각보다 어렵지 않게 할슈타트를 다녀왔다.



잘츠부르크로 돌아와 여기서의 동행이었던 그녀가 알려주었던 식당으로 저녁을 먹으로 간다. 스파게티 맛집이면서 가격도 괜찮은 식당이었다. 이번 여행 첫 스파게티로 토마토스파게티와 화이트 와인 1잔을 주문한다. 무엇보다 식당 서버(?)가 상당히 유쾌해서 마음에 즐거웠다.




대한민국에서는 보지 못한 풍경들을 본다. 직접 보지 않는 이상 사진을 아무리 찍어도 그 느낌과 분위기를 표현할 수가 없다. 바다가 없는 내륙국가 오스트리아에서 산과 호수는 그야말로 신이 내린 선물 같다. 초록의 푸른 풀밭 사이사이에 들어선 집들까지 그 운치를 어떻게 설명을 해야 할지 나는 모르겠다. 그저 잊어버리고 싶지 않은 풍경을 오늘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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