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른쪽 발 뒤꿈치가 또 까져버렸다. 양말이며 운동화며 피범벅이 되어 걷는데 너무 불편하다. 장크트 길겐을 돌아보는데 발 뒤꿈치만 신경을 쓰고 있으려니 여행을 하는 것 같지가 않다. 당장 상처 치료도 되지 않아 빠르게 숙소로 복귀를 해야겠다.
아침에 일어나 여유를 부린다. 오전 10시 15분 장크트 길겐행 150번 버스를 탈 예정이었기에 전날 사다 놓은 컵라면으로 아침까지 야무지게 챙겨 먹는다.
내일 가야 할 독일 쾨니그제에 대한 여행정보를 검색하던 중 숙소 손님 한 분이 많은 정보를 주신다. 덕분에 쾨니그제 여행이 수월해질 것 같다.
3일 연속 150번 버스를 탄다. 잘츠캄머구트의 풍경을 매일 보는 중인데 아직까지는 질리지가 않는다.
아침부터 비가 오는 날씨여서 힘든 하루가 될 것 같아 걱정했는데 장크트 길겐에 도착하니 날은 흐려도 비는 멈춰서 다행이다 싶었다. 장크트 길겐의 볼프강 호수를 보기 위해 호수까지 간다. 흐린 날씨에 바람이 차가워서 추위가 느껴졌다.
그런데 발 뒤꿈치까지 문제가 생겼다. 발목이 짧은 양말을 신었더니 운동화가 발 뒤꿈치를 다 잡아먹어서 피범벅이 되고 말았다. 기념품 숍에서 발목이 긴 양말을 사려고 보니 3개가 묶여서 판매가 되고 있다. 어쩔 수 없이 기념품으로 판매되는 겨울 양말을 사서 양말을 갈아 신었다.
다시 장크트 길겐의 좁은 길들을 걸었다. 장크트 길겐의 끝에서 끝까지 한 번 걸어본다. 바다가 없는 오스트리아에서는 호수를 바다처럼 생각하는 것 같다. 요트도 즐비하고 수영도 하고 물놀이도 즐긴다. 그러는 사이 나의 발 뒤꿈치는 다시 피범벅이 되고 말았다. 어쩔 수 없이 일단 숙소로 복귀해야 할 것 같았다.
날씨는 다시 맑게 개이고 있는데 나는 잘츠부르크로 돌아가야 하는 게 너무 아쉽지만 내일을 위해서라도 상처 치료를 해야 할 거 같다.
그럼에도 맑아진 날씨를 보며 위에서 내려다 보는 경치가 보고 싶어서 장크트 길겐 케이블카를 타려고 생각했는데 왕복 32유로의 이용요금 덕분에 쉽게 포기가 된다.
내가 장크트 길겐에서 머문 시간은 2시간 정도였다. 2시간이면 작은 동네를 돌아보기엔 충분하다. 다만 케이블카를 탄다면 1시간 정도 더 머물러야 할 것 같다.
나는 지금 잘츠부르크로 돌아가는 중이다. 남겨진 아쉬움은 후일을 기약하는 것으로 달랜다.
무언가를 남겨 놓으면 그 남겨 놓은 것을 찾기 위해서라도 다시 오게 되겠지. 오스트리아 잘츠캄머구트 지역에 나의 미련과 아쉬움을 한가득 남겨놓아야겠다. 언제일지 알 수는 없지만 언젠가는 남겨놓은 미련과 아쉬움을 찾으러 다시 오기 위해서 말이다.
장크트 길겐을 돌아보는데 엄마 아버지 연배의 어른들이 많이 여행을 하고 있었다. 그럴 때는 어쩔 수 없이 나의 엄마 아버지 생각이 나고 만다. 나만 예쁘고 좋은 거 볼 때마다 늘 옆에 있지 않은 누군가가 생각이 나고 만다.
대한민국 저녁 7시.
엄마에게 전화를 한다. 나의 안부를 전하고 엄마의 일상을 듣는다. 얼마 남지 않은 여행의 끝을 기다리는 엄마와 여행의 끝이 조금은 아쉬운 딸의 서로 다른 이야기를 서로에게 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