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경의 경계가 허물어진 신기한 경험을 한다
잘츠부르크 첫째 날 남녀공용 도미토리에서 다음날 여성 도미토리로, 어제는 더블룸으로 갔다가 오늘은 다시 여성 도미토리로 돌아왔다.
장기 숙박으로 인해 민박집 유랑민이 되었다.
잘츠부르크 중앙역 버스정류장에서 오른쪽 대각선에 위치한 Forum1 건물의 'J' 정류장에는 840번 버스를 타기 위해 기다리고 있는 사람들이 많았다. 그리고 버스는 내가 며칠째 탔던 150번 버스와는 다르게 시내버스였다. 트렁크 짐들과 사람들이 함께 탑승한다. 만약에 내가 미라벨플라츠 정류장에서 이 버스를 탔다면 1시간 내내 서서 가야 했겠다는 생각이 들자 조금 일찍 나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출발부터 버스는 손님들로 꽉 들어차버렸다.
버스는 오스트리아에서 독일로 넘어간다. 나라의 국경을 넘는 일이 이렇게나 쉬울 거라고는 생각지 못했는데 그 어떤 확인도 없이 자연스럽게 넘어간다. 대한민국 국민으로서는 신기한 일이다.
한 시간이 조금 지났을까? 쾨니그제 호수 앞에서 하차한다. 여전히 비는 내리고 있었고 날씨는 조금 더 추워졌다.
전날 민박집 손님이 알려준 대로 보트를 타기 위해 선착장으로 간다.
관광객이 많지 않아 보여서 조용하게 돌아볼 수 있겠다 했지만 보트를 타고난 후에야 나의 생각대로 되지 않을 거라는 걸 깨달았다. 전혀 조용하지 않은 중국 관광객들이 보트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었다.
'다음 보트를 탈 걸.'하고 후회한다. 풍경도 눈에 들어오지 않고 사진도 찍지 못하고 있다.
보트 내에서는 쾨니그제 호수에 대해 설명을 해주고 호수를 둘러싼 숲의 메아리도 들려주었지만 조용하지 않은 보트 안에서는 전혀 집중이 되지 않았다. 내 눈으로 즐기지 못하는데 사진으로 찍은들 잘 나오긴 할까? 그리고 사진을 찍을 수 있는 공간도 없다. 그저 볼 수 있는 만큼만 즐겨야겠다. 어쩔 수 없다. 단지 28유로의 비용이 아깝지 않았으면 좋겠다.
보트 투어의 중간 정거장인 성 파툴로메 성당에서 하차하여 성당만 잠깐 둘러보고 단체 관광객들을 피해 최종 종착지인 'Salet Anlegestelle'로 가는 다음 보트를 탔다. 훨씬 좋았다.
조용하게 즐기는 쾨니그제는 또 다르게 보인다. 'Salet Anlegestelle'에 도착하니 호수와 산뿐 다른 건 아무것도 없었다. 여기서 무얼 보아야 하나 어리둥절해하는 사이 사람들은 트래킹을 시작했다. 많은 사람들이 가는 방향을 향해 나도 걷는다. 'Salet Anlegestelle'는 트래킹을 해야 하는 곳이었다.
비가 오는 와중에도 왕복 2시간의 트래킹을 했다.
쾨니그제 호수 옆에 'Obersee'라고 하는 작은 호수가 또 하나 있는데 그 호수를 따라 트래킹을 하는 코스가 편도 1시간이 소요가 된다. 최대 5시간 이상의 트래킹 코스까지 있었지만 나는 'Obersee'까지만 보았다.
걸으면서 생각했다. 발 뒤꿈치가 어제 까지기를 천만다행이라고. 오늘 비를 맞으면서도 이곳에 오길 정말 잘했다고. 겨우 한 시간이지만 트래킹을 하길 잘했다고.
가방도 옷도 머리카락도 핸드폰도 몽땅 비에 젖었지만 여행의 마지막을 장식하기에 쾨니그제, 이곳은 화룡점정이었다.
나중에, 아니 부모님이 걸을 수 있을 때 함께 이곳에 오면 좋겠다는 계획이 걷는 내내 나의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다시 보트를 타고 출발점으로 돌아간다. 그 사이 비가 그쳐있다. 이제는 잘츠부르크의 나의 속소로 잘 돌아가기만 하면 되었다.
돌아 나오면서 알게 된 거지만 보트의 중간 정거장인 성 바톨로메 성당 정거장에서도 트래킹 코스가 조성이 되어있었다. 단체 관광객들을 피해야겠다는 생각에만 집중하다 그곳을 정말 대충 보고 이동을 해버려서 트래킹 코스가 있다는 걸 몰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