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츠부르크에서 비엔나 공항으로 다시 대한민국으로
며칠 내내 내리던 비는 다행하게도 그쳐있다.
잘츠부르크에서 비엔나국제공항으로 출발하는 기차는 오후 13시 출발이었고 전날 함께 숙소에서 머물렀던 사람들 모두 먼저 보내고 혼자 남은 나는 느지막이 짐을 챙긴다. 나를 반겨주는 이가 있는 곳으로 돌아가는 심정이 울렁거린다. 어느새 너무 적응이 되어버린 곳을 떠나는 마음이 마치 오랫동안 살던 집을 떠나는 것 같다.
완두콩 민박집 호스트 부부가 나의 마지막을 배웅한다. 뜻밖의 거창한 배웅이었다.
언젠가 다시 잘츠부르크에 온다면 그때 다시 방문하겠다고, 꼭 그러겠다고 이야기를 하지만 과연 지켜질 수 있는 약속일지 스스로도 의문이 들었다.
제시간에 도착한 기차는 제시간에 출발한다. 연착이 많다던 유럽의 기차에 대한 썰도 이제는 옛말인 듯싶다. 무거운 짐가방을 짐칸에 얹고 나의 자리를 찾아 앉았다. 그저 외국인들 사이에 덩그러니 놓여 그저 마주치는 눈빛으로 서로에게 인사를 한다. 낯설음이라고는 사라진 공간이었다.
3시간이라는 이동시간은 이제는 길지 않은 시간이 되었다.
비엔나 국제공항에 도착하고, 수화물을 보내고, 출국수속을 밟고, 잠시 면세점을 들렀다가 대한민국 인천으로 향하는 비행기를 타기까지는 순식간에 흘러간다.
11시간의 비행 후 2024년 6월 3일 오후 12:30분.
나는 대한민국 인천공항에 도착했고 한없이 예뻤던 현실을 보내고 더없이 절실한 현실을 살아가야 하는 순간과 마주했다.
마지막 일기를 작성해놓고 이후 한없이 게을렀다. 적응을 위한 시간을 핑계로 한없이 게으르게 일주일을 보내고 이제야 이렇게 마지막 일기를 올린다.
여행에서 돌아왔음을, 내가 잘 다녀왔음을, 나의 생사를 나의 주변인들에게 알리고, 여행의 잔여물들을 선물하고, 나의 여행을 안주 삼으며 주변인들을 만나고 다녔다. 그러는 사이 일주일이 흘렀고 나는 더없이 절실한 현실을 살아가고 있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