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있어, 잘츠부르크-
아침부터 저녁까지 하루종일 비가 내리는 잘츠부르크는 다시 겨울이 된 듯 너무 추웠다.
민박집 숙소에서 장박을 하면서 들고 나는 사람들과의 만남과 이별을 여러 번 겪었다. 매번 내가 떠나는 역할이었다가 나는 남고 누군가는 떠나는 상황이 익숙하지는 않았지만 단 하루뿐인 만남이어도 배웅을 하게 되었다. 그런데 이제는 내가 떠나는 날이 다가왔다.
비가 그치지 않은 잘츠부르크 시내에 나가고 싶지 않아 머뭇거리다 남아있는 유로 현금을 모두 사용을 해야 할 거 같아서 굳이 옷을 갈아입고 비가 내리는 잘츠부르크 시내로 나간다. 6월의 첫날, 잘츠강변에는 비가 오는 와중에도 플리마켓이 들어섰다. 6월 1일 토요일 오전 10시의 비 맞는 잘츠부르크 시내는 조용했다. 플리마켓이 들어섰지만 손님들은 거의 없었다.
'나는 무슨 생각으로 소매가 짧은 원피스를 입고 나왔을까?'
지나가는 사람들의 차림을 보니 겨울 패딩을 입었거나 바람막이 점퍼를 챙겨 입은 사람들뿐이었다. 다시 숙소로 돌아가 옷을 바꿔 입고 다시 시내로 나갔다. 시간이 지나니 잘츠부르크 시가지는 관광객들로 사람들이 늘고 있었다.
잘츠부르크 쇼핑거리인 게트라이더 거리 위에 있는 Manner 매장에 들러서 선물용 기념품으로 과자를 산다. 아무런 정보도 없이 들른 매장에는 한국인 손님들이 많았고 그들의 이야기를 귀담아들으며 현재 한국에서는 판매하지 않는 상품으로 구입한다. 현금을 처리하기 위하여 들른 숍에서 가지고 있는 현금 이상을 구매하는 바람에 카드로 결제를 해버리고 현금은 다시 그대로 남아버렸다.
좀 추워도 비가 오는 잘츠부르크 시가지를 한 바퀴 돌아보려고 했으나 구입한 과자가 생각보다 무거워서 다시 숙소로 들어왔다.
잘츠부르크에서의 마지막 날이 되고 보니, 그리고 또 비까지 오는 날씨이다 보니 한껏 게으름을 피운다. 근처 샌드위치 가게에서 샌드위치와 샐러드로 점심을 해결하고 숙소에서 누웠다 일어나니 시간은 오후 3시가 넘어있었고 또다시 잘츠부르크 시가지로 나간다. 헤어짐의 인사를 하기 위해서.
잘츠부르크 시가지에서는 마라톤 대회가 열리고 있었다. 비가 오는 와중에 많은 사람들이 뛰고 있었고, 또 많은 사람들이 그들을 응원하고 있었다. 추후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국제 마라톤이고, 100km 마라톤이라고 했다. 인간의 한계에 도전하는 사람들 참 많다. 국제적인 행사임에도 차량 통제 없이 일반 관광객들이 걷는 거리를 참가 선수들이 달리고 있었다는 건 좀 신기했다. 보통 국제적인 마라톤이면 코스를 설정하여 차량을 통제하고 달리는 선수들에게 방해가 되지 않도록 일반 사람들의 접근을 막는 것이 우선일 텐데 오늘의 마라톤은 그런 형식적인 절차는 전혀 없었고 관광객들이 걷는 길 사이를 참가자들이 달리고 있었다.
나는 달리는 사람들을 피해서 잘츠부르크의 골목들을 돌아보다 다시 숙소로 복귀했다.
하루종일 숙소와 밖을 왔다 갔다만 했다. 숙소에는 같은 방을 쓰는 손님 한 사람이 와 있었고, 한참을 이야기하다 저녁을 먹기 위해 각자 밖으로 나갔다. 마라톤 대회는 내가 저녁을 먹은 이후 까지도 진행이 되고 있었다.
오늘이 마지막 저녁이어서 잘츠부르크의 야경을 보고 싶었으나 그치지 않는 비에 젖어버린 운동화가 불편해서 야경은 포기하기로 한다.
이렇게나 추운 6월을 경험한 기억이 없다. 계절을 역행하는 것 같은 적응이 되지 않는 날씨에 힘들었지만 그럼에도 잘츠부르크는 아름다웠고, 도시의 근교는 재방문의 충동을 일으켰다.
다만, 잘츠강변 잔디밭에 누워 일광욕을 즐기며 책을 읽으려 했던 그 계획을 비 때문에 포기했다는 것이 많이 아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