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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천사의 시 May 28. 2024

다시 혼자 여행이 되다

변덕스러운 유럽의 날씨를 믿어본다. 비야 오지 말아라.

여행을 하면서도 떠나는 사람과 남는 사람이 있다. 같은 여행자지만 상황이 달라지니 아쉬움과 씁쓸함이 남는다.


이틀간의 잘츠부르크 동행이 체코로 떠나고 나는 떠나는 그녀를 배웅한다.  나에게도 이제 정말 며칠남지 않은 여행이 되었다. 다시 혼자가 되었고, 나의 여행을 나는 다시 준비한다.




잘츠부르크는 이틀 동안 놓친 것이 없을 정도로 열심히 돌아보았다.


함께 잘츠부르크를 여행했던 동행이 사라지고 나는 혼자가 되었다는 쓸쓸함을 안고 더 이상 볼 것이 없는 잘츠부르크 시내로 나간다. 전날에 이어 오늘도 완벽한 날씨였다. 그동안의 잘츠부르크를 되새김질한다.


비비드한 컬러가 눈에 확 띄는 잘츠부르크의 쇼윈도


그리고 쇼핑거리, 성당, 광장 등을 한 바퀴 돌아보아도 시간은 얼마 지나지 않는다. 산책 겸 시내를 걷다가 잘츠부르크 시내 경치를 볼 수 있다고 했던 카푸치 수도원으로 향한다. 약 10분여간 좁은 골목의 계단을 쉬지 않고 올라간다. 한 달이 넘는 시간 동안의 반강제 걷기 운동 덕분에 계단쯤이야 거뜬하다.



완벽하게 높은 지대는 아니지만 잘츠부르크 시내가 내려다 보이는 전망대는 시원했다. 오전 이른 시간이라 사람이 그렇게 많지 않아서 조용했다. 잠시 전경을 감상하고, 저녁에 해가지면 야경을 보러 다시 오기로 마음먹고 내려간다.


' 이제는 무엇을 해야 할까? 당장 오늘만이 아니라 내일부터는 무엇을 해야 할까? '


내일부터 잘츠부르크 근교를 다녀보려 한다. 잘츠캄머구트 지역인 할슈타트와 고사우 호수, 장크트 길겐, 장크트 볼프강, 샤프베르크 그리고 한인민박 사장님께서 알려주신 독일  쾨니히제까지. 매일 한 곳씩 다녀볼 생각이다. 그런데 당장 어떻게 가야 하는지 아무것도 알지 못했다.


잘츠부르크 중앙역과 역 앞 버스정류장


일단 잘츠부르크 중앙역 앞 버스터미널로 가서 위의 도시들을 가는 버스를 확인한다. 그리고 숙소로 돌아와서 위의 도시들을 갈 수 있는 방법을 찾고, 기차표와 버스표를 예매한다.  


점심은 숙소로 오기 전 샀던 샌드위치와 오렌지 주스로 해결하고, 근교 도시들을 여행할 방법을 찾은 후 무엇을 해야 할지 몰라 다른 여행객들이 모두 나가고 없는 조용한 숙소에서 한참을 쉬었다.


오후 5시가 되어 다시 잘츠부르크 시내로 나가본다. 지금껏 가지 않은 길을 따라 걸어 올라가니 아침에 갔던 카푸치노 수도원이 등장한다. 같은 목적지의 다른 길이었다.


그곳에서 또 한참을 앉아있다 저녁을 먹으로 내려왔다. 해가지고 야경을 보려면 아직도 많은 시간이 남아있었기 때문에 저녁을 먹고 밤 9시 정도에 다시 올라가려고 생각하고 있다.



베트남 식당에서 쌀국수를 저녁으로 먹었다. 빵과 밀가루에 실증이 나 있는 중인데 맛있는 식당을 발견해서 기분이 좋다.



+ 잘츠부르크의 야경


저녁 8시 40분즈음 카푸치너 수도원으로 향한다. 완벽하게 어두워지기 전이어서 9시 30분까지는 기다려보았다. 다행히 비가 많이 내리지 않아서 수도원 의자에 앉아 어두워지길 기다린다. 나름대로 괜찮은 야경을 본 것 같아서 뿌듯함(?)을 느끼며 수도원을 내려왔더니 비가 점점 많이 내리기 시작했다. 잘츠부르크 시내의 야경을 보려고 했던 계획을 취소하고 숙소로 돌아왔다.




오늘 저녁부터 내가 한국으로 떠나는 일요일까지 내내 비가 온다고 한다. 내일부터 근교로 다녀야 해서 숙소로 쉽게 돌아올 수 없는데 걱정이다. 여행자에게 비는 어쩔 수 없는 숙명이긴 하지만 거추장스러운 것은 사실이니까 아무래도 힘든 근교 여행이 될 것 같다. 그저 변덕스러운 유럽의 날씨를 믿어 보는 수 밖에는 없을 것 같다. 비가 오지 않기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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