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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인산 Jul 25. 2023

옌탕산(雁荡山) 탐방기(1/3)

동남제일산(东南第一山)

상하이 밖으로..

중복날 아침이다. 어제는 폭우를 쏟아붓던 상하이 하늘이 오늘은 맑다. 전철 10호선 첫차를 타고 홍챠오역으로 향했다. 귀국을 한 달 남짓 남겨두고 중국의 10대 명산 가운데 하나로 알려진 저장성 원저우(温州) 북부에 자리한 옌탕산(雁荡山)을 찾아보기로 했다.


홍챠오 기차역에 도착해서 신분 확인 게이트와 엑스레이 검색대를 통과해서 역사 안으로 들어섰다. 평일이라 그런지 여느 주말과는 달리 조금은 한산해 보인다. 06:57에 상하이를 출발하여 선전(深圳) 북역까지 가는 고속열차  허시에 호(和谐号) D2287에 올라 옌탕산으로 향한다. 옌탕산역에는 11시 전에 도착할 것이다.


허시에 호(和谐号, Harmony호)는 2004년 독일, 프랑스, 일본 등의 고속열차 기술을 도입하여 중국이 자체 생산한 고속열차로 서로 다른 플랫폼을 기반으로 개발되어 호환 및 연결성이 떨어져 운영과 유지관리가 어렵고 효율성도 낮다고 한다. 이에 중국은 2012년 성능과 기능이 개선된 고속열차  개발 착수하여 2017년 6월 26일 베이징-상하이 노선 양방향 운행을 시작함으로써 '푸싱호(复兴号)' 시대를 열게 된다.


허시에와 푸싱은 최고 속도가 각각 시속 350km, 400km인데, 허시에는 좌석 정보 표시 기능이 없고, 내구 연수도 20년 정도로 푸싱호보다 10년 정도 짧으며, 푸싱호와 달리 무료 와이파이 네트워크 기능도 없다고 한다.


상하이를 벗어난 열차는 진산(金山) 북역, 쟈싱(嘉兴) 남역 등에 정차하며 남쪽으로 달린다. 회색빛 흐린 하늘 아래 낮은 주택들을 품은 끝없는 초록초록한 평원이 차창을 스쳐 지난다.


대학 동기 단톡방에 Y가 올려준 신문 스크랩 중 "보람과 긍지가 하늘까지 닿는다."는 '오늘의 운세' 란 글귀가 '중국 10대 명산 중 하나'를 탐방하러 가는 기대와 설렘을 단적으로 대신해 주고 있는 듯하다.


중국인들은 기분이 좋을 때 흔히 '카이씬(开心)'이라고 말한다. '마음이 열린다.' 쯤으로 해석이 되는데, 먼 길을 달려 망망한 바다를 마주하게 되거나 천신만고 끝에 산봉우리에 올라 일망무제 전경을 접할 때 무심결에 내뱉게 되는 "가슴이 툭 트인다"는 말과 일맥상통하는 표현이다.


저장성의 성도인 항저우로 들어서자 멀찍이 산군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다. 항저우 동역과 남역을 거치면서 헐렁하던 열차 객실은 빈 좌석이 거의 없이 만석으로 가득 찼다. 샤오싱(绍兴)과 닝보(宁波)를 지나고 닝하이(宁海), 린하이(临海) 등을 거쳐서 타이저우(台州) 북역으로 들어서기까지 열차 차창 밖으로 높고 낮은 산군들이 연이어 스쳐 지난다.


휴대폰에 "7월 15일부터 21일까지 유언비어 등 인터넷 루머 단속 홍보 주간"이라는 상하이 공안국의 문자 메시지와 함께 "여행질서 준수와 문명·건강·녹색·평화 관광"을 당부하는 닝보 문여국(文旅局)의 메시지가 날아들었다. 중국에서 열차를 타고 이동할 때면 경유하는 지역을 홍보하는 문자 메시지를 받는 것은 예사로운 일이다.


원링(温岭) 역에 잠시 정차했던 열차가 다시 출발한 지 채 10여 분도 되지 않아 옌탕산역(雁荡山站)에  도착했다. 차창 밖으로 희뿌연 안개에 잠겨 있는 옌탕산이 눈에 들어온다. 열차에서 내려 역사를 빠져나와 역사 옆 버스 승강장에서 옌탕산 풍경구 여행자센터까지 운행하는 무료 셔틀버스에 올랐다. 승객 셋을 태운 버스는 십여 분 후 옌탕산을 향해 출발하여 10여 분만에 여행자 센터에 도착했다.


옌탕산 품속으로

주말을 앞둔 평일 정오 무렵이라 그런지 널찍한 여행자센터는 근무하는 직원들이 여행자들보다 더 많이 눈에 띌 만큼 썰렁하다.


따롱치우(大龍湫) 폭포, 링옌(靈岩), 링펑(靈峰) 등 크게 대여섯 곳으로 구분된 옌탕산 풍경구 입장권은 A, B노선 티켓으로 구분되어 있다. 네 곳을 둘러볼 수 있는 170위엔짜리 티켓 대신 풍경구 전역을 3일간 둘러볼 수 있는 200위안짜리 티켓과 풍경구 곳곳을 연해주는 셔틀버스 탑승권 40위안을 지불했다.


각 풍경구는 입장권의 큐알코드 또는 안면인식 시스템을 통해서도 입장이 가능하다. 참 편리하다는 생각과 함께 자못 꺼림칙하다는 생각도 감출 수 없는 것이 사실이다. 예약해 둔 객잔에서 먼 곳에 위치한 따롱치우(大龙湫) 풍경구부터 객잔 쪽으로 거슬러 오며 둘러볼 요량이다.


대형 버스에 탑승해서 병풍처럼 높이 솟은 기암 사이로 난 계곡 옆 도로를 따라 삼절폭포 입구를 지나고 링옌 징취(灵岩 景区) 입구에서 내렸다. 미니 버스로 환승하여 계곡 깊숙이 고도를 높여 가다가 좁은 터널도 지나며  따롱치우 징취(大龙湫 景区) 입구에 도착했다.


검표소 안면인식 화면에 얼굴을 비추니 마음속 의구심에게 단박에 면박을 주듯 회전문이 길을 내어 준다. 그 초입에 탕산의 형성과정, 탕산 공원 개요, 이 산에 서식하는 동물들 등을 설명하는 안내판이 있어 관람객의 이해를 돕는다.


2005년 세계지질공원과 2007년 국가 5A급 풍경구로 각각 지정된 안탕산은 저장성 원저우(温州市)와 타이저우시(台州市) 경내에 위치한 면적 약 299 km²의 공원으로 중국 '삼산오악(三山五岳)'의 하나로 알려져 있다.


삼산은 고대 중원지구(中原地区)를 일컫는 화하(华夏)의 명산을 말하는데 다음과 같은 세 가지 설이 있다. (1) 중국 고대 신화 전설 속의 히말라야 산맥, 쿤룬 산맥, 톈산 산맥 (2) 도교 전설 속의 봉래, 방장산, 영주(瀛洲) (3) 오늘날 황산, 산(庐山), 탕산을 각각 삼산이라 일컫는다. 오악은 통상 태산(泰山)' 화산(华山), 형산(衡山), 숭산(嵩山), 항산(恒山)을 이른다.


안탕산의 기이한 첩첩 봉우리와 괴석비포(怪石飞瀑) 등 절경은 약 1억 4천만 년 전 태평양 판과 아시아 판의 충돌로 인한 마그마의 유출과  4기 화산 폭발을 거치며 형성되었다고 한다.


안내판은 이곳엔 표묘(豹猫), 봉황 머리 매(凤头鹰), 붉은 머리 푸른 까치(红嘴蓝鹊), 벌거숭이 다람쥐(赤腹松鼠) 등도 서식한다고 하는데, 맑은 계곡물과 울창한 수목과 더불어 도마뱀도 간간이 눈에 띈다. 계곡을 따라 난 길을 오르면서 계곡 좌우를 옹위하고 있는 기암괴봉들의 모습이 하나씩 눈에 들어온다.


여인이 아기를 품고 있는 모습이라는 포아봉(抱儿峰), 가위를 거꾸로 세워놓은 듯한 모양의 가위봉(剪刀峰) 고목을 쪼며 먹이를 찾는 형상의 딱따구리봉(啄木鸟), 가늘게 우뚝 솟은 돛대봉(桅杆峰), 그 옆 곧고 높게 솟은 나무 숲 사이로 보이는 펼친 돛 모양의 일범봉(一帆峰), 곰이 암벽에 기대어 선 모양의 곰바위(熊岩) 등 모두가 암봉 형상에 걸맞은 그럴듯한 이름들이다.


그 계곡 정점 앞을 막아서는 천길 암벽 위에서 물줄기를 쏟아내는 따롱치우 폭포가 맞이한다. 비단결처럼 펼쳐진 폭포수를 올려다보거나 물에 손을 담그는 등 폭포 주변 순진무구한 표정의 관람객들은 모두 어린아이로 돌아간 듯 보인다.


왼편 기슭의 관폭정(观瀑亭)에 오르면 폭포와 그 아래 물웅덩이 전체를 한눈에 들어온다. 폭포 앞 징검다리를 건널 때 물보라와 바람이 얼굴을 때린다. 상하이에는 폭우가 쏟아졌다는 얘기가 들려오는데, 이곳은 일기 예보와는 달리 비도 오지 않고 따가운 햇볕도 없는 날씨다. 이마에서는 땀이 비 오듯 뚝뚝 떨어지지만 절경을 감상하는 흥취는 남다르다.


계곡 반대편 쪽 길로 접어들어 폭포를 뒤로하고 되돌아 내려오는 길은 올라올 때 관망했던 암봉들 밑을 지나며 그 모양새들을 반추해 보기에 좋다. 딱따구리봉 아래 회랑을 지날 때 계곡 물소리가 귀청을 때리며 마음의 빗장을 전히 허물어 버린다.


링옌(靈岩; 영암) 풍경구

13:40경 따롱치우 풍경구에서 버스로 링옌(靈岩; 영암) 풍경구로 이동했다. 링옌은 링펑(灵峰; 영봉), 따롱치우(大龙湫)와 함께 옌탕산의 3절(三绝)로 불리는데, 이 풍경구는 병하장(屏霞嶂), 영암사(灵岩寺), 천주봉(天柱峰), 병기봉(展旗峰), 소롱추(小龙湫; 샤오롱치우), 용비동(龙鼻洞), 탁필봉(卓笔峰), 와룡곡(卧龙谷) 등 수많은 볼거리를 감추고 있다고 한다.


링옌 풍경구 검표소 옆 관리사무소에 배낭을 맡겨두고 입구로 들어서서 계곡 옆길을 따라 올랐다. 입구에서 머지않은 곳 우측에 서하객(徐霞客, 1586-1641년)의 석조 동상이 자리한다. 명나라 때의 인문 지리학자요 여행가로 <서하객유기(徐霞客游記)> 를 남긴 그도 이곳을 여러 차례 다녀갔다고 한다.


조금 더 발길을 옮기니 계곡 옆 기암절벽에 둘러싸인 너른 공터에 자리한 영암선사(灵岩禪寺)의 아담한   대웅보전이 눈에 들어온다. 이 사찰은 북송 때인 979년 개창되고 1998년 재건되었다고 하는데, 규모가 크고 기교가 심한 여느 중국의 사찰의 건축 양식과는 달리 단순 소박하여 주위 경관과 잘 어울린다는 생각이 들었다.


대웅전 외에 별다른 부속 건물이 없는 링옌스(灵岩寺)에서 관람객의 발을 붙잡는 것은 따로 있다. 링옌스 우측 270미터 높이 천주봉(天柱峰)에서 사찰 마당을 가로질러 건너편 전기봉(展旗峰)으로 수백 미터 높이에 연결된 줄을 타고 건너가는 묘기가 오후 2시와 4시 하루 두 차례  펼쳐지는 것이다.


마침 오후 두 시쯤이라 영암사 주변 벤치, 공터, 건물 계단 등 조망이 좋은 곳을 많은 사람들이 차지하고 묘기를 지켜보고 있다. 천주봉의 천길 절벽 아래로 늘어뜨린 밧줄을 타고 밑으로 내려오며 약초를 채집하는 모습이나 두 봉우리 사이에 연결된 줄을 타고 건너는 모습은 지켜보고만 있어도 정신이 아찔하고 오금이 저려온다. 정작 줄 타는 사람보다 줄 타는 사람을 바라보는 관람객들 모습도 볼만하다.


사람들이 줄타기 묘기에 눈을 팔고 있는 동안 샤오롱치우(小龙湫)를 둘러보려고 바삐 발길을 계곡 위쪽으로 옮겼다. 일기 예보와는 달리 구름만 끼었을 뿐 비가 오지 않고 햇빛도 없는 숲 속 계곡길이라 공기가 서늘함이 느껴지지만 몸은 온통 땀범벅이다.


유문암이 단열작용으로 암석이 붕락되어 형성되었다는 탁필봉(卓笔峰)은 이름 그대로  뾰족한 펜을 거꾸로 세워놓은 모양이다.


조금 더 오르니 협곡 사이에 산정 V자 모양 능선에서 천길 아래쪽으로 물줄기를 힘차게 내리꽂는 샤오롱치우 폭포가 나타났다. 비상하는 용이 물을 들이켜는 형상이라는 이 폭포의 높이는 따롱치우 폭포의 절반쯤인 70여 미터라고 한다.


한동안 넋을 놓고 폭포를 바라보다가 폭포 위로 난 잔도에 사람들 모습이 보여 아래쪽 진입로로 휘돌아 수직 절벽에 놓인 잔도 계단을 따라 폭포 위쪽으로 올라갔다.


절벽에 난 잔도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니 정신이 아찔하다. 수직으로 깎아지른 암벽에 기대어 폭포 아래로 설치된 엘리베이터는 운행을 멈추었고, 그 뒤쪽으로 발밑이 훤히 내려다 보이는 와룡곡 유리 잔도가 기다리고 있다.


잔도 끝에는 폭포수의 수원이 되는 용구호(龙口湖; 롱커우후)와 와룡담(卧龙潭; 워롱탄)이 초록빛 맑은 물을 머금은 채 관람객을 맞이한다.


롱커우후 한가운데 수면 위에는 순백의 불상이 연화대 위에 자리하는데 그 모습이 신비롭다. 비단잉어들 유유히 노니는 초록빛 워롱탄의 물은 청량해 보이는 그 모습처럼 차갑고, 15여 미터 높이 폭포를 부챗살처럼 아래쪽으로 펼치며 한기가 도는 바람을 일으킨다.


롱커우후에서 워롱탄으로 오르는 길에 유려한 황룡 그림이 그려진 '와룡곡(卧龙谷)' 표지석이 자리한다. 그 이름처럼 이 협곡은 암봉들 사이 좁은 틈새에 갇힌 황룡이 승천하려 몸을 꿈틀대며 몸부림치면서 비늘로 암벽을 마구 긁어놓은 형상처럼 기이하기 그지없다.


샤오롱치우 폭포 부근 암벽에는 높이 40m, 너비 10m, 깊이 30m의 용비굴(龙鼻窟), 네모형 기둥 형상으로 높이 100여 미터의 독수봉(独秀峰) 등 볼거리가 수두룩하다. 사방으로 카메라를 들이대도 각기 다른 모습을 담아낼 방도가 없을 듯하다.


한 쌍의 얕은 동굴에는 '제공활불(济公活佛)'이라는 이름을 붙여 놓았다. 제공(1131-1209년)은 국청사에서 출가한 남송 때의 스님으로 계율에 얽매이지 않고 술과 고기를 좋아하며 미친 듯이 행동했지만 학문이 깊고 선행을 베풀며 덕을 쌓아 활불로 불리는 고승이라고 한다.


계곡 위 아래쪽 관람객들 모습은 보이지 않는데 서로 주고받는 목소리나 탄성은 계곡에 갇혀 증폭되어 또렷하게 들려온다.


내려가는 길 곁가지로 난 계단을 200여 미터를 올라 용비동(龙鼻洞)을 둘러보았다. 승천하려던 용이 마지막 몸부림을 치면서 콧바람을 내쉰 듯 갈라진 암벽 아래 콧구멍처럼 뚫린 지형이 그 이름에 걸맞다.


우시에서 4일 여정으로 단체 투어를 왔다는 초로의 여성도 용비동의 모습이 궁금했나 보다. 롱커우후 위 정자에서 아래쪽 동행들을 향해 일장 탄사(歎詞)를 읊조리던 초로의 남성은 진화(金华)에서 단체여행을 왔다고 했다. 저장성이나 장쑤성 등 인근에 사는 사람들은 이렇듯 천하절경이 지척에 있으니 한 번쯤 찾지 않을 까닭이 없어 보인다.


천주봉 쪽으로 되돌아 내려오다가 영암사 뒤쪽에 연화동(莲花洞)과 총명동(聪明洞) 갈림길에 이정표가 있어 2km 여 지점에 있다는 연화동 쪽으로 길을 잡았다. 산길 왕복 4km는 만만찮은 거리라 그 중간쯤 산 언저리 모퉁이에 자리한 하객정(霞客亭)까지 올라 솔솔 부는 바람에 한동안 땀이 흥건한 몸을 맡겼다. 과한 욕심은 번거로움을 낳고 때론 화를 부르니 연화동(莲花洞)으로 향하는 마음을 접고 발길을 돌린다.  


링옌(靈岩; 영암) 풍경구 출구를 빠져나와 승강장에서 16:45경 셔틀버스에 올랐다. 영봉 방향 조양동 입구 부근 마을에서 내려 예약을 해둔 객잔에 짐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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