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 시작된다는 입춘을 하루 앞두고 있다. 영남길 종주에 도전한 친구 M과 H가 오늘 첫 발길을 내디뎠다. 청계산 옛골에서 출발하여 제1코스 달래내길의 종점 판교까지 10여 km를 걸어온 친구들과 합류했다.
금토 천변 좌측 대로를 따라 늘어선 테크노벨리의 빌딩들은 높고 세련된 모습이다. 판교에서 시작되는 제2코스 금토천을 따라 걷는 낙생역길은 탄천길로 이어진다. 탄천길을 잠시 벗어나 서현에서 점심으로 해장국집에 들렀다. 추위에 언 몸은 뜨끈한 우거짓국이 반가운 듯 반갑게 받아들인다.
탄천변 물가의 버들강아지는 때 이르게 움을 틔웠다. 율동공원 저수지에서 시작해서 탄천으로 흘러드는 분당천 옆 중앙공원을 지난다. 공원은 한산 이 씨 목은 후손들의 묘역 정려 비각과 신도비각 지석묘군 등과 야외공연장 연못 정자 등 시민 휴식공간이 잘 조성되어 있다. 호수 가장자리는 얼어붙었지만 그 한가운데 분수는 하얀 물줄기를 높이 뿜어내고 있다.
호수변 정자 옆에 세워놓은 평창 올림픽과 패럴림픽 마스코트인 '수호랑'과 '반다비' 조형물 모습이 귀엽고 깜찍하다. 올림픽 성화가 다음 주 금요일부터 17일간 평창에서 타오를 것이다. 꽁꽁 얼어붙은 계절처럼 수상한 시절이 '인류평화 유지와 인류애 공헌'이라는 올림픽 헌장의 온기로 얼음 녹듯 풀리면 좋겠다.
중앙공원과 연결된 좁고 긴 당골공원은 곧바로 불곡산 자락으로 연결된다. 형제봉으로 오르는 불곡산 능선으로 올라서자 왼편으로 효자촌 순백색 아파트 군락이 햇볕에 반짝인다. H의 말처럼 그 모습이 "산자락 검푸른 숲의 바다에 떠있는 빙하 같다."
영남길 경기지역 제2코스 불곡산 구간은 '성남 누비길'과 겹친다. 예나 지금이나 사람들은 길을 만들고 길에 의미를 부여하고 그 길을 따라 걷는다. 군데군데 눈이 쌓인 불곡산 주능선을 걷는 길은 바람이 맵다.
형제봉을 지나고 해발 335미터 불곡산 정상을 지나 동백죽전대로를 사이에 두고 무지개마을과 이웃한 불곡산 자락 새터 공원으로 내려섰다. 구미역에서 전철을 타고 야탑에서 내리며 친구들과 다음을 기약하고 악수를 했다.
어스름 녘 겨울바람이 매섭다. 탄천 오리들은 물 칼귀 질을 멈추지 않는다. 입춘이 지나면 곧 봄이 온다는 것을 오리들도 알고 있을 것이다. 2018-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