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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금쪽 Aug 25. 2020

보름달을 사랑한 부엉이

요즘 4살 내 딸의 최애 책은 단연 보름달을 사랑한 부엉이다.


보름달을 사랑한 부엉이는 매일매일 보름달만 기다린다.

바나나를 닮은 초승달이 떠도, 쪽배를 닮은 반달이 떠도

부엉이는 밤하늘을 하염없이 바라보며 보름달만 기다린다.


보다 못한 친구들이 부엉이를 데리고 달님을 만나러 간다.

 "달님 부엉이를 위해 보름달이 되어 주세요!"

그러자 달님은 부엉이에게

너무 속상해하지 마.

밤하늘에서 어떤 모양으로 보이든 언제나 나는 늘 동그랗단다"

요즘 딸아이는 순간순간 드는 감정을 도형으로 표현한다.

그 감정이 얼마나 빨리 변하는지 변덕이 죽 끓는 듯 한 나를 똑 닮아 유전자의 위대함 탓을 해본다.

그 감정 도형은 크게 동그라미, 네모, 세모에 엑스 표시로 나뉜다.


고래밥과 빼빼로를 사주거나, 옥토넛 탐험대를 보여주는 날에는 "엄마한테는 오늘 동그라미 줄게"

남편과 싸워 인상을 쓰고 있는 날에는 "엄마 오늘은 네모 줄게"

내가 해주는 밥이 이맛도 저 맛도 아닌 날에는 "엄마 오늘은 세모 줄게"

먹기 싫어하는 당근을 밥에 올려주거나, 이렇게 꾸물거리다가는 어린이집 꼴찌 한다 소리에는 "엄마, 엑스 표시야. 엑스 표시 줄 거야"


딸에게 언제나 동그라미를 받고 싶지만 나는 주로 네모나 엑스 표시를 받는다.

그래도 나는 언제나 엑스 표시받을 각오로 잔소리를 한다.


밥 세 숟갈만 더 먹자

일찍 자야 키도 쑥쑥 크지

아이스크림 많이 먹으면 병원 가서 왕 주사 맞는다


동그라미만을 사랑하는 내딸에게

내가 네모, 세모, 엑스 표시로 보이든 언제나 내 마음은 늘 동그랗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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