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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성 Mar 25. 2023

일상의 새로움을 발견, 산책

피곤할수록 걸어요 | 토스 만보 걷기


누워있기, 내 취미이자 특기다. 쉬는 날 하루종일 침대 위에 있다 보면 정말 나른하고 좋다. 따스한 햇살을 느끼고, 밖에선 떠들며 노는 아이들 소리.


그치만 그것도 잠시. 계속 누워있으면 몸이 무거워지는 게 느껴진다. 쉬면 쉴수록 나아지는 사람이 있지만 난 누워있으면 누워있을수록 몸이 쉽게 쳐지는 사람이다.


그럴 땐 몸을 움직여줘야 한다. 일어나 후딱 옷을 갈아입고 집 앞을 나선다. (귀찮아지기 전에 고민하지 말고 바로 옷을 갈아입어야 한다.)



토스를 켠다.

Toss 실행 -> 전체 -> 편의 -> 만보기

[ 방문해서 100원 받기 ] 클릭!

주변 곳곳을 돌아다니며 20원씩 모은다. 하루에 최대 100원까지는 무료로 받을 수 있다. 그러면 하루에 5곳을 방문하는 셈이다. 그렇게 매일매일 만보를 채우면 한 달에 3000원은 공짜로 벌 수 있다. 요즘은 흙을 파도 10원 하나 얻기 어려운 세상인데 걷기만 해도 돈을 준다는 건 정말 감사한 일이다.


앗싸! 오늘 만보 걷고 100원 벌었다!

걸으면 돈을 준다니. 건강도 얻고 돈도 얻었다. 걷는 게 어려운 사람들에게 추천하고 싶다. 토스 광고는 절대 아니구요! 걷는 걸 어려워하는 제가 걷기 위해 찾은 꿀팁입니다. 이렇게 걷다 보면 퀘스트 깨는 기분이 든다. 정말 재밌어 짜릿해. 일상의 소확행.






[ 하루 만보 걸으면 좋은 점 ]


1. 무기력에서 벗어날 수 있는 가장 쉬운 방법

2. 다이어트에 좋다

3. 혈액순환이 활발해져 몸이 건강해진다

4. 세로토닌과 엔도르핀이 분비되어 기분이 좋아진다

5. 하루에 100원을 공짜로 벌 수 있다 ⭐️⭐️⭐️







산책을 하면 보이는 것들.

골목골목을 자리 잡은 건물들, 시장에 장을 보러 온 사람들, 언제 자랐는지도 모르게 자라난 새싹들. 산책은 일상 속 새로움을 발견할 수 있다.


함양에서 찍은 사진


 산책할 때마다 내 친구 G양이 생각난다. G양은 작년 11월 함양여행을 하며 알게 된 친구다. 그 친구는 영하의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여행하는 3주 내내 매일매일 산책을 하러 나갔다. 뭐가 그리 재밌는지 밤만 되면 혼자 이어폰을 챙겨 들고 밖으로 향했다. 나는 밖에 숨겨둔 애인이라도 있는 줄 알았다. 숙소로 돌아왔을 땐 발그레한 볼을 하고선 환한 미소로 내게 인사했다.


“ 다녀왔어요~ ”

“ 조심히 잘 다녀왔어요? 안 추워요? ”

“ 네! ”

“ 산책 좋아하나 봐요 매일매일 가는 거 보니까 ”

“ 네! (사이) 산책은 인생의 꽃이 아닐까요? ”


( … ) 잠시 뇌정지가 왔다. 어떻게 저런 말을 할 수가 있지. 저렇게 예쁜 생각을 가지다니. 놀라웠다. 순수한 눈을 하고, 해맑은 미소로 예쁘게 말하는 G양은 정말 사랑스러웠다. 그리고 걷는 걸 정말 귀찮아했던 나였기에 그런 말을 하는 친구가 신기하기도 놀랍기도 했다.

산책의 어떤 점이 좋은 걸까?





다시 서울로 돌아오고 쉬던 어느날에, 누워있는 것도 지겨워지기 시작했을 때쯤 문득 G양의 말이 떠올랐다.

산책은 인생의 꽃이 아닐까요?


 ‘흠.. 뭐가 그렇게 좋은지 나도 산책이나 해볼까 ‘

마침 몸도 무겁고 심심했던 나는 무작정 밖으로 나가 산책을 했다.


처음 산책을 했을 땐, 그저 내가 무언가를 해냈다는 생각에 뿌듯했다. 그다음은 점점 몸이 가벼워지는 게 느껴져 기분이 좋았다. 그리고 지금은 같은곳이지만 다른것을 발견하며 산책 자체를 즐기게 되었다. 그렇게 하루, 이틀, 삼일. 하루씩 늘어 나다보니 지금은 일상이 되어버렸다. 매일매일 산책을 해보니 이제야 G양이 이해가 되더라. 왜 맨날 이어폰을 챙겨 들고 밖으로 나갔는지, 왜 그렇게 산책을 좋아했는지.



 

산책은 내 의지만 있다면 가장 하기 쉬운 일이다. 때로 일이 잘 안 풀리고 힘들더라도 걷는 거 하나만큼은 내 의지로 할 수 있는 일이니까. 내 두 다리로 앞으로 나아가고 있을 때면 무엇이든 할 수 있을 것 같은 희망감이 든다. 그래서 걷는 것만큼 나를 긍정적으로 바꾸게 해주는 건 아직 찾지 못했다.


오늘도 걸을 수 있음에 감사하고, 예쁜 풍경을 볼 수 있음에 감사하고, 풀내음을 맡을 수 있음에 감사하다. 일상에서 당연하게 여기던 것들도 전혀 당연하지가 않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일상의 새로움을 발견할 수 있는 시야를 주고 그만큼 인생을 풍요롭게 해주는 것.


산책은 정말 인생의 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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