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더블비얀코
어렸을 때 아이스크림을 먹을 수 있는 찬스가 생길 때면 언제나 더블비얀코를 고르곤 했다. 다른 아이스크림보다 비싼 더블비얀코를 항상 골랐던 이유는 바닐라 아이스크림 아래 깔린 사과맛 샤베트를 너무 좋아해서였다. 상단의 바닐라 아이스크림 맛은 정말로 아무 매력도 없어서, 바닐라 맛을 먹는 동안은 아이스크림을 먹는다는 즐거움조차 없었다. 사과맛 샤베트의 비중이 크지는 않지만 그 샤베트를 먹기 위해 바닐라 아이스크림을 해치우는 과정이 마치 나에게는 큰 도전 과제처럼 느껴지곤 했다. 그저 이 맛 끝에 다가올 달콤한 샤베트를 기대하며 묵묵히 먹을 뿐이었다.
무난하게 맛있는 다른 아이스크림을 고를 수도 있었지만 더블 비얀코를 고른 이유는 그러한 도전 과제 이후 꿀 같은 보상의 달콤함을 즐기는 게 더욱 보람 있기 때문이었다. 나에게는 그 과정을 버틸 가치가 충분했다.
내 나이 30대 중반에 내린천휴게소에서 어김없이 고른 더블비얀코를 먹으며 생각했다. 내 인생은, 인생의 목표는 더블비얀코가 아닐까. 처음에는 끝에 나를 기다리는 무언가를 알지도 못한 채 도전하곤 한다. 하지만 일찌감치 맛이 없다고 팽개쳤다면 나는 아래층에 샤베트가 존재하는지, 무슨 맛인지도 영원히 알 수 없었을 것이다. 목표에 다다랐을 때 그 무엇보다도 달콤한 보상이 기다리고 있었다는 걸 알게 되면, 나라는 사람은 계속해서 도전할 사람이다. 그렇기에 끝까지 가기 전엔 모른다. 그렇기에 묵묵히 바닐라 맛을 먹어야 한다. 내가 고른 선택은 첫 입부터 달콤한 선택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아 정말 내 인생은, 더블비얀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