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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반트 Aug 17. 2022

진짜 꽃길을 걷고 있으니

행복하게 살고 있는 것이 맞지 싶다.

봄이 되면 어느 길에서든 쉽게 마주하는 꽃들이 화려하게 펼쳐진다. 그때부터 시작해서 한창인 여름까지도 어찌 그리 아름다운 빛깔을 자랑하며 활짝 피었는지 신기하기까지 하다. 튤립에서 수국까지 온 동네가 꽃밭 같다. 어느새 올해의 절반도 더 지나고, 예전 같지 않은 기온으로 뜨거운 태양이 머리 위를 내리쬐어도 원색의 꽃들을 마주하면 저절로 멈춰서 핸드폰을 들고 연신 사진을 찍고 있다. 그 어떤 좋은 물감으로도 자연 그대로의 색을 창조해내지는 못할 거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꽃길만 걷자"는 말은 좋은 일만 가득하게, 그리고 행복하게 잘 살자는 뜻임에 모르는 이는 없을 것이다. 지금의 이 평화로운 삶이 마치 호수 위에서 힘을 빼고 누워있는 듯이 느껴진다. 가끔 심심한 일상이다 싶을 때도 있지만 이제는 이 조용함 마저도 받아들일 수 있는 노련함이 생기고 있으니, 이 또한 즐길 수 있는 듯이 생각된다. 동네 산책을 하다 마주친 꽃길에서 진짜로 꽃길을 걷고 있는 지금, 이대로의 삶도 나에게 주어진 선물 같은 것임에 틀림없어 행복이 이거지 별건가 싶다.


한편, 지난주 한국의 물난리 뉴스 속에 보인 반지하의 어두운 일면이 이곳에서 누리는 호사가 죄스럽기까지 하다. 타국에서 듣는 나의 나라 소식은 항상 밝고 맑은 꽃길 같은 환한 것이기만 하면 좋겠다. 세상에 태어난 이들 모두가 공평하게 살아지는 꽃길은 만들어질 수 없는 것일까. 씁쓸한 마음이지만 피해를 입은 이들이 하루빨리 일상이 회복되기를 빌어본다. '힘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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