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땅에 헤딩
해외 생활이 처음은 아니었고, 외국에서 집을 구해본 경험도 있었지만, 헝가리와 부다페스트에 대한 정보가 부족했던 만큼 막막한 마음이 들었다. 회사에서 어느 정도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거라 기대했지만, 현실은 달랐다. 다행히도 첫 한 달 동안 머물 숙소는 제공되었지만, 그 이후의 거처를 찾는 건 온전히 나의 몫이었다. 월세 집을 구하는 팁도, 부동산 소개도, 도움을 받을 가이드라인도 없었다.
그나마 다행이었던 건, 회사의 통근 셔틀 정류장이 정해져 있어서 집을 구할 동네가 자연스럽게 좁혀졌다는 점이었다. 선택지가 많아 고민할 필요 없이, 정해진 범위 안에서 최선의 선택을 하면 됐다.
부다와 페스트
부다페스트는 크게 두 지역으로 나뉜다.
도시 한가운데를 가로지르는 다뉴브 강을 기준으로 서쪽은 ‘부다(Buda)’, 동쪽은 ‘페스트(Pest)’라고 부른다. 마치 서울의 강남과 강북처럼, 분위기와 생활양식이 조금 다르다.
- 부다: 조용하고 고즈넉한 주거 지역. 공원이 많고 한적해 삶의 질을 중시하는 사람들이 선호한다. 주재원들이 주로 거주하는 곳이기도 하다.
- 페스트: 활기 넘치는 도심. 카페, 바, 문화 공간이 밀집해 있으며, 유학생과 현지 직장인들이 많이 산다.
나는 통근 셔틀을 타야 했기 때문에 페스트에 위치한 Kalvin ter 근처로 집을 알아보게 되었다.
페이스북 이용하여 플랫 구하기
헝가리에서는 집을 구할 때 ‘플랫(Flat)’을 찾는다고 표현하며, 한국처럼 전세 개념이 없고 대부분 월세로 계약한다. 보증금은 보통 두 달 치 월세를 선불로 내야 한다.
집을 구하면서 가장 놀랐던 점은 부동산 중개업체보다는 페이스북 그룹을 통해 직접 매물을 찾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었다. 물론 Ingatlan이나 Alberlet 같은 부동산 사이트도 있지만, 중개 수수료가 크고 단기 거주자를 선호하지 않는 경향이 있어서 외국인이 거주할 집을 찾기에는 페이스북이 훨씬 현실적인 선택지였다.
✅ 유용한 페이스북 그룹
Budapest Flats, Apartments, Rooms for Rent
https://www.facebook.com/groups/1469125483396981
Rent a flat / room in Budapest
https://www.facebook.com/groups/1469125483396981
Expats in Budapest
https://www.facebook.com/groups/expatsinbudapest
처음엔 SNS를 통해 집을 구한다는 게 어색했지만, 직접 경험해 보니 중개 수수료 없이 바로 집주인과 연락할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이었다. 대부분의 매물이 영어로 올라오고, 계약 절차도 간단해서 외국인에게 더없이 편리했다. 하지만 단점도 있었다. 괜찮은 매물은 정말 순식간에 계약이 되어버렸고, 결국 집을 구하는 과정은 '속도전'이 되었다.
나는 직장인이라 집을 볼 시간이 한정적이었고, 원하는 매물을 놓치는 일이 잦았다. 연락을 주고받으며 겨우 약속을 잡아도, 막상 도착했을 때는 이미 계약이 끝난 경우도 있었다. 초조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지만, 결국 중요한 건 ‘빨리 구하는 것’이 아니라 ‘내게 맞는 집을 찾는 것’이라는 걸 깨닫게 되었다. 몇 번의 시행착오 끝에 마침내 조건이 맞는 집을 찾았고, 조급함을 내려놓길 잘했다고 생각했다.
1. 가구와 가전이 모두 구비되어 있는가
헝가리에서는 대부분의 집이 가구나 가전이 포함된 상태로 임대되지만, 가끔 옵션이 거의 없는 집들도 있었다. 처음에는 없는 것은 새로 사야겠다고 생각했지만, 막상 모든 것이 구비된 집에 들어가니 빈 집을 스스로 채워나가는 일이 얼마나 부담스러운 일인지 깨달았다. 이사 올 때 옷가지만 들고 오지, 그릇이나 포크 등은 일절 들고 오지 않았기에 가구, 가전뿐만 아니라 식기까지 완벽하게 구비되어 있는 집이 참 감사하게 느껴졌다. 그리고 그런 집이 생각보다 많으니 풀옵션의 집을 우선으로 보자!
2. 너무 오래된 빌딩은 피하자
헝가리에는 19세기에 지어진 오래된 건물들이 많다. 고풍스러운 창문 장식들이 유럽 느낌 나고 정말 예뻤지만, 그만큼 골치 아픈 문제들도 많았다. 특히 오래된 파이프에서 나오는 녹물은 정말... 유럽 어디를 가든 석회수로 고생이긴 하지만 녹물까지 더해지면 수돗물 필터로도 역부족인 경우가 있다. 결국 아무리 예쁜 건물이라도 오래된 빌딩은 잘 따져보고 결정해야 한다는 것을 배웠다.
3. 엘리베이터가 있거나 저층이어야 한다
부다페스트의 오래된 건물 중에는 엘리베이터가 없는 곳이 많다. 나는 여행을 자주 다닐 뿐 아니라, 나를 찾아오는 가족과 친구들도 종종 큰 짐을 들고 오기 때문에 엘리베이터는 필수적이었다. 큰 캐리어를 끌고 3층 이상으로 오르락내리락하는 일은 정말 무리다.
1. 집주인과의 원활한 소통
한국에서는 계약 후 집주인과 마주칠 일이 거의 없었는데, 헝가리에선 정말 달랐다. 매달 전기세와 가스비를 내기 위해 계량기 수치를 집주인에게 보내야 했고, 세탁기가 고장 났을 때는 직접 연락해서 수리를 요청해야 했다. 처음에는 영어로 의사소통하는 것이 부담스러웠지만, 다행히 우리 집주인은 이해심 많고 친절한 분이셨다. 게다가 집주인 부부의 따님이 한국에서 공부한 적이 있어 한국인에 대한 특별한 호감과 배려가 있었다. 나로서는 아주 행운이었다. 또, 집주인이 가까운 곳에 거주하고 있어 필요할 때 빠르게 소통할 수 있다는 점도 큰 장점이었다. 집을 구할 때 집주인의 첫인상을 살펴보는 것뿐만 아니라, 그와 얼마나 원활하게 소통할 수 있을지도 중요한 고려 요소다. 어쨌든 최소 1년은 관계를 맺어야 하니까!
2. 집 근처에 괜찮은 슈퍼가 있어야 한다
체코나 슬로바키아에서 살 때는 크게 느끼지 못했는데, 헝가리에서는 슈퍼마다 식재료의 퀄리티 차이가 꽤 컸다. 가까운 곳에 신선하고 질 좋은 식재료를 파는 슈퍼가 있다면, 자연스럽게 내가 먹는 음식의 질도 달라진다. 특히 요리를 자주 하거나 건강한 식단을 유지하고 싶다면, 집을 구할 때 근처에 믿고 갈 만한 슈퍼가 있는지 꼭 확인하는 게 좋다. 그리고 슈퍼가 있는 것을 확인하고 끝날 것이 아니라, 슈퍼의 영업시간도 확인해 보자. 오후 6시에 닫는 슈퍼가 꽤 많은데 일 다니는 직장인은 슈퍼에 갈 수가 없다.
3. 산책하기 즐거운 동네
처음에는 집 내부만 신경 썼는데, 살다 보니 동네 분위기가 얼마나 중요한지 깨달았다. 매일 아침 근처의 카페에 가서 커피 한잔을 마시고 동네를 산책하는 게 내 소소한 행복이 되었다. 집을 고를 때 잠깐이라도 주변을 걸어봐야 한다. 그 동네의 소리, 냄새, 분위기를 느껴보는 게 중요했다. 결국 우리는 집 밖에서도 많은 시간을 보내니까. 나의 출근길과 퇴근길이 즐거워야 하니까.
헝가리에서의 집 구하기는 쉽지 않았지만, 이런 경험들을 통해 새로운 나라에서 내 공간을 만드는 법을 배우게 됐다. 해외에서 집을 구한다면, 이 작은 팁들이 도움이 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