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화_삶은 언제든 끝날 수 있다
2023년 현재에도 나의 질병서사는 끝나지 않는다. 이미 내용이 너무 많아서 더 이상 쓰지 못하겠다.
나는 여전히 브라를 하면 순환이 안 돼서 힘들어하고, 헬스를 하면 어깨 통증과 앞갈비뼈 통증으로 기흉 재발의 불안을 겪어야 했고, 공부를 위해 밤을 새우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 되었고, 지속적인 고통으로 도파민 체계는 엉망이 되는 것을 겪어야 했다.
만성적인 고통은 사람의 삶의 질을 정말 많이 저하시킨다, 심하면 자살을 하고 싶다는 생각까지 하게 만든다. 안마나 교정, 물리치료를 받아봤지만, 그렇게 단기적인 것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닌 것으로 보인다.
겨울이 되면 혈액순환이 안 돼서 고통이 더 심화되고, 기력이 없다. 수업을 듣고 온 뒤의 공부는 불가능하고 수업만 겨우 다 듣고 온다.
만약의 의사가 기흉은 재발하기가 쉬워서 정말 심각한 질병이고, 몸관리를 제대로 해야 하고, 가족들이 환자를 잘 돌봐줘야 한다고 의사가 말했더라면, 나는 많은 것이 달라졌을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두 번째로 수술을 집행해 준 의사는 본인도 기흉에 거렸던 경험이 있어서, 수술 후에 두 달이면 완전히 회복할 수 있다고 확답을 했다. 그래서 그걸 같이 들은 엄마도 기흉이 별일이 아니라고 생각해 버린 것이다.
출산이 누군가에게는 별일이 아닐 수도 있다. 누군가는 몸 회복이 유난히 빨라 금방 괜찮았다고 해서, 그것이 나도 출산을 하고 회복이 빠를 것이란 이유가 되어주진 않는다.
수술의 후유증과 질병은 모두가 다 다르다. 암이 아주 심각한 질병이라는 인식이 있기 때문에 아무도 암에 걸린 환자에게 일을 하라고 종용하지 않는다.
하지만 기흉은 마치 수술만 하면 모든 게 괜찮아지는 질병인 마냥 평가를 하는데, 이는 나의 질병 회복에 악영향을 끼쳤다고 생각한다.
아무도 진지하게 생각을 안 하지만, 나는 이 어깨 통증이 심화되다 보면 갑자기 폐가 터지는 걸 3-4번 경험한 것인데, 재정신으로 하루를 살기가 힘들다.
통증에 민감하게 반응을 하게 되고, 가까운 가족들은 그런 나를 불편해한다.
하지만 그들이 언제든 폐가 터질 수 있는 위험이 있는 사람으로 사는 것에 대해 상상해 본 적이 있나?
몸 안에 풍선을 넣고 다니거나 언제 터질지 모르는 폭탄을 차고 있는 사람 같다.
이 폭탄에 불을 붙이는 요소들은 너무나 내 생활에 빈번하고, 나의 힘만으로는 막지 못한다.
그래서 가끔은 죽고 싶다.
이해하지 못할 것이다.
앞에선 행복하게 남자친구와 연애하고, 공부도 열심히 하고, 인턴도 하고, 겉으로 보기에 아무런 부족함 없는 사람이 뒤에선 내일 곧 죽을 것처럼 빌빌거리고, 도파민과 세로토닌 부족으로 삶의 의지를 도저히 찾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말이다.
그래도 강박이 조금 개선되었다고 할 수 있는 점은 고통에 자신의 절제력을 이미 다 사용했기 때문에 난 내가 싫어하는 일을 못한다.
삶은 언제든 끝날 수 있다. 젊은 나이와 상관없이 말이다.
성적이 낮게 나와도 상관이 없다. 숙제도 늦게 내고, 힘들게 더 논문을 읽으며 고민하지도 않는다. 졸업만 하면 된다는 생각이다.
나의 안위와 나의 행복을 조금이라도 지키는 것이 우선순위이다. 이미 내가 기대했던 만큼 완벽하기는 글렀고, 애초에 성적이 잘 나와도 예전만큼 기쁨을 느끼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것을 견딜 체력이 없다.
지금 기말고사 기간을 보내면서 나는 추가로 인후염과 안구통증, 콧물에 잦은 기침과 재채기에 코피까지 나고 있다. 멀쩡해 보이지만 정말이지 엉망인 몸 상태이다. 제발 좀 쉬고 싶다.
아침에 눈을 뜨면 몸이라는 감옥에 갇히는 기분이다. 지금도 이런데 노인이 되면 어떨까, 내 몸이라는 감옥을 벗어나고 싶다. 좀비 같은 몸 상태인 사람에게 자본주의 세계는 너무 잔인하다.
그래도 나는 또 일어나서 하루를 살 것이고, 운동을 하며 몸을 유지하려고 할 것인데, 강한 바람에도 부러지지 않는 갈대가 되었으면 한다.
거대하고 위대한 나무가 되길 바랐던 꿈을 접게 만든 기흉, 나는 이 고통 속에서 행복해질 수 있을까? 적어도 나는 종교를 벗어나서, 이 문제의 인과관계를 이전보다는 명확하게 파악을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도 나는 여전히 이러한 후유증까지 나의 일부로 받아들일 수는 없다. 기생충 같이 나의 기력을 빨아먹고 있는 존재여서 나와 하나로 받아들이기가 어렵고, 재거해야 하는 대상이다.
내가 힘들 때 쉬라는 알람이 되어주기도 하지만, 나는 이 존재가 반갑지 않기 때문이다. 성공한 삶에 대한 욕망을 줄이고, 조금씩 행복한 일들을 실천하며 오늘 하루도 겨우 버티고 있는 나의 질병서사는 이만 마치도록 하겠다.
나의 주관적인 경험에 의거하다 보니 편향이 있을 수 있지만, 기흉에 대한 서술적인 정보가 별로 없는 지금 나는 이것대로 가치가 있는 서술이라고 생각한다.
의학인류학 朱剑峰 교수님께 감사드리며,